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조은돌 Aug 19. 2023

재택근무는 한때의 유행?

아, 옛날이여~~

코로나 팬데믹으로 급격하게 활성화되었던 원격근무, 재택근무, 유연근무가 빠르게 사라지고 있다. 심지어 원격 화상회의 솔루션의 대명사였던 Zoom마저도 직원들에게 사무실로 출근하도록 지침을 바꿨다.


재택근무, 유연근무는 코로나로 한 때 반짝한 근무형태에 불과했나? 한 때 재택근무가 생산성을 떨어 뜨리기는커녕 오히려 생산성을 높이고 직원들의 만족도를 높인다고 목소리 높이던 컨설팅회사와 그 많던 보고서들은  어디로 갔나?




코로나라는 특수 상황에서 불가피하게 도입되었던 제도였지, 우리 기업문화에서는 재택근무가 자리 잡기 어렵다고 생각한다. 재택근무나 유연근무가 가능하려면 세세하고 구체적으로 직원들의 직무에 대한 정의가 선행되어야 한다. 특정 부서의 특정 직원이 해야 하는 일이 명확하게 정의되어 있어야 하고 그 외의 일은 주어지지 않아야 한다. 그 직원의 직무가 바뀌기 전에는. 미국이나 서양의 기업들은 정말 책 정도 두께의 직무 기술서(Job Description)를 바탕으로 채용 면접을 진행한다.


우리는 보통 잘해봐야 한 페이지 짜리 모호한 직무 기술서로 채용을 진행하고, 그 직무가 모호한 만큼 해야 하는 일은 광범위하다. 이 일도 하고, 저 일도 하고. 닥치는 대로 해내야 한다. 그때그때 다양한 일을 처리하고 해결해야 한다.


개발자 또는 영업과 같은 일부 업무는 KPI나 성과관리가 나름 명확한 직무도 있긴 하다. 하지만 경영관리나 기획, 전략, 마케팅, 품질과 같은 영역은 업무의 회색지대가 넓게 퍼져 있고 회사 상황과 우선순위에 따라 그때 그때 해야 하는 일이 바뀌기 마련이다.



그래서 우리 기업에서는 재택근무가 어렵다. 직장 상사가 매일매일 내리는 지시를 받아서 수행하고 보고하고 다시 재실행하는 구조이기 때문이다.


직장 상사의 지시 또한 더 윗선의 결정에 따라 수시로 바뀌기 마련이다. 시장상황과 경쟁 구조가 변하기 때문이다. 좋게 보면 우리 기업들이 갖고 있는 유연성이고 나쁘게 보면 임기응변식 땜질 처방으로 꾸려나가는 구조다.


이런 식의 문화에 기반한 조직운영은 사실 대면문화가 더 효율적이다. 정말이지  많고 많은 회의가 이를 증명해 준다. 게다가 우리의 소통방식은 생략과 맥락을 중시한다. 그때그때 눈치껏 상사의 지시를 이해하고 받아서 실행해야 하는 상황이 일상 다반사다. 개떡같이 이야기해도 찰떡같이 알아듣고 실행해 주는 직원이 능력자인 세상이다. 아직까지는.


그래서 재택근무는 물 건너갔다. 울며 겨자 먹기식으로 재택근무를 경험해 본 기업들이 재택근무를 다시 도입할 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전 23화 인과와 확률의 세계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