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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미의 의미

원래 의미가 없는데 사라질 의미가 있는가

by 조은돌

세상에 존재하는 수많은 생명과 물질. 수없이 많은 별. 그들은 존재의 이유가 있어서 존재하는 것일까?


나라고 하는 존재는 왜 이 세상에 존재할까? 태어났기 때문에? 그럼 왜 태어났을까? 태어나기 이전에는 어디에 있었을까? 있긴 했나?


이런 질문에는 명확한 답이 없다. 생명의 근원과 죽음에 대해 인류가 모두 알아내지 못했기 때문에.


나의 존재, 나의 의식은 왜 존재하는가? 꼭 존재해야 하는가? 무슨 의미가 있어서 존재하는가?


원시지구의 번개와 폭풍우, 질소 탄소 산소의 우연한 화학적 결합으로 탄생한 원시 생명으로부터 36억 년이 흐르는 동안 다양한 종이 번성하고 생명진화를 끝없이 반복한 결과 인류라는 종이 등장했다. 나라는 존재는 그 끝에 이렇게 존재하게 되었다. 그럼 우연의 산물?


나라는 개체는 시간과 공간을 떠나서 존재하는 뭔가 영적인 존재일까?


탄소, 산소, 질소, 수소 등으로 이루어진 화학적 유기물 덩어리에 불과할까?


DNA 정보를 후세로 넘겨주기 위해 종족보존의 교미를 하려고 프로그램된 유전자 전달 로봇일까?


만약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생명체에 사실 별다른 존재이유가 없는 거라면? 인류의 삶도 그저 그런 우주적인 우연의 결과이고 우연조차 그다지 특별한 의미가 없다면?


오늘날 생명 존엄성대해 이견을 다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코로나 바이러스는? 벼룩은? 쥐는? 바퀴벌레는? 그들의 생명도 소중한 것인가? 아니면 생명의 가치에도 차등이 있나?


존재 자체에 의미가 있을까? 아무리 생각해도 없어 보인다. 우리 존재의 특별한 이유를 알 수 없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하나? 뭐라도 존재의 이유를 만들어야 내야 한다. 무엇으로?


욕망이다. 영생의 욕망과 종교. 부의 욕망과 자본주의. 인간이 존재하는 이유를 만들어 내서 무의미와 허무로부터 인간을 방어해야 한다. 인간이 스스로 존재 이유가 없고 그냥 우주적 우연의 결과일 뿐이며 특정 의도로 탄생한 의미 있는 생명도 존재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닐 것이고. 그냥 이 우주에 머물다 앞으로 몇백 년 안에 멸종하고 사라질 존재라는 걸, 깨닫는다면 어떻게 될까?


자신이 아무런 가치가 없고 누구에게도 사랑받지 못하는 존재라는 깨달음만큼 사람을 무너뜨리는 건 없다. 자신이 무쓸모이고, 아무도 자신에게 관심을 갖지 않는다는 것. 무의미한 존재라는 허무함. 인간이 이것을 극복해 낼 수 있을까?


이것을 극복하기 위해 진화과정에서 고안된 것이 욕망이고 도파민이고 아드레날린일지도 모른다. 개체보전을 위한 식욕과 종족보존을 위한 성욕이 인간을 허무로부터 벗어나 뭔가를 추구하게 만든다.


하지만 결국 진정한 구원은 없다. 세상 살면서 중요하다고 붙들고 있던 의미와 생각들이 사실 착각이고 집착이었다는 걸 죽음 직전에 대개 눈치챈다. 구원 자체도 인간이 지어낸 개념일 뿐 무의미를 구원할 수는 없다.


너 자신을 알라는 소크라테스의 명제는 두 가지를 이야기한다. 존재의 의미 없음과 무상함을 깨쳐라. 그리고 비교할 필요 없는 저마다의 고유성으로 존재하라. 이것이 우주의 티끌 같은 존재가 갖는 무의미의 의미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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