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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쓰지 말고 그냥 하기. 아님 말고.

끈기와 지속력의 비결

by 조은돌

뭐든지 잘하려면 오래 하면 된다. 아무리 머리와 재능이 없어도 오랫동안 붙들고 씨름하면 어느 정도는 잘하기 마련이고 대개는 수준급에 도달한다. 달인의 세계에 나오는 분들은 대개 그 일을 30~40년은 기본적으로 해오신 분들이 많다.


문제는 어떻게 끈기 있게 오랫동안 한 분야, 하나의 일을 지속하느냐이다.


정신력과 의지로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결론부터 이야기하면 거의 불가능하다. 우리 모두 작심삼일을 겪어봐서 안다. 삼일만 지나도 처음 결심할 때의 굳은 결심은 온 데 간데없고 갈대처럼 흔들리게 마련이다. 다이어트, 금연, 운동, 공부 등 많은 것들이 작심삼일만에 날아가 버리곤 한다.




그럼, 오래 지속하는 사람들의 비결은 무엇일까? 오래 지속하려면 어떤 것, 무엇이 필요할까?


오래 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아무것도 없어야 한다. 결심, 의지, 정신력. 이런 것들이 없어야 한다. 오래 하려면 그 일을 하는 게 자연스러워야 하고, 조금 수고스럽긴 하지만 엄청나게 힘들지는 않아야 한다. 재미는 있으면 좋고, 없어도 괜찮다. 단 그냥 할 수 있어야 하고, 해낼 수 있어야 한다.



결심, 의지, 정신력으로 해내는 것은 따로 있다. 단기간의 승부에 유효하다. 정신집중해서 치러는 반나절의 시험, 하루 또는 최장 이삼일에 걸친 인생 중대사는 정신력으로 조금 더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


하지만 일 년, 십 년, 이십 년 해나가야 하는 일은 정신력만으론 해낼 수 없다. 인간의 정신은 그만큼 강하지 않다.


대학입시까지 초등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도합 12년 동안 공부를 해야 한다. 12년 동안 정신력과 의지만으로 공부를 열심히 지속할 수는 없다. 수능 만점자, 고득점자들을 살펴보면 대부분 그냥 공부하는 학생처럼 보인다. 머리에 흰 띠를 두르고 "난, 할 수 있다"라고 두 손을 불끈 쥐고 공부하는 타입은 결코 아니다.


의지나 노력이 없이도 그럼 어떻게 꾸준히 해 낼 수 있을까? 그건 깨우침이다. 그 일이 어떤 의미인지, 무엇인지 왜 하는지 본인이 느끼고 깨우쳐야 하고 그다음은 그것을 즐기는 단계로 나아가야 한다. 단계마다의 목표를 낮춰서 하나씩 하나씩 성장하는 재미와 성취감을 느껴야 한다. 처음부터 너무 높은 목표를 설정하면 달성하기 어렵고 달성하지 못하면 자괴감이 들고 자포자기하게 된다. 과욕이고 과유불급이다.


욕심내지 말고 천천히 힘들이지 않고 뭔가를 재미있게 할 때, 오래 할 수 있다. 잘하려고 용쓰고 힘쓰면 오래갈 수 없고 오래 할 수 없다.


57일째 매일 글쓰기를 해오고 있다. 내가 매일 글을 쓴 원동력은 멋지고 훌륭한 글, 조회수가 빵빵 터지는 글을 쓰겠다는 욕심이 아니었다. 처음엔 이런 욕심도 없진 않았다. 솔직히. 이런 욕심으로 글을 써왔다면 벌써 포기했을 듯. 조회수, 좋아요가 아휴... 매일매일 글을 써야지 하는 정신력과 의지도 아니었다. 내가 글을 쓰면서 생각이 정리되고 성장하는 느낌, 글을 쓰면서 느끼는 자족감. 그냥 힘 빼고 글을 쓰는 게, 좋았다. 좋고 멋진 글은 뭐, 쓰다 보면 언젠가 쓸 수도 있지 않을까. 생각 한편으로 밀어 놨다.


편안한 주제와 소재를 정하고 너무 잘 쓰려고 하지 않고 그냥 썼다. 부족하지만 그래도 썼다. 이렇게 하니 57일 동안 매일 글쓰기가 가능해졌다. 365일 매일 쓰기로 한 나의 개인적인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까? 만약 완주한다면 지속력의 비밀에 대해 한번 더 자세히 이야기할 수 있을 것 같긴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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