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진장초에 드러나는 이순신의 백성에 대한 사랑
무한 경쟁 시대의 오늘날 여러 회사들은 고객만족경영이 매우 중요하다고 내.외부로 강조를 하고 있다.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결국 그 기업이나 조직의 생존에 직결이 되기 때문이다. 조직은 부가가치가 있어야 존속할 수 있다. 요즘은 이런 경영방식을 ESG경영이라고 하여 환경(Environment)·사회(Social), 지배구조(Governance) 세가지를 얼마나 균형있게 챙기느냐로 해당 기업에 대한 투자까지 검토하는 흐름으로 변해가고 있다.
하지만 조직이 오래되거나 내부적으로 항상 이런 부분들이 일깨워지지 않는다면 정말 엉뚱하게 업무가 돌아가는 경우가 많이 생긴다. 실례로 예전에 들은 이야기인데 회사에 면접을 보러 온 사람이 스스로 면접실 문을 열고 들어가려고 하자 면접진행자가 지원자의 손등을 툭치는 일이 발생했다고 한다. 면집진행자는 매뉴얼대로 하려고 노력했고 그 매뉴얼의 순서를 깨는 피면접자의 행동이 싫었겠지만 채용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좋은 인재가 자신의 고객임을 잊어버렸던 것이다.
이런 일들은 다양한 곳에 발생을 하고 있다. 표를 달라고 할 때는 몸을 낮추던 정치인이 당선이 되고 나서는 다양한 특권을 누리면서 고객인 국민을 무시해서 사건이 터지는 경우를 우리는 심심치 않게 TV화면에서 보고 있다.
그럼 군인의 고객은 누굴까? 시민이고 백성이다. 그런데 군인이 자신의 고객에게 칼을 겨누는 경우도 많다. 2013년 이집트, 시리아 등은 정부가 국민에게 총을 쏘고 심지어는 화학무기까지 썼다는 의심을 받는 상황이다.
고객이 누군지 모르는 조직이나 인력은 부가가치가 없기 때문에 존재의 의미가 퇴색된다. 이순신 장군은 항상 고객의 입장에서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임진장초-파옥포왜병장』을 보면 고객의 아픔을 자신의 아픔처럼 느끼는 이순신 장군의 모습이 잘 나타나 있다. 피란을 가는 수많은 사람들을 지켜 보며 애련한 정을 잊을 수 없다고 하며 이들을 구호하려 노력하는 모습이 보인다.
이순신 장군은 고객의 안전을 지키는 사람으로 항상 최선을 다했다. 자신의 공적을 높이려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챙긴 것이다. 안골포 해전에서 있었던 일이다. 적의 운반선과 병선 59척을 유인하여 대부분 불태워 없앴는데 남은 왜적이 육지로 달아났다. 보통은 남은 배들을 모두 불태워 없앨 것 같은데 이순신 장군은 남은 배를 그대로 두었다. 왜 그랬을까? 만약 다 불태우면 왜적이 산으로 들어가서 숨어있는 국민을 해할까 걱정했기 때문이다.
적에 대한 역지사지, 백성에 대한 역지사지가 이 정도로 철저하게 이루어졌으니 모든 일을 행할 때 거의 실수가 없었던 것은 아닐까 싶다.
이런 세심한 노력들이 백성의 신망을 만들어 냈다. 이순신 장군이 죽자 거리의 비천한 사람들까지 모두 땅바닥에 엎드려 진심으로 통곡했다고 하니 진정한 고객만족경영은 이런 것이 아닐까 한다.
이순신 장군은 원균을 싫어했는데 그 이유 중 하나가 수급을 얻기 위해 무엇이든지 할 것 같았기 때문이다. 자신의 국민조차 해할 수 있다는 것이 싫었던 것이다. 난중일기를 보면 그런 내용이 기록되어 있다. 경상수사 원균의 군관과 가닥 첨사의 사후선 등이 섬에서 들락날락 하는 모습에 이들을 붙잡아 원수사에게 보냈더니 원균이 크게 화를 냈다고 하는데, 이들이 고기잡이드들의 머리를 베어오려 했기 때문이라고 적혀 있다.
원균은 수급을 얻기 위해서라면 같은 편하고 다툼까지 벌이는 등 자신의 공을 위해서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다. 하지만 조정에서는 수급을 많이 베어 올리는 원균을 용장勇將높게 평가하는 경향도 있었으니 참 한심하기까지 하다. 이순신 장군은 장계에서 몇 차례 이런 부분을 언급하고 있지만 나중에 조정에서는 이런 부분을 정확하게 알아주지 못했다. 현실을 바로 보지 못하는 조직은 성장할 수 없다.
하지만 원균이 짧게 이익을 보았을지는 모르지만 역사는 준엄한 심판을 한다. 원균을 존경하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우리는 누구나 각자의 입장에서 고객을 가지고 있다. 고객이 누구인지 모르는 사람은 그 일에서의 존재의미가 퇴색된다는 것을 다시금 상기하면 좋을 것 같다.
사진 : 임진장초. 문화재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