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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나온 걸 후회하지는 않는다

물론 대부분이 힘든 시간들이지만 말이다.

by 윤지민

"엄마, 나 ‘여행’이랑 ‘행복’으로 이야기 만들고싶어.

어떤 사람이 여행을 하면 행복하다고 말했어~

근데 어떤 사람이 사실 도민이야!"


말놀이 게임을 좋아하는 도민이와

이번 여행에서 단어 뽑아서 이야기 만들기 게임을

많이 했는데, 마지막 날 이렇게 말해주었다.


추석 연휴 주간 특별한 일이 없는데

올 해 연말까지는 바쁜 남편을 두고,

친정엄마와 애 둘 데리고 떠나기 2주 전에

비행기와 숙소만 예약하고 떠난 여행이었다.


그래도 알차게 다낭과 호이안 구경을 하고,

쿠킹클래스도 가고, 리조트도 충분히 즐겼다.


웃고 떠들며 신나게 놀다가도,

피곤할 땐 울고 보채며 엄마만 찾는 애들의

수발을 들다가를 반복하는 3박5일이었다.


힘든 순간들도 있었지만, 떠나온 걸 후회하지는 않았다.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여행에서만 볼 수 있는 찐한 웃음과 행복,

새로움에서 오는 흥분, 자유로움이 있기 때문이다.


돌아오는 밤 비행기, 아이 둘을 겹쳐 눕혀 재우느라

엉덩이 반쪽을 겨우 걸쳐 눈도 못붙이는 내 자신을 보면서

곁에 앉아있는 친정엄마를 생각했다.


연년생 남매를 데리고 다녔을 엄마의 30대를

내가 지금 그대로 다시 살고 있구나.


엄마의 젊음과 열정을 먹고 큰 내가,

이제 내 젊음과 열정을 그대로 내 아이들에게 나눠주고있구나.


베트남에서 가장 좋았던 순간이 언제인지 묻자,

우리의 일정을 순서대로 읊는 아들과

“엄마 여기 너무 재밌다. 나중에 또 오자!”

이렇게 또박또박 말해준 딸.


이 순간들이 다시 오지 않을 것을 알기에

마음껏 즐기고 행복해했다.


아이 둘이 벌써 많이 커서 데리고 다니기가

예전보다 확실히 많이 수월해졌다.


언제 이렇게 컸나 아쉽기도하지만,

이제 더 편하게 데리고 다닐 수 있겠다는 생각에

앞으로 함께할 여행들이 설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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