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된 얘기지만, 굳이 나눠보자면 클루씨도 한 때는 얼리어답터 측에 속해 있었다.
MP3가 나왔을 때도, 디카가 나왔을 때도 가족 그 누구보다 먼저 구매했고,
친구들 사이에서도 나름 빠른 편이었다.
그러다가 점점 슬로우어답터로 변해간 시점이 아이폰 출시와 맞물린다. 클루씨는 줄곧 갤럭시폰 유저였기 때문이다. 어쩌면 기억을 더듬어 억지로 꿰어맞춘 것일 수도 있지만, 그때는 얼리어답터란 군 미필 대학생들 나이대의 전유물이라고 생각했을 수도 있다. 그럼 그 시점은 좀 더 거슬러 올라간다.
쉽게 얘기하면, 대학교 1학년때 닥터마틴 신발이 유행해서 닥터마틴 신발을 친구와 함께 사러 쇼핑을 간 적이 있었는데, 언제부턴가 그 유행을 부질없다고 생각하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거리에 많은 사람들이 같은 옷을 입고, 같은 신발을 신어도 개의치 않았다. 그게 나다운 거라고, 개성있는 거라고 나름 자부하며 살아왔는데, 오랫동안 아주 여러 방면에서 그 자세를 견지하다 보니 일종의 아집으로 변해버린 듯 하여 참으로 안타까움을 금할 수 없다.
흔히 말하는 SNS의 시대가 왔고, 그저 카톡 하나면 모든게 다 될줄 알았건만 라인, 페이스북, 텔레그램, 트위터, 인스타그램, 틱톡 등등 말 그대로 범람 수준이 되었다. 말그대로 단순하게 사람과 사람 사이의 사회적 네트워크를 위한 도구일 줄만 알았는데, 지금은 하나의 문화, 그리고 거대 자본주의 체제 아래에 하나의 산업이 되어버렸다.
각설하고,
스레드(Threads)라는 어플을 일주일 전에 설치했다.
물론 자매품인 인스타그램은 언제인지 모르지만 유명무실하게 깔려 있었다.
<그림동화-자비와 골이의 탈출여행> 홍보를 위한 빌드업의 일환이었는데, 뭔가 새롭게 시작하는 기분은 언제나 설렜고, 기대반 두려움반으로 첫 글을 업로드했다. 그리고 첫날이 지나지 않아 여러 개의 하트와 팔로우, 댓글까지 받고 나니 정말 내가 드디어 이 세계의 일원이 되었구나라는 인정을 받은 듯 했다.
그러나 그 착각은 3일을 가지 못했다.
첫 스레드의 팔로워들과 응원의 댓글을 달아준 고마운 친구(?)들이 다음 게시글에 전부 찾아온 것도 아니었고, 언제 그랬냐는듯 응원도 차갑게 식어버렸다. 현실은 이토록 냉정했다.ㅎ
스레드를 이용하면서 신기했던 것 중에 하나가 '스팔? 스하리? 1,000명 프로젝트'같은 해시태그였는데, 일단 서로 생판 모르는 사람끼리 팔로워부터 늘려보자는 두레 같은 조직 운동(?)이었다. 오롯이 목적이 1,000명만 채우면 되는건지, 일주일도 안되어 목표 달성했다는 사람, 한달 만에 몇천명이 되었다는 사람도 있었다.
일단은 부러웠다.
숫자가 부러운건데 그 사람들은 하루에 최소 수십명에서 수백명까지 낯선 사람들의 스레드를 다니며 댓글을 달고 팔로우를 하고, 부지런히 운동을 한 것이기 때문에 그 결과물을 얻었으리라.
그리고 그 다음 액션은 뭐가 되는 걸까. 문득 그게 궁금해졌다.
이렇게 많은 사람들이 팔로워가 최소 천명에서 수천명씩 될텐데, 팔로워들과 진지하게 소통할 수 있을까.
벌써 곳곳에서 팔로워들과의 소통에 피로를 호소하는 이용자를 여럿 보았다. 댓글만 달아도 하루에 꽤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고 호소하고 있었다. 그래서 답변을 못해도 이해해달라는.
SNS라는 것이 결국 소통과 공유의 장이고, 내가 올린 글이든, 그림이든, 영상이든 많은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은게 사람 본능일텐데, 클루씨는 그럼 원하는게 무얼까.
답은 간단하다. 두레 운동을 하는 사람들과 똑같다. 다만, 천천히 가고싶을 뿐이다.
아무리 빨리빨리 급한 사회라 해도, 그 유행에 잠식되어 내 색깔을 잃어버리고 싶지 않다.
브런치처럼 클루씨의 게시글을 읽어주는 고마운 사람들과 천천히 소통하며, 나아가야지.
클루씨 첫 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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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번째 스레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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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스레드.(메인 업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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