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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은돌 Aug 10. 2023

인공지능, 거품 좀 걷어내자!

과장된 인공지능(AI), 좀 살펴보자

알파고 이후 한동안 수면 밑에서 조용히 연구개발되던 인공지능(AI)이 챗GPT의 등장으로 다시 한번 관심과 기대가 폭발하는 양상이다. 거기에 로봇까지 인공지능이 탑재되어서 금방이라도 인간 노동자는 불필요한 시대가 될 것 같은 이야기가 공공연히 기사화되고 인용되고 있다.


심지어 인간 고유영역으로 생각해 온 창작과 예술의 영역까지도 인공지능이 대체할 것처럼 떠들어 대고, 소설 에세이 회화 같은 그림 그리기도 곧 AI가 하게 될 것이라고 흥분한다. 정말 조만간 그렇게 될까?



잠시 다른 이야기를 해 보자.


소설 창작 또는 스토리텔링이라는 것을 살펴보자. 어떤 주제를 가지고 어떤 소재로 어떤 시대적 공간적 배경에서 이야기를 어떻게 풀어 나갈지에 대한 구상을 먼저 해야 한다. 이게 시간과 에너지를 엄청 잡아먹는 일이라는 것은 글 좀 써본 사람이라면 누구나 알고 있다. 어느 정도 생각이 정리된 다음엔 이제 컴퓨터를 켜서 자판을 두들기기 시작한다. 초고를 완성하고 난 다음엔 대개 조금 묵힌(?) 다음 다시 수정작업을 한다. 만족할 때까지. 그리고 편집자에게 보낸 다음 지적 당한 부분을 자의 반 타의 반 고쳐야 한다. 수정, 수정, 수정. 스토리를 탄탄하게 하기 위해, 감동을 더 효과적으로 전달하기 위해. 억지스러운 비약을 덜어 내기 위해. 이런 지난한 과정을 거쳐야 책 한 권이 겨우 세상에 나올 수 있다.


그러면, 창작 과정은 어디서부터 어디까지를 창작이라고 할 수 있을까? 창작자가 컴퓨터 앞에 앉아서 초고를 타이핑하는 그 작업만을 창작활동이라고 할 수 있을까?


챗GPT가 할 수 있는 것은 특정 주제에 대한 일반론 수준의 밋밋한 초고를 제시해 주는 정도이다. 물론 이것도 도움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이 초고 만들기가 창작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얼마나 될까? 20%? 30%?


인공지능이 마크 트웨인의 문체와 스타일을 흉내 내서 그럴싸한 이야기를 만들어 낼 수는 있어도 마크 트웨인이 노인과 바다에서 수백 번의 수정 작업을 거치며 담아내고자 했던 인간 실존의 고뇌는 담아내지 못한다.


"인간은 패배하도록 창조된 게 아니야. 인간은 파멸당할 수는 있을지 몰라도 패배할 수는 없어"

- 노인과 바다, 마크 트웨인


인공지능은 인간이란 좌절 속에서도 끝내 패배하지 않기 위해 다시 일어서는 운명론적 존재라는 마크 트웨인의 철학적 고뇌를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물론 인공지능은 마크 트웨인처럼 우울증 끝에 엽총으로 자살을 하지도 하지 않을 것이고.


두 번째로 인공지능이 가장 빨리 대체할 것이라는 프로그래밍에 관해 살펴보자.


이미 ChatGPT나 코파일럿 등 AI 툴이 개발 현장에서 많이 활용되고 있다. (과거에 코드 탐색은 주로 구글링이었지만....)


개발 프로세스를 잠깐 살펴보자. 특정 업무를 IT 시스템으로 개발하려면 일단 현장에 가서  업무를 어떻게 하고 있는지 비즈니스 프로세스를 살펴보고 이해해야 한다.


그 과정에서 IT 기술로 구현하면 자동화될 것들은 무엇이고 여전히 인간이 개입해서 key-in 해야 하는 것들은 무엇이고 등등 각각의 프로세스를 세밀하게 정의한 다음 IT 시스템으로 구현할 프로세스를 설계해야 한다. 이 과정이 꽤나 지난하고 어렵다. 하지만 일단 프로세스가 잘 정의되고 상세설계까지 하고 나면 코딩은 사실 일사천리가 된다.


물론 개발 과정에 여러 프로세스가 엉키면 나중에 다시 재설계하기도 하고 결함이 생기면 디버깅이라는 어려운 재작업을 하는 경우도 생기기도 한다.


요지는 전체 과정에서 코딩이라는 물리적인 프로그래밍 작업이 차지하는 비중이 전체 개발 과정에서 대략 20% 또는 많아야 30% 선이라는 것이다. 이걸 AI가 지원해 준다고? 좋긴 한데 만약 AI의 도움을 받아서 코딩 작업의 생산성이 30% 좋아졌다 해도 전체 과정에서는 대략 10% 미만의 개선이 일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인공지능이 얼마나 인간의 노동을 대체할 수 있는지를 창작과 코딩 두 가지 예로 살펴보았다. 두 과정 모두 나름의 복잡한 준비와 기획과정, 개념과 방향을 잡는 사전 준비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난 다음에 뭔가를 만들어 낸다. 창작과 코딩의 경우에는 프로토타입을 만든 다음 또 지난한 수정작업과 재작업을 거쳐야 한다.


즉 1차 창작 자체는 전체에서의 비중이 10~20% 미만이고 이 분야를 AI가 대체하기도 어렵지만 대체한다고 해도 나머지 80~90%의 일은 인간이 여전히 해야 한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노동대체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비현실적이고 과장된 기대라는 이유이다.



언론이나 미디어에서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해서 너무 과하게 포장하고 심지어 테크와 관련된 일을 하는 분들도 이 엄청난 과장과 과한 마케팅에 대해서 입을 다물고 있다.


챗GPT가 특정 주제에 대해서 접근하는 방식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과는 다른 방식을 취한다. 많은 데이터를 통해 학습된 알고리즘으로 통계적으로 가장 확률이 높은 관련 단어들을 순차적으로 배열해 내고 있을 뿐이다. 그 방식이 프로그램 랭귀지가 아닌 자연어라는 우리가 쓰는 언어형태이고 또 거기다 대화형이다 보니 우리가 쉽게 착각하는 것일 뿐이다. 쌍방향 소통을 하다 보면 무의식적으로 우리는 자기도 모르게 상대방 즉 AI를 의인화하기 쉽다.


그럼 앞으로 계속 발전하면 결국 인간처럼 자의식을 갖게 되고 지능을 갖게 될까?


현재로선 당분간 불가능해 보인다. 왜일까? 우리는 아직 인간이 어떻게 자의식을 형성하고 생각의 구조를 만들며 학습을 해서 지능을 만들어 가는지, 정확히 알지 못한다. 느낌과 감정은 어떻게 형성되고 그것이 이성과 어떻게 상호작용해서 지능과 인성, 인격이 만들어지는지도 아직 잘 모른다. 뇌과학이나 정신과학이 발전하면서 조금씩 알아 나가겠지만 아직도 갈 길이 멀다.


자신도 잘 모르는 것을 어떻게 학습시킬 수 있으며  하물며 그것을 어떻게 만들어 낼 수 있겠는가? 나에겐 원숭이에게 타자기 두드리는 훈련을 시키다 보면 어느 날 햄릿을 써낼 수 있게 될 거라는 이야기와 비슷하게 들린다. 안된다는 이야기다.


AI나 로봇 개발에 종사하는 많은 개발자분들과 엔지니어들의 노력을 폄하할 생각은 없다. 그들의 노력으로 인간이 해야만 했던 많은 일들이 어찌 되었든 부분 부분적으로 빠르게 자동화되거나 AI로 대체될 것이다. 그런 노력과 기술의 진보가 인류가 살아가기 더 편하고 편리한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데, 기여할 것이라는 데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인공지능과 로봇에 대한 너무 과장된 주장과 마케팅이 단기 실망으로 이어져 오히려 이 분야에서 노력하는 연구자와 엔지니어에게 어려움을 가져오고, 인공디능 기술이 침체되거나 외면받지 않을까, 기우를 하게 된다.


자의식이 생긴 AI가 인간에게 적대적으로 변해서 인간을 멸종시키면 어떻게 하냐 따위의 스토리로 사람을 현혹시키지 않기를 바라고 또 현혹되지 않기를 바라며 이 글을 썼기에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


별첨 : 글을 마무리하다가 인공지능은 이 주제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할지 갑자기 궁금해져서 챗GPT에게 물어보았다. 놀랍긴 하다. 내 생각하고 조금 결이 다르지만 그래도 얼뜨기 기자나 마케터들보다는 균형 잡힌 의견을 제시했다. 아래는 ChatGPT의 답변, 그대로입니다.


인공지능(AI)에 대한 관심과 소란은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반응을 불러일으켰습니다. 한편으로는 많은 전문가들이 의료, 금융, 교통, 엔터테인먼트 등 다양한 산업을 혁신할 수 있는 AI의 잠재력에 열광합니다. 증가된 효율성, 향상된 의사결정 및 혁신 가능성을 포함한 이점들이 약속되고 있습니다. 기계 학습 및 자연어 처리와 같은 기술들이 발전함에 따라 그 가능성에 대한 진실된 열광이 있습니다.

다른 한편으로는 AI의 능력을 과장하는 데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있습니다. 일부 AI 응용 프로그램은 실제로 그들이 얼마나 더 발전되거나 지능적인지보다 더 발전된 것처럼 제시되어 비현실적인 기대를 야기할 수 있습니다. 이는 기술이 과장된 약속을 실현하지 못할 때 실망을 불러일으킬 수 있습니다.

AI의 빠른 진보는 윤리적 및 사회적 우려도 일으켰습니다. 일자리 이동, AI 알고리즘의 편향, 개인 정보 보호, 보안 및 AI 기술 남용 가능성과 관련된 문제로 책임 있는 AI 개발 및 배포에 대한 논의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AI 연구와 실제 응용을 구분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일부 첨단 연구의 효과가 눈에 띄게 나타나지만, 이들이 즉시 실제 사용에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이론적 개념에서 실용적 구현으로 이동하는 데 필요한 시간과 자원을 이해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AI의 궁극적인 잠재력은 여전히 탐색 중입니다. 일부 전문가들은 현재의 AI 기술이 인간 지능 수준에서 작업을 수행할 수 있는 인공 일반 지능(AGI)으로의 보다 고급 형태로의 전환을 위한 기반 블록이라고 믿습니다. 그러나 AGI를 달성하는 것은 명확한 일정 없이 복잡한 도전입니다.

요약하면, AI 주변의 흥미는 긍정적이고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습니다. AI 개발에 균형 잡힌 시각으로 접근하는 것이 중요하며, 흥미로운 가능성을 인식하면서도 제한과 잠재적인 위험에 대해 인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 분야가 계속 발전함에 따라 다양한 측면에서의 AI의 영향을 잘 판단하기 위해 정보를 습득하고 비판적으로 주장을 평가하는 것이 필수적입니다. 2021년 9월에 마지막으로 업데이트된 이후에도 AI 분야의 발전이 있을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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