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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헤븐 Jun 07. 2024

퇴원하자마자 응급실, 다시 입원

퇴원 후 4일 차, 다시 재입원.... 좌절과 희망 사이 

6/3일 퇴원 후 3일 차인 6/5일 첫 외래진료를 보던 날. 

인천에서 수서까지 아침부터 정음과 나, 그리고 친정어머니와 남편은 부산스럽고 정신없었다. 모든 게 '처음'인 우리에게는 퇴원 후 외래 또한 처음이었기에 그랬으리라. 미리 익혀둔 머릿속 동선 대로 도착하자마자 우선 소아 채혈실에서 피검사를 위한 통만 접수, 받고 바로 소아청소년과 진료실 옆의 통원치료센터에 다시 접수, 피검사를 마치고 원무과 도착 접수, 몸무게를 재야 하지만 아직 걷지도 서지도 못하는 정음은 하지 못한 채 나의 감에 의해 대략적인 몸무게를 시스템에 등록했다. 



외래 진료는 2시간 전에 와야 한다. 

피검사 결과에서 나오는 백혈구, 적혈구, 혈소판, 호중구 수치 등을 확인한 이후에 '치료'가 결정되기에. 그리하여 우리는 피검을 마친 후 2시간 정도 대기. 휠체어 타는 것을 무척 힘들어하기에 지하 주차장에 주차된 차 안 시트를 눕혀서 겨우 대기. 대기하면서 미리 삼성서울병원 앱을 통해 정음의 피검사 결과를 나는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런데....



호중구 수치 30....



이때부터였을 거다. 그나마 암환자평균 수치라는 1,000에서 불과 며칠 사이에 뚝 떨어진 저 숫자를 보자마자. 내 심장이 쿵쾅대고 갑자기 눈물이 팡하고 터져버릴 것 같은 기분은. 쌓아 올린 정보와 지식에 의하면 수치가 바닥이고 열까지 나면 거의 입원이 확정된다. 입원해서 다시 병원생활 하는 걸 너무 힘들어하는 정음을 앞에 두고 감히 '입원해야 될 수도 있어'라는 걸 말하지 못한 채 이상하게 눈물이 계속 나서 차 밖에서 거의 오열하다시피 했다. 오후 1시가 되어 올라갔고 정음의 차례... 너무나도 다행으로 '수치주사'만 맞고 약 처방 후 바로 귀가... 나는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알 수 없었다. 설마 다시 그렇게 걱정했던 입원을 하게 될 것이라는 걸... 정말 너무 기뻤는데. 수치주사만 맞고 귀가 조치 하시는 선생님이 정말 구원자 같았으니까. 다만 선생님의 말씀이 내내 걸렸지만 


수치 낮았을 때 열이 나면 바로 응급실로 와야 해요 


이때까지만 해도 우리는... 아니 나와 너는 좌절하지 않았지. 주사만 맞고 집에서 잘 케어될 줄 알았었는데 




가정간호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았지만 친정어머니와 나는 마치 한 달은 더 한 것 같은 익숙함(?)과 피로함을 느끼고 있다. 거동하지 못한 채 누워만 있어야 하는 환자를 간병하는 일이란.......... 그 어떤 국어적 표현을 찾는 데 나는 실패하고 만다. 아주 많은......... 고단함과 노력과 인내와 버팀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가끔 엄마와 농담을 주고받기까지 되었다. 33kg 인 아이도 이렇게 힘든데, 누워 있는 거동 못하는 어른 간병하는 건 정말 장난 아닐 거 같다고.. 그러니 다들 요양병원에 맡겨 버린다고... 



이런 농담을 주고받으면서도 그럼에도 정음은 집에 와서는 그나마 다소 편안했다. 몸과 마음은 언제나 힘들지만 정음이가 좋아하는 모습을 간간히 지켜보면서 희망을 느끼고 있었다. 그랬는데. 정말 그랬었는데. 오후 3시 30분. 평소처럼 열 체크를 하다가 약간의 이상 현상을 감지했다. 37.5도를 잘 찍지 않았는데. 한껏 예민해진 나는 20분에 한 번씩 열체크를 시작했다. 들쭉날쭉 불쑥 올랐다가 쑥 떨어지고. 내가 잘못 쟀나 싶어서 평소 재던 같은 부위가 아닌 다른 팔 겨드랑이에 재보기도 하고. 그럼에도 잘 떨어지지 않는 열. 자꾸 37도에서 웃도는 열 패턴...



평소보다 조금 더 화끈거리고 열이 나는 것 같았어... 그래서 나는 더 예민해졌지...




일반인과 암환자의 '열'은 다르다. 감염주의가 필수인 소아암 환자인 정음은 특히 더. 열패턴이 불규칙했으나 그 안에도 나름의 '평소'의 패턴은 있었다. 나만 아는 패턴... 그래서 더 예민하게 관찰할 수밖에 없었다. 왜냐하면 정음이는 봄날의 산불 같은 존재니까. 방심은 금물이고 그야말로 좀 극단적으로 말하자면 열났는데 늦게 조치하면 '시한폭탄'인 존재나 다름없다..



병원에서 인천은 너무 멀다.. 왔다 갔다 아이 고생시킬까 봐 안절부절 고민하면서 저녁시간이 지나가고 있을 즈음. 37.1도 찍자마자 안 되겠다 싶어서 응급실행 결정. 다행히 밤엔 막히지 않아서 40분 - 막히면 쥐약이다; - 9시가 다 되어 도착한 응급실... 사실 나는 항생제만 맞고 갈 줄 알았다. 이때까지만 해도 정음이도 입원은 생각지도 못했지만 불안해하면서 계속 묻긴 했다. 



집에 언제 갈 수 있어? 우리 밤늦게 오는 거 맞지? 오긴 오는 거지 엄마...



일반인의 열은 암환자인 너의 것과 너무 다른 것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 예민해질 수밖에 없다.....
설마 입원까지 할까 싶었는데.........



수치가 낮을 때 열이 나거나 아이가 힘들어하면 응급실로 와야 한다. 그러나  그때 이후부턴 거의 입원이 확정적이라는 말을 나는 마음속으로 절망하면서 아이를 어떻게 달래야 하는지, 얼마나 또 입원을 해야 하는지, 몇 번이나 애를 끓이고 속을 태워야 했다... 소아암 병동인 8층에 자리가 나기를 내내 기다리면서. 12시 자정이 지나자 간호사의 호출이 있고 우선 급한 대로 7층 일반소아병동으로 병실이 잡혔다. 정음은 잠들어 있었고 나는 아이를 겨우 깨워 다시 병실로 우리는 이동해야 했다.. 



퇴원한 지 불과 4일 차, 응급실을 오고 다시 입원을 한 정음과 나. 

현재 우리는 7층 2인실에 자리를 차지한 채 다시 주치의 선생님의 퇴원 신호를 간절히 기다리고 있다. 물론 퇴원이 능사가 아니라 치료가 우선이라는 본질을 모르지 않는다. 그러나 정음의 상태가 간절하게 집을 향해 있다. 식음을 전폐한 채 울다가 잠들다 다시 울다가 겨우 눈을 떠 내내 짜증과 눈물을 보인다... 아이를 달래는 데 지치다가 겨우 겨우 달래서 밥을 조금 먹인다. (겨우 겨우 먹였다.....) 그리고 아이가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고 좋아하는 외할머니를 만나 지금 겨우 심적 안정을 취하는 중이다. 할머니가 급히 가져다주신 최신형 갤럭시 탭 S9과 기타 필요한 물품을 잽싸게 준비해 주신 구원자 같은 외할머니.... 







인생은 모순 투성이라는 걸 알고는 있었지만 정말이지 모든 순간이 더 그렇다는 걸 절절히 경험으로 시간으로 통감하고 있는 중이다. 정음을 지키기 위해 예민해져야 하고 응급실로 오는 건 너무 자연스럽고 당연하지만 동시에 응급실에 오는 걸 무척이나 후회하는 이 엄청난 모순적 감정의 간극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입원을 해야 하지만 동시에 입원이 네 마음이 전연 도움이 되지 않기에. 다만 치료에 도움은 되기에. 그 경계에서 나는 아마 내내 극도의 긴장 상태로 내내 지내게 되지 않을까.... 



악성뇌종양 수모세포종. 소아암 환우들에게 사실 한 달에 한 번씩 항암 화학요법 치료 이후에 0에 가까운 바닥 수치를 찍을 적마다 응급실이나 입원은 너무나도 기본이라 한다. 아무리 관리하고 감염 방지 노력을 해도 어쩔 수 없는 건 어쩔 수가 없는 것.... 다만 나는 기원하는 중이다. 정음이가 너무 힘들지 않기를. 그저 어서 입원한 만큼 어서 치료받고 호전되어 다시 외할머니가 계신 집으로 그 보금자리로 가서 안정을 돼 찾으며 다시 간호할 수 있기를... 



기대치가 점점 낮아진다... 대신 어떤 생각들과 실행들은 더욱 생활밀착형이 되어간다. 정음이 너만 생각한다... 더욱 너의 '매 순간' 딱 그만큼만 생각하게 되어 간다. 오늘 하루. 딱 오늘 그 순간 자체. 너무 먼 미래를 생각해서 좋을 게 하나도 없어서. 우리는 이렇게 점점 더 매 순간을 절실하게 살아가게 되어가고 있다... 먹고 자고 말하고 소통하는 순간. 거기에 더 욕심내자면 네가 더 웃고 조금씩 몸을 자유롭게 움직이는 일... 



창문 밖으로 저 타워를 다시 보게 될 줄은 몰랐는데. 이젠 익숙해져야 하는 것일까. 익숙해지고 싶지 않은 것들을 익숙해져야 하는 게 숙명이라면. 그 순간들 또한 되도록 순순하게 받아들이고 즐기고도 싶어 진다. 오늘 정음이에게 눈물과 속상함과 내내 가시지 않는 급박한 나의 심박수를 연신 눌러 가면서 했던 이 말을 떠올리면서. 



우리 캠핑 왔다 생각해 볼까. 병원 편의점. 다 털어보자. 비록 먹지 못해도 다 사줄게! 

시간은 가니까. 평생 여기 있지 않아. 정말 별 거 아냐.

정음아... 앞으로도 정말 아무것도 아니야. 별 거 아냐. 정말 이 정도쯤 아무것도 아니니까. 



저 타워를 다시 보고 싶지 않지만. 익숙해져야 할까.. 



자면 시간이 금세 지나간다는 말을, 정음은 기억하고 있는 걸까... 병원에선 자꾸 잔다... 


잠시 혼자가 되는 순간... 노트북에 몇 십분, 이렇게 글을 쓰고 나야...

눈물은 흐르지 않고, 급속도로 뛰는 심박수와 극도로 쌓인 긴장을...이완시킬 수 있다... 

물론 알고 있다. 병원에 있어야 그나마 짬이 나고 글로 나마 감정을 휘발 시킬 시간이 주어진다는 걸. 

집에서 간호하면 그 시간마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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