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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위대한 도전

<그림동화> 자비와 골이의 탈출여행

by 클루 clou

자비는 엘리베이터도 처음 봅니다.

사실 현관문 밖으로 나왔을때 모든 것이 처음인 것이죠.

아기가 눈을 떠서 세상을 처음 바라본 것 처럼요.


골이는 아무렇지 않다는 듯, 한번 더 멋진 점프를 보여주었습니다.

골이의 아름다운 코로 내려가기 버튼을 누른 순간,

어김없이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지요.


자비에게 엘리베이터 체험은 겁이 나기도 했지만,

골이를 믿고 가보기로 다시 한번 다짐했습니다.

자비는 엘리베이터 뒷쪽에 바짝 붙어서 어서 빨리 내려가기만을 바랐고,

골이는 여유있게 팔짱을 끼고 그런 자비를 안타깝게 바라보았죠.

문이 자동으로 열리고 나서야 자비는 1층으로 내려왔다는 것을 실감했습니다.

그리고 세번째 관문으로 가기 전, 확인해야 할 상황이 있었죠.


"오, 다행히 자고 있어."

1층 보안요원이 깜빡 잠든 새벽, 자비와 골이는 그의 눈을 피해야만 진짜 밖으로 나갈수 있었죠.

골이가 먼저 앞으로 뛰어가는데 자비의 발이 쉽게 떨어지질 않습니다.

자비의 몸이 말을 듣지 않는 겁니다.


"너 안 오고 뭐해!"


"어.."


자비가 갑자기 회상을 하기 시작했어요.


'생각해 보세요. 내가 우리집 화장실에서 몇번의 겨울을 보냈는지 모르겠어요.'


"임둥~ 눈 온다~"


"엄마! 엄마! 눈 내려!"


"임둥임둥~ 첫 눈이야!"


자비는 지난 몇년간 겨울마다 거실에서 가족들이 외치는 말들을 들어왔습니다.

실제는 눈도 구경하지 못했죠.

그렇다고 딱히 슬프다는 생각을 한 것도 아니었습니다.

문에서 떨어졌을때도 거실로 나가지 못하고,

한동안 구석에서 앉아 있다가 제자리로 돌아가곤 했죠.

'그러다 골이 덕분에 이제 겨우 야경 몇번 본 게 전부인걸요.'

'실제 바깥 세상은 아무도 모르는 거에요.'


"저기 봐봐. 저게 우리 마을 야경이야."


'골이 말대로 별거 없을 수도 있지만,

나는 어쩌면 지금 가장 위대한 도전을 앞두고 있는거죠.'


회상에 빠져 멍하니 있던 자비를 정신차리게 만든건 골이의 속삭이는 호통이었어요.


"자비야~ 빨리 안오냐고!"


"아, 어.."


(다음편에 계속)


본 동화는 인스타툰을 통해 그림책으로 만나볼 수 있습니다.

https://www.instagram.com/p/DDWmHSBPGYz/?igsh=MXNvdHg3dmEydzRjZQ==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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