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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야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동경하기보다 선택해서 직접 누릴 수 있는 삶

by 윤지민

이번 여행은 2년동안 열심히 운영하던 학원을 정리하기로 결심하기 전부터 3대가 함께 떠나기로 오래 전부터 정해둔 일정이었다.


그러다보니 마지막 수업을 하고 여러 일과 감정도 정리되지 않은채 일정 상 급히 떠날 수 밖에 없던 여행이었다.


하지만 낯선 곳으로 떠나 누리는

비일상성의 마법은 머리 끝부터 발 끝까지

나를 새로움으로 채워주었다.


띠르따 엠풀 사원에서 쏟아지는 물 속에 몸을 담그고

하나하나 정화의 의식을 거치는 것처럼

여행 내내 그동안 쌓여 있던 감정과 일의 무게가

조금씩 씻겨 내려가는 기분이었다.


아침을 열던 새 소리, 바다냄새가 담긴 바람,

해변에서 자유롭게 모래놀이 하던 아이들,

흙먼지 나는 길을 아이들과 함께 걷던 순간들.


돌멩이처럼, 나무처럼,

그저 존재하는 나로 충분한 삶.


모든 불안과 고민을 뒤로 제쳐놓고,

지금 이 공간에, 이 시간에 존재하는 나를

충분히 느낄 수 있는 이 순간들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순간이었다.


삶은 정해진 길을 걷는 것이 아니라,

내가 언제든 선택할 수 있는 여백이라는 걸

그 순간들이 깨닫게 해주었다.


그리고 이러한 삶은 동경의 대상이 아니라

내가 선택하고 실행하면 누릴 수 있다는 것,

그리고 생각보다 해볼만한 일이라는 걸 다시금 떠올렸다.


이번 여행에 함께한 나의 엄마와 아빠는

우리가 어릴 때 여행하던 시절을 항상 떠올리며

끝도없이 추억 이야기를 늘어놓았다.


그만큼 우리 부모님 또한 나와 동생이

도민이와 도은이만했을 때부터

전 세계 곳곳을 함께 여행했기때문에

30년이 지나도록 그때의 이야기를 추억삼아

꺼내보고 또 꺼내보며 행복해할 수 있는 거겠지.


도민이와 도은이가 성인이 되었을 때,

나 역시 지금 이 행복했던 시절들을 떠올리면서

수많은 추억의 보석들을 수도없이 꺼내보고

아이들과 공감할 수 있다면 얼마나 행복할까.


모든 투자에는 때가 있듯이,

지금 이 시기에는 평생 꺼내볼 수 있는

가족의 시간과 추억에 투자해야할 때인 것 같다.


본질적으로 여행자이던 나를 다시 찾고,

여행이 좋았던 이유를 다시금 떠올리며,

내년에는 꼭 우리 가족이 완전체로서

길게 떠나고 싶다는 마음을 다졌다.


스스로 자유로울 수 있는 길을 선택해봐야

인생의 주도권은 항상 나에게 있고,

내가 선택하기 나름이라는 자신감이 생긴다.


결국 그 경험이 일상에서 어떠한 좌절을 겪더라도

다시 나를 일어서게 하는 힘이 되어주기 때문이다.


이렇게 떠나야지만 보이는 것들이 있다.


물론 모든 일에는 걱정과 고민이 따르지만,

이번 여행은 그런 의미에서 우리에게 첫 연습이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백지 위에 새롭게 그리는 삶을 앞두고,

조금 더 나에게로, 우리 가족에게로,

집중할 수 있도록 방향키를 잡아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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