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재를 대하는 방법”
버나뎃은 앞으로도 여전히 불안정할 것이다.
엘지는 여전히 버나뎃을 대하는 방법을 완벽히 알지 못할 것이다.
사랑을 유지하기에는 버나뎃은 너무 천재이고,
엘지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다.
그들의 삶은 어떻게 흘러갈까.
이 질문은 결국 이렇게 바뀐다.
ㅣ“천재 같은 사람을, 우리는 어떻게 대해야 할까.”
뉴스와 다양한 매체 속에는 늘 천재들이 등장한다.
엘론 머스크, 빌 게이츠, 모차르트, 프리다 칼로.
분야를 가리지 않고 ‘범인(凡人)’의 상식을 벗어나 사는 사람들이 있다.
실제로 그들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는 일은 쉽지 않다.
하지만 어떤 방식으로든,
그런 사람과 대화를 나눠 보는 경험은 분명 값지다.
ㅣ그들은 “내가 원하는 내 일을 위해 어떻게 살아야 하는지”에 대한 힌트를 준다.
나는 이쪽 일을 하며 사회적으로 대단한 사람들을 꽤 많이 만났다.
하지만 진짜 “천재”라고 부를 만한 사람은 단 두 명이었다.
그리고 공교롭게도, 그중 한 명은 예전에 사귀었던 연인이었다.
처음에는 나 역시 내가 천재인 줄 알았다.
대부분 스스로 “나, 예전에 천재였어”라고 말하는 사람들의 특징이
실제로는 천재가 아니었던 것처럼,
나 역시 그 뒤로는 재능의 한계만 묵묵히 맛보게 되었다.
하지만 그녀는 그런 사람이 아니었다.
그녀는 자신이 속한 특정 분야에서 데뷔와 동시에 최연소 타이틀을 달았다.
데뷔작은 그해 최고의 작품 중 하나로 꼽혔고,
둘째, 셋째, 넷째 작품까지 연달아 극찬을 받으며
지금은 그 분야에서 “대표 작가”라고 불리는 사람이 되었다.
ㅣ이제 겨우 20대 후반에 이 모든 걸 이뤄낸 것이다.
혹시 나이 차 많이 나는 어린 여자를 만난 줄 알까 봐 덧붙이자면,
우리는 세 살 차이였고, 나도 아직 서른둘이다.
아무튼 그녀가 데뷔하기 직전에 우리는 헤어졌다.
처음 그녀가 자신이 쓴 글을 몇 편 보여줬을 때,
나는 단번에 알 수 있었다.
ㅣ“아, 이 사람은 진짜 천재구나.”
어떻게 알 수 있었냐고 묻는다면
이성과 감각이 한꺼번에 작동하는 영역이라 설명이 쉽지는 않다.
그래도 굳이 말로 옮겨 보자면, 이런 느낌이었다.
ㅣ세상이라는 스케치북 위에 한 번도 본 적 없는 색을
신나게 뿌려대는데, 그 그림이 너무 황홀했다.
연애를 하는 동안, 그녀는 아침마다 전화를 걸어
어젯밤에 꾼 꿈 이야기를 해줬다.
그 꿈들은 도저히 내가 꿀 수 없을 것 같은,
상상조차 쉽지 않은 장면들로 가득했다.
나도 글을 쓰지만, 분야도 다르고 스타일도 달랐다.
그래서 그녀에게 열등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다만, 그런 생각은 했다.
ㅣ“나도 저런 꿈을 한 번쯤 꾸어 보고 싶다.”
왜냐하면 내 꿈은 항상,
그림자조차 없는 흑백에 가깝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가능하면 그녀의 색을 지켜 주고 싶었다.
알록달록한 세상에 내가 가진 흑백이 덕지덕지 묻어나는 것이
결코 좋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지켜 주는 마음과는 별개로,
사랑하는 사람을 이해하고 싶어 하는 마음은 멈출 수 없었다.
그녀가 보고 있는 세계를 조금이라도 함께 보고 싶었다.
그러나 아무리 노력해도,
ㅣ나는 끝내 그녀를 온전히 이해할 수 없었다.
그녀를 이해하기엔, 나는 너무 평범한 사람이었기 때문이다.
천재를 사랑한다는 것은 이런 일이었다.
서로 사랑하지만, 누구보다 서로의 세계를 이해하고 공유하는 데 한계가 있다.
그리고 역설적으로, 그 간극을 메우려 애쓰는 과정에서
천재가 아닌 쪽이 먼저 산산이 부서지는 느낌을 받게 된다.
아마 천재에게는,
자신의 세계를 평생 이해시키고 공유하려 애쓰는 일이 숙명일 것이다.
나는 이제 막 그 출발선에 선 사람을 사랑했던 셈이다.
시간이 흘러, 우리는 다른 연인들과 다르지 않게
평범한 이별을 했다.
나에게 그 이별은,
다른 의미에서 하나의 해방이기도 했다.
천재의 옆에서 느껴야 했던 압도감과 무력감에서
조금은 벗어나게 해주는 해방.
그래서 나는 지금도 생각한다.
ㅣ우리는 정확히 “천재를 대하는 방법”을 모른다.
나 역시 그렇다.
다시 천재를 만난다고 해도,
이번에는 잘 대할 수 있을지 확신할 수 없다.
그들의 마음은 엉킨 실타래보다 풀기 어렵고,
섬세하면서도 쉽게 상처받는다.
그래서 그들이 특별한 것이다.
<어디 갔어, 버나뎃> 속 버나뎃 역시 그런 사람이다.
천재성을 가진 여성, 공황과 번아웃,
사회가 요구하는 “좋은 엄마”와 “좋은 아내”의 역할 사이에서
계속해서 흔들리는 사람.
이 작품 안에는 페미니즘, 천재성, 공황장애, 여성 서사 등
여러 층위의 시선이 겹쳐 있다.
버나뎃을 한 사람의 “천재이자 여성”으로 바라본다면,
우리는 묻게 된다.
그런 사람을 사랑하는 일은 무엇인가.
그런 사람 곁에 서 있는다는 것은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내 곁에 있는 누군가 역시,
어쩌면 조용한 버나뎃일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어디까지 상상해 볼 수 있을까.
[작법 노트] 특별한 사람을 글로 다루는 시선
객관적 업적보다 ‘내가 받은 인상’을 먼저 적어라: “최연소 수상, 최고의 작가” 같은 이력은 중요하지만, 독자가 가장 궁금해하는 것은 “그 사람을 가까이에서 보면 어떤 느낌인가”이다. 아침마다 들려주던 꿈 이야기, 처음 읽었을 때 온몸이 쏟아지는 느낌 같은 인상들을 먼저 적으면, 인물이 더 살아난다.
이해하려다 부서지는 ‘나’도 함께 쓴다: 특별한 사람 이야기를 쓸 때, 우리는 종종 그들을 우상처럼 그리거나, 반대로 비판하는 데만 집중한다. 하지만 진짜 힘을 주는 건 그들을 이해하려다 부서지는 내 모습까지 함께 적는 것이다. “나는 너무 평범해서 끝내 이해하지 못했다”라는 고백이 들어갈 때, 글은 영웅담이 아니라 인간 이야기가 된다.
질문으로 마무리하라: 천재나 특별한 사람에 대한 글은, 명확한 해답을 내리기보다 질문을 남길 때 여운이 길다. “어떻게 대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은 곧 “나는 어떤 사람과 함께 살고 싶은가?”라는 질문으로 이어진다. 결론을 단정하지 말고, 마지막 문단에서 한 번 더 묻자. “내 곁의 누군가도, 어쩌면 조용한 버나뎃이 아닐까?” 이런 질문이 독자의 마음속에서 오래 머무는 결말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