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대학원생 4학기의 시작을 앞두고

by 윤지민

박사과정 4학기의 등록금을 냈다. 벌써 수업을 들어야하는 마지막 학기의 등록을 마친 것이다. 어마무시한 등록금 고지서를 받아들때마다 과연 나의 이 투자 비용은 언젠가 회수될 수 있는 비용일까 아닐까에 대한 고민을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작했으면 끝은 봐야한다는 생각에 통장이 텅장이 될지라도 또 다시 학교로 돌아간다.


지난 학기는 어떻게 지나갔는지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로 기억이 별로 없다. 원래 3학기가 가장 힘들다던데 나 역시 그랬다. 나의 학문적 흥미를 충분히 돋구는 수업이 없어서였을까, 나의 학문적 흥미 자체가 사라져버렸기때문일까. 한 학기 내내 한번도 학교에 집중했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냥 16주를 꾸역꾸역 출석만이라도 제대로 하자는 마음으로 버텼고 뭘 배웠는지도 모르게 한 학기가 지나갔던 것 같다. 내가 왜 이 공부를 하고 있으며, 이 공부가 나에게 대체 어떤 성장과 깨달음을 주는지 제대로 느낄 틈도 없었다. 그만큼 내가 체력적으로나 학문적으로나 지쳐있었기 때문이 아닐까싶다.


4학기의 시간표가 떴을 때, 사실은 또 한번 학교에 실망했다. 기대했던만큼 듣고싶은 수업이 많지 않았기 때문이다. 마지막 학기인만큼 내가 공부하고 싶고 관심있는 분야의 수업이 더 열리기를 기대했건만 생각보다 적은 수업 수에 실망스러웠다. 한번 더 학교가 문제인지 내가 문제인지 다시 돌아보게 되었다. 아무래도 이미 예전에 잃어버린 나의 학문적 흥미 때문이라는 잠정적 결론을 내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학기를 꾸역꾸역 다시 등록하겠다 마음먹은 단 한 가지 이유는 마지막이기 때문이다. 이번 학기까지만 수업을 들으면 적어도 나에게 주어진 필수학점은 모두 이수하고 수료는 할 수 있겠다는 사실 때문에 다시 한번 용기를 냈다. 그렇게 없는 용기를 짜내었으면서도 대체 무슨 깡인지 제일 어렵고 과제도 많다는 수업들을 골랐다. 이왕 내는 비싼 등록금 아깝지 않으려면 어렵고 힘들더라도 배울 게 많은 수업을 듣고싶다는 마지막 자존심 때문이다. 과연 내가 버텨낼 수 있을까 싶으면서도 그토록 배울 게 많은 수업이라면 그동안 잃어버렸던 나의 학문적 흥미를 다시 찾을 수 있을까라는 마지막 희망을 걸어본다.


방학이 끝나기 전, 지도교수님을 뵈러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다. 교수님께서 이번 학기 내게 주신 미션은 나만의 영역을 찾으라는 것이었다. 이번 학기가 끝나면 나는 이제 논문의 세계로 들어가야한다. 더이상 학생이 아닌 '진짜 연구자'로 성장해야하는 것이다. 관광이라는 이 넓은 분야 안에서 지나치게 관심사가 다양한 나는 그 중에서도 어떤 분야의 전문가가 되고싶은지를 스스로 깊게 고민해볼 시간이다. 관광 안에서 관광정책을 선택하는 것까지는 마음을 정했는데, 그 중에서도 어떤 영역의 정책을 깊게 공부하고 싶을지 더 많이 알아보고 경험해야한다. 어쩌면 이미 늦었을지도 모르겠다. 진작에 정했어야하는데.


어쩌면 이번 학기는 나에게 아직 진로(?)를 탐색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이자 유예기간이라는 생각도 든다. 박사과정을 시작하는 것만으로도 나는 진로가 정해지는 거라 생각했는데 이 안에서도 진로 고민은 아주 끝이 없다. 그만큼 깊게 파고들어야지만 만날 수 있는 것이 나만의 학문일거라 마지막으로 한번 더 기대해보면서 또 다시 나는 학교로 돌아간다. 개강이 조금 무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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