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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Oct 14. 2023

결혼을 망설이는 이유

까놓고 생각해 보자. 노골적으로.

능력이 있던 없던 모든 아버지는 열심히 일해서 가족을 부양해야 했다. 어머니는 알뜰살뜰 살림하고 아이들 뒷바라지를 억척같이 해내야 했다. 부모의 희생과 헌신이 당연한 시절이 한참 동안 이어졌었다.


아이들은 툴툴거리긴 했지만 많은 형제들과 아웅다웅 때론 치고받으며 성장해 갔다.


이런 시절이 좋았다고 이야기하는 게 아니다. 가난했고 쪼들리고 거칠었고 모두들 자신의 역할을 하며 살아내기에 바빴다. 게 중에는 중산층 이상으로 성공하는 집도 있었지만 더러는  탈락하거나 몰락해서 파탄 나는 집도 많았다. 


그럼에도 결혼하고 자식을 낳으며 가정을 꾸리는 게 당연한 시절이었다.


지금은 어떨까?


각자의 노동에 대해 남녀가 서로 다른 생각을 한다. 자신이 하는 일이  힘들고 상대방은 쉽고 만만하고 때론 즐거운 일을 한다고 여긴다.


남편은 아내가 집에서 드립커피를 마시고 헬스와 수영을 하는 여유를 누린다고 생각한다. 장보기는 쿠팡과 컬리가, 요리는 간편식과 배민이 해결해 준다. 청소와 설거지는 로봇청소기와 세척기가 열일한다.


아내는 남편이 회사에서 컴퓨터로 적당히 일하고 여직원과 노닥거리다 저녁에는 맛집 찾아 회식이나 하는 줄 안다. 모든 드라마가 대개 사무실 풍경을 이렇게 묘사한다. 그래도 회사가 돌아가나. 결국 남편의 월급을 어렵고 힘들게 번 돈이라고 여기지 않는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서 연애시절의 콩깍지가 떨어지면 남자는 자신이 힘들게 돈 벌어서 여자를 먹여 살리고 나아가서 모시고 살아야 하나. 그 대가로 자신이 받는 게, 뭐 있지라는 생각이 들기 시작한다.


여자도 하루종일 집에 갇혀서 집안일이나 하고 있는 자신의 처지가 불만이긴 마찬가지다.  자유롭게 친구들과 여행하거나 취미 활동 포기하고 집에 갇혀 살림하면서 받는 게 고작, 남편 월급과 식어버린 애정? 성에 안 찬다.


이런 셈법으로는 결혼이 유지되기도 어렵고 성사되기도 쉽지 않다. 양쪽의 입장과 계산이 너무 다르기 때문이다. 결혼이라는 게 자신이 밑지는 장사라는 생각이 커진다. 손해라고 느낀다.


남녀가 한 집에서 같이 살고 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주판알을 튕기는 계산이 아니라 상대방에 대한 사랑헌신이 바탕이 되어야 한다. 


내가 힘들더라도 상대방을 행복하게 하는 게 나의 기쁨이고 뿌듯함이라는 아름다운 착각이 사랑이고 애정이다.


이런 사랑, 이런 애정 더 이상 작동하기 어려운 세상이다. 나는 계산기 들지만 상대방은 눈이 멀기를 바란다. 착각하지마시라. 상대방도 계산기 들고 있다... 


결국 결혼은 점점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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