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 의전에 대한 단상

과한 의전은 이제 바라지도, 하지도 말자.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고위 임원이나 대표이사 또는 회장 등 높은 분들을 모셔야 하는 자리가 생기기 마련이다. 이런 경우 어떤 수준의 의전이 적당할까?

실적은 못해도 살아남지만, 의전에 실패하면 집에 가야 한다.

예전엔 이런 말이 있었다. 정주영, 이건희, 김우중 등 왕회장님이 제왕으로 군림하던 시절, 당시 재계에 오너 회장님들은 그야말로 황제와 같은 의전을 받았다고 전해진다. 내가 직접 본 것은 아니기에...

요즘은 의전도 많이 간소화해졌다. 삼성그룹의 JY가 직접 가방을 들고 출장을 다니는 모습도 자주 포착된다.

그만큼 이젠 의전이라는 게, 과하면 오히려 시대에 뒤떨어지는 그런 시대가 되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느끼고 깨닫게 된 점이 있다. 바로 등거리 법칙이다.

과하게 의전을 하고 매사 굽신거리는 사람은 대개는 보이지 않는 곳에선 그 굽신거린 만큼 악담과 험담을 하는 걸 자주 보게 된다. 앞에선 굽신굽신, 뒤에선 악담.

많이 굽신거리고 의전을 과하게 하면 더 심하게 악담을 하고 때론 배신도 서슴지 않는다. 가신이라고 불리는 헌신적인 분들의 경우는 당연히 의전이 과하지 않다. 그들의 의전은 익숙하고 자연스럽다.

왜 등거리법칙이 작동할까?

과한 의전을 하는 사람의 경우 윗분들에게 잘 보이고 싶은 욕망이 가득하다 못해 불타는 사람인 경우가 많다. 윗분 앞에서 양손을 비비면서 한마디 한마디에 초긴장하며 어쩔 줄 몰라한다.

그만큼 윗사람의 눈에 들고 싶은 욕심과 욕망이 가득하고 혹시나 윗사람의 눈밖에 나거나 찍힐까 노심초사한다는 말이다. 욕심에 비해 실력이나 역량이 안된다는 말이기도 하다.

윗사람이 이 사람을 중용하지 않는다면? 의전 한번 잘했다고 중용되는 경우는 사실 매우 드물다. 이런 사람은 그때부터 윗사람의 험담과 악담을 하고 다닐 확률이 높다. 이번에 가까이서 봤더니 회장님이 이런 짓, 저런 짓을 하더라. OO대표가 이런 말도 안 되는 이야기를  하더라는 등 이런저런 말을 옮기고 지어내고 과장한다.

과한 의전을 하는 사람들의 심리는 그래서 이중적이다. 자신의 자존심이 구겨진 만큼 다른 식으로 만회하고 싶은 욕구가 생겨난다. 높은 분들의 개인적인 뭔가 - 사실은 아무것도 아닌 사소한 것이지만 - 를 안다는 식으로 자기 입지를 강화하는데 쓰기도 한다.

반대로 의전이 과하지 않고 편안하게 눈높이를 맞추는 사람이 대부분 보이지 않는 곳에서도 한결같다. 그래서 개인적으로는 과한 의전을 하는 것도, 받는 것도 좋아하지 않는다. 배려하면서 불편하지 않게 하는 정도면 현대사회의 적당한 수준이라고 생각한다.

왕회장과 대표, 고위임원들이여, 황제 의전 따위는 생각도 하지 말기를. 시대에 어울리지도 않고 그런 대접을 받아 받자 돌아오는 건 험담과 악담. 시샘뿐이다. 

의전이 과하면 과할수록 뒤에 먹게 되는 악담과 욕도 더 걸쭉해진다. 자신의 가오를 세워서 알량한 우월감을 잠시 느끼는 것 빼고는 좋은 게, 하나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