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폴란드에서 시작한 둘째의 유치원생활

만 30개월, 드디어 유치원에 입성

by 늦봄

우리 둘째는 한국에서 어린이집을 7개월 정도 다니고 폴란드로 왔다. 첫째가 다니는 폴란드 유치원에서는 만 30개월이 지나야 입학을 시켜준다고 해서 만 30개월이 될 때까지 7개월 동안 가정보육을 했다. 폴란드 현지 nursery에 보내거나 폴란드/영어 이중언어 nursery에 보낼 수 있었지만 가정보육을 하기로 했다. 자차 없이 아이 두 명을 다른 기관에 등하원 시키는 것도 힘이 들고, 만 3세까지는 애착을 형성하는 데 있어서 엄마와의 관계가 중요하기 때문이기도 했다. 오빠와 함께 있으면 하루 종일 오빠에 치어서 엄마를 독차지하지도 못하고 장난감 하나도 눈치 보면서 가지고 놀아야 하는 불쌍한 둘째의 인생에서 잠시나마 오빠로부터 자유시간을 가지는 게 좋을 것 같았다.


그렇게 7개월을 보내면서 매일 오빠를 등원시키고 마트에 가서 좋아하는 빵을 하나 골라서 마트 벤치에 앉아서 먹는 루틴을 가지게 된 그녀. 하지만 매일 오빠가 등원할 때마다 본인도 교실에 같이 들어가고 싶다고 문 앞에 드러누워 우는 일도 많았다. 오빠를 하원시키러 유치원에 가면 하루 종일 이 시간만 기다렸다는 듯이 오빠친구들 사이에 끼어서 놀이터로 돌진했다. 자기도 아기유치원에 가고 싶다고 매일 목 빠지게 유치원 가는 날을 기다렸던 우리 둘째.


드디어 아이가 만 30개월이 되고 유치원에 첫 등원하는 날이 정해졌을 때, 아이는 매일매일 '10번 자면 유치원에 간다', '9번 자면 유치원 간다'하고 카운트다운을 하며 유치원 가는 날을 기다렸다. 사실 그때까지 둘째는 통잠을 자지 않았다. 자다가 깨면 빨대컵으로 우유를 먹어야 다시 잠들었다. 밤마다 한 번이나 두 번 정도 잠을 깨니 나도 힘들고 아이도 힘들고 충치도 걱정되어서 저 빨대컵을 언제 떼야하나 고민하다가 유치원을 계기로 빨대컵을 졸업하기로 마음먹었다. 둘째는 하루정도 빨대컵을 찾으며 울었지만 유치원에 가려면 빨대컵으로 우유 안 먹고 밤에 안 깨야한다는 이야기에 아이는 현실을 빨리 받아들였다. 그렇게 간절히 유치원에 가고 싶었나 보다.


드디어 유치원에 처음 등원하는 날, 둘째는 오빠손을 잡고 기분 좋게 엄마와 인사를 하고 교실로 들어갔다. 하지만 한 시간 후 아이를 픽업하러 갔을 때 선생님품에 안겨 울며 교실에서 나왔다. 너무나 가고 싶었던 유치원인데 오빠와 같이 아침간식을 먹고 놀다가 오빠가 자기 반으로 들어가야 해서 분리되자 울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다음 날부터 둘째는 아침에 등원할 때마다 울고, 오빠와 분리될 때마다 울었다. 결국 오빠가 동생반에서 같이 수업을 듣기도 하고, 동생이 오빠반에 가서 같이 수업을 듣기도 했다.


선생님들은 모두 입을 모아 첫째가 얼마나 둘째를 잘 챙기는지 너무나 깜짝 놀랐다며 매일 매일 그날 첫째의 활약을 알려주었다. 일과 중 동생반에 와서 동생이 잘 있나 확인까지 한다는 만 4세 첫째. 오빠의 친구들도 모두 둘째를 자기 동생처럼 돌봐주었다. 아이들이 같이 손을 잡고 뛰어다니거나 둘째를 꼭 안아주거나 하는 모습이 너무나 고마웠다. 둘째는 다행히 지난 7개월간 매일 보던 오빠의 선생님과 친구들 얼굴에 낯섦도 덜했을 것이다. 매일 한 시간 정도 유치원에 있는 시간을 늘려 약 2주 정도 적응기간을 마치고 오빠와 똑같이 스케줄을 소화하게 되었다. 이제는 더 이상은 울지 않고 오빠보다 먼저 교실로 뛰어들어가는 아이가 되었다.


유치원에 다닌 지 만 1개월이 지난 지금. 둘째는 담임 선생님이 아니라 같은 반의 한국인 오빠 K와 애착관계가 형성되었다. 우리 첫째가 자기 교실로 돌아가야 할 때, 선생님이 둘째를 K에게 맡겼다고 하더니만 이 오빠만 따라다니고 쫓아다니고 뛰어가서 안기고. 처음 그 모습을 보았을때의 충격이란....만 2세 딸아이의 첫 크러쉬인가 보다. 둘째가 유치원에 잘 적응하게 보살펴준 K가 너무 고맙다. 우리 둘째와 첫째가 같은 교실에서 활동할 때도 본인 오빠가 아닌 K 옆에 가서 앉는다는 우리 둘째. 엄마는 너의 첫사랑을 응원할게.


덕분에 나는 오랜만에 혼자만의 시간을 되찾았다. 아직까지는 장보고 돌아와서 청소하고 요리하며 보내는 자유시간이지만, 나도 나만의 활력소를 찾아보려고 한다.





keyword
이전 10화첫째의 폴란드 친구 집에 초대받은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