병원에서 가장 괴로운 것을 고르라면 너무 많은 후보가 있어 우열을 가리기 힘들지만, 그 중 가장 빈번한 것은 온갖 복잡한 이름의 검사들이다.
내 다음 병원 예약은 아직도 2년 넘게 남아있는데 그날 두 개의 검사가 있다. 그 중 하나는 한 시간이 걸리는 촬영으로 이름이 무려 ‘핵의학 뇌혈류 부하 단층 영상 검사’란다. 물론 이런 이름을 외울 수 없기 때문에 검사 안내지를 보고 옮겨적고 있다.
수술 전부터 지금까지 여러 검사를 받았지만 매번 오늘 내가 한 게 뭐하는 검사 인지도 알지 못한다. 그냥 가라는 데로 가서 누우라는대로 누워있다가 좀 멍한 상태로 일어나서 걸어 나온다. 그나마 입원해 있을 때는 휠체어를 밀어주는 직원이 병실에 와서 휠체어에 실어가고 검사실 앞에서 기다렸다가 다시 실어다 줬다.
병에 걸리고 나면 불안하고 걱정되는 마음에 뭐든지 알고 싶어 진다. 인터넷에 나오는 글은 다 본 것 같은데도 계속 검색해보고, 네이버, 다음에 구글, 유튜브까지 찾아봐야 잠들 수 있다.
하지만 막상 수술 전 입원해서 연달아 온갖 검사를 받을 때는 모든 게 정신없이 몰아치는 탓에 무슨 검사를 하는 건지 결과는 언제 나오는 건지 궁금해할 여력도 없었다. 때 맞춰 검사실에 갔다 돌아오다보면 병동 복도 저 멀리 보이는 병실이 '마이 스위트 홈'처럼 느껴지기까지 했다.
그런데 지나고 생각해보면, 그게 나았던 것 같다. 이미 복잡한 머릿속에 듣도 보도 못한 단어로 조합된 검사의 이름을 추가하는 것이나, 어차피 있는 그대로 나올 결과인데 그 경우의 수를 고민하는 게 무슨 의미가 있었겠나 싶다. 머리를 비우고 들어가야 검사가 진행되는 시간을 버틸 수 있다.
매번 아무것도 모르고 검사실로 들어가지만 뇌 검사가 싫은 가장 큰 이유는 뇌를 촬영하기 위해 머리를 기계에 밀어 넣고 모든 검사 영상 촬영이 그렇듯 조금도 움직일 수 없기 때문이다.
가장 별로인 건 MRI를 촬영할 때인데 시간은 오래 걸리지 않는 편이지만 너무 시끄럽다. 내내 울리는 쿵쾅쿵쾅, 따다다다 하는 소리에 혼이 빠진다.
그래서 기계에 들어가기 전에 머리에 헤드셋을 씌워준다. 거기서 성악 같은 게 흘러나오는데 정말 정신이 아득해지는 조합이다. 헤드셋 소리가 기계에서 나는 소음을 덮지 못하고 쿵쾅쿵쾅 소리에 반주로 깔려 버린다.
공사장이나 공장 한가운데에 서서 이어폰을 끼고 유튜브에 멋진 아리아라고 검색해서 그 중 아무 음악이나 들으면 어떤 느낌인지 알 수 있을 것이다.
진지하게 병원에 건의하고 싶다.
차라리 락이나 헤비메탈을 틀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