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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살의 내가 천당에 갈까?

십 년 전의 나와 지금의 나는 같은 사람인가?

by 조은돌

우리는 영속적일 거라는 착각 속에 자아라는 개념을 갖지만 사실은 조금 그리고 때론 많이 다르다.


막 태어났을 때의 나, 10살 때의 나, 스무 살 때의 나와 오십 살. 칠순의 나. 치매로 정신이 혼미해진 나.


누가 나일가?


나라고 하는 실체를 특정 시공간에 실존하는 존재로 규정할 수 있을까?


불교에서 말하는 무아(無我)의 개념. "이 뭐꼬?"라는 불교 참선수행의 화두는 이 질문에 대한 답을 찾으라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나, 현재 시점의 내가 가장 업데이트된 최상의 버전이라고 다들 생각한다. 경험과 경륜, 경험과 지혜가 축적된 나라고 착각한다.


과연 그럴까?


늙어 외롭고 의기소침하고 노욕과 노추로 얼룩진 70대의 내가 삼십 대의 창창하던 나보다 더 낫다고 할 수 있을까?


이십 대, 청춘의 꿈을 갖고 세상을 긍정하며 눈이 반짝 반짝하던 이십 대의 나와 삶에 지치고 닳아서 여기저기 눈치 보는 명퇴 직전, 노견 꼴인 오십 대의 나. 누가 더 나답다고 할까?


나라고 하는 아상(我相)에 집착할 일, 아니다. 세월 흘러가면서 조금이라도 버전 업이 되길 바랄 뿐이다.


죽음 이후 천국이나 극락에 가는 영혼이 있다면 그 영혼은 어느 나이, 어느 버전의 내가 가는 게 맞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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