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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트레스는 밖이 아니라 안에서 온다.

스트레스와 우울은 불안과 욕심이 일으킨다.

by 조은돌

최근 회사 생활을 하면서 스트레스가 심해졌다. 진행해 온 사업이 잘 풀리지 않고 있고, 그 와중에 구성원 몇몇은 사직의사를 밝혔다. 전략을 다시 점검하고 수정하고 다른 방식으로 접근해서 문제를 풀어 보려고 시도하고 있다. 그래도 속 시원하게 일이 진척되지 않는다.


추진하는 일이 내 뜻대로 풀리지 않고 구성원들도 내 마음처럼 움직여 주지 않는다. 스트레스와 짜증이 치밀어 오른다. 곧 연말인데, 여러 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는 중이다.




잠깐 짬을 내어 내 마음을 들여다본다.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 게, 스트레스의 원인인가? 하지만 대부분의 세상 일이 다 내 뜻대로 흘러갔던가? 아니다. 가만 생각해 보면 내 뜻대로 일이 풀리지 않는다고 스트레스받을 일은 아니다.


그럼 왜 스트레스를 받을까? 실적부진과 성과가 미약해서 연말평가를 나쁘게 받거나 최악의 경우 해고될지 모를 두려움 때문인가? 언젠가는 우리 모두 회사를 떠나야 한다. 지금까지 근무한 것만도 잘했다. 퇴직 이후의 삶을 위해 나름 노후준비도 어느 정도 해 두었다. 덩실덩실 춤까지는 아니더라도 그만두라고 하면 기꺼이 그만 둘 마음이다. 인생이막에 대한 기대도 있고 독서나 글쓰기, 여행 같은 미뤄 두었던 버킷리스트도 한가득이다.


그럼 진짜 스트레스를 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시 곰곰 생각해 본 결과 두 가지를 를 찾았다.



첫 번째는 스스로에 대한 스스로의 과도한 기대치가 나 자신을 옥죄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 정도는 성공적으로 잘 해내는 사람이야라는 자신에 대한 기대, 주변에서도 그렇게 항상 인정해 주길 바라는 그런 욕심이 작동하고 있다는 것을 느낀다. 나잘난 사람으로서 뭔가를 과시하고 싶은 생각이 너무 큰 나머지 혹시 실패하지 않을까, 좋지 못한 결과가 나오지 않을까 하는 불안이 스트레스의 주범이다.


나 자신에 대한 과신, 과욕, 과도한 기대를 내려놓아야겠다. 내가 뭐라고. 내가 뭔가 대단한 일을 항상 해내는 그런 사람이라고 자신만만한 태도로 살아온 삶을 되돌아보았다. 가만 생각해 보면 이런 자세와 태도가 어려움에 처해서 스스로를 채찍질하고 단련해서 조금 더 성장하고 성취하도록 만들어 준 긍정적인 효과도 있었지만 반면에 제대로 풀리지 않을 때 스트레스받고 좌절하고 스스로에게 상처를 입혔다.


그건 스스로 또는 주변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래서 그들에게 실망을 줄지도 모른다는 것. 결국 답은 인정욕구이다. 주변으로부터의 인정과 대접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 그게 스트레스의 원천이었다.


그들이 인정을 하던, 하지 않던 나는 나이다. 나는 나로서 존재하고 나로서 살아간다. 그 삶이 대단하던, 초라하던 내가 살아내는 삶이다. 내가 행복하고 즐겁다고 느끼면 그만이다. 남들의 시선과 평가에 개의치 말고 내 삶을 온전히 행복하게 살아내면 된다. 제일 먼저 스스로가 스스로를 갈구는 버릇부터 버리자. 자학하는 버릇도 버리자. 온전히 나를 안아주고 사랑해 주는 소중한 시간으로 남은 생을 채우자. 그다음엔 남의 시선과 평가, 인정으로부터 자유로워지자. 그들이 어떤 평가를 하던 그건 그들의 자유이고 그들의 권리이다. 내가 관여할 바도 아니고 관여할 권리도 없다.



두 번째 이유는 욕심이고 탐욕이다. 내가 받은 것에 대해서 대가를 내어 놓지 않으려는 욕심이다.


지금의 나 자신이 받고 있는 급여, 회사 내에서의 지위, 주변사람들의 인정 등 많은 것에 대한 대가라는 것도 깨달았다. 내가 지금 누리고 있는 것들은 결코 공짜가 아니다. 그것을 얻기 위해서 내가 스트레스와 좌절, 노력, 땀, 시간을 대가로 내어 놓아야 한다. 누리는 것에 비해 대가를 제대로 내놓지 않거나 아니면 최소한만 내려는 마음은 도둑놈 심뽀다.


현재 누리는 것 또는 더 갖고 싶어 탐내는 것을 얻기 위해서는 당연히 그 대가를 치러야 한다. 그 대가 가운데 가장 큰 게 아마 스트레스일 것이다. 따져보면 스트레스를 받지 않는 것은 간단하다. 지금 현재 누리는 것을 모두 내려놓으면 된다. 포기하면 된다. 내놓기 싫다면? 그러면 스트레스를 감수해야 한다. 이 간단한 이치를 생각하니 스트레스가 그렇게 부담되지는 않는다.



스트레스와 짜증은 주변의 기대와 인정을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과 결과는 챙기고 싶지만 스트레스와 좌절이라는 대가는 지불하지 않으려는 이기심과 욕심 때문에 생긴다. 스트레스가 외부로부터 오는 것이라고 생각하지만 곰곰 생각해 보면 정작 스트레스는 내가 만들고, 키우고 그리고 스스로 자청해서 압박받는다.


내 마음이 그렇게 흘러가지 않도록 경계를 기울여야겠다. 가만히 마음을 들여다보고 난 다음 조금 스트레스가 줄어든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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