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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선 Aug 21. 2023

여행 4. 나담 호쇼르

몽골에서 주머니 속에 담아 온 시간들

 나담축제의 말타기 경주를 보고 언덕 위의 게르로 돌아가는 길. 유목민 집 언니가 나담에 오면 몽골 튀김만두인 호쇼르를 꼭 먹어야 한다고 알려주셨다.


 ”나담 다녀왔다고? 호쇼르 먹었어?“ 아니면 “나담 가니까 호쇼르 사올게“ 이런 느낌이라고 한다.


 과연 축제장 주변의 그 많은 게르가 다 호쇼르를 만들어 파는 곳이었다. 한국에서도 축제날엔 온갖 먹거리를 파는 노점과 푸드트럭이 늘어서는 것과 비슷하다. 호쇼르 게르가 한국의 족발이나 닭꼬치 트럭 같은 느낌이려나.

 게르 안을 들여다보니 한가운데에 있는 화로에 걸린 솥에다 기름을 올려 납작한 호쇼르를 튀기고 있다.

 뒤편의 테이블에서 동그랗게 빚은 피를 납작하게 펴서 고기소를 넣고 있고 그렇게 만들어진 호쇼르가 끊임없이 솥으로 착착 들어갔다가 건져진다.



 우리가 들뜬 얼굴로 바라보자 게르 안에 들어가 가까이서 보게 해 주시고, 튀김 솥 뒤에 서서 사진도 찍어주셨다. 마치 호쇼르 공장에 견학 온 사람들 같았다.


 비닐봉지에 따끈한 만두를 한가득 사서 나오는 길.


 “나담 호쇼르, 나담 호쇼르를 안 먹으면 나담에 온 게 아니야. 꼭 먹어야 돼.”


 하지만 아마도 말 경주로 바쁜 탓에 우리를 신경 써주지 못해 조금 안쓰러운 마음도 있으신 것 같았다.

 왜냐하면 축제장에 방목되어 슬슬 체력이 떨어진 우리가 살짝 맛이 간 눈을 하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러면 좀 어떠랴. 오늘 이 낯선 곳에서 몽골의 햇볕에 바싹 구워지느라 더욱 지쳤던 것도 사실이지만, 내가 세상에서 가장 좋아하는 음식이 만두인걸.

 방금 생각도 못한 멋진 만두 궁전에도 들어갔다 나온 참이다.


 “나담 호쇼르요? 설날 떡국 같은 거네요!”

바삭한 피 안에 고소한 기름기가 도는 양고기 소. 최고의 만두야.

 그새 익숙해진 우리의 게르 앞에 스티로폼 상자를 탁자 대신 깔고 호쇼르를 먹었다. 바삭하고 고소하게 잘 튀겨진 호쇼르는 울란바타르의 식당에서 사 먹은 것 과는 또 다른 맛이었다.

 당근과 양배추로 만든 샐러드, 그리고 오이 피클과 수태차. 빠질 수 없는 보드카까지. 오늘 하루 종일 내려다본 나담 축제의 풍경이 왠지 좀 더 마음에 들어졌다.


 만두는 참 멋지지. 토실한 만두피 안에 무엇이든 넣을 수 있다. 그건 길에서 주운 조약돌이라도 넣었다가 꺼내면 보석이 되어있는 요술 주머니 같은 거다. 그렇게 동그란 만두피 안에서는 이 낯선 곳에서의 조금 고되었던 하루가 또 아주 멋진 날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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