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몽골로 떠납니다.
듣도 보도 못한 바이러스로 세상이 멈추었다가 다시 굴러가기 시작할 때까지, 나는 내내 몽골 어딘가에 있을 넓은 초원의 사진을 보고 있었다.
처음 몽골 여행을 계획했던 것이 19년 말 겨울.
그 다음 해 연초부터 예상치 못한 뉴스를 시작으로 점점 심각해지는 사태에 하늘길이 차례로 막히기 시작했고 나도 이미 정한 모든 계획과 예약을 취소해야 했다. 내 마음은 이미 거기에 가 있었는데!
아쉬운 마음에 생각날 때마다 다른 사람들이 올린 여행 후기 사진만 수시로 보곤 했다. 나중에는 직접 봤을 때의 감동이 덜 할까 봐 그런 사진을 찾아보는 걸 끊는 지경까지 왔으니 이제는 오기로라도 가야 한다.
내 여행을 미뤄둔 지 3년. 그 사이 몽골은 무비자 입국이 가능하게 되었고, 새 공항이 지어졌고, 나는 함께 갈 일행이 생겼다.
이번 여름휴가는 드디어 떠난다!
고비사막 대신에 흔히 중부라고 부르는 짧은 코스로 투어를 마치고 남은 일정은 수도 근처에 사는 유목민 가족의 집에서 두 밤 동안 묵기로 했다.
투어사에 예약할 때 숙소의 컨디션이나 식사 같은 걸 세밀하게 조정해도 막상 가보면 약속한 계획대로 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기에 너무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래서 가고 싶은 관광지를 전달해 이동 일정만 정하고서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
준비를 얼추 마치고 나니 친한 대학 선배가 나보다 한 달 앞서 몽골에 간다는 이야기를 듣고 다녀와서 나한테 꼭 후기를 전해달라고 했다.
그리고 내가 출발하기 얼마 전, 전화로 들은 후기로는...
“풍경도 멋지고 다 좋았는데 가이드를 아주 잘못 만났어. ㅇㅇ투어사였거든. 정말 많이 알아보고 예약한 곳인데도.“
ㅇㅇ투어사요? 나도 거기에 예약했는데요…? 나도 정말 많이 알아보고 했단 말이에요…….
이렇게 된 이상 아무것도 기대하지 않고 떠난다. 일단 가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