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도 여느 유럽학교들과 마찬가지로 6월 말에 학년이 끝나고 7월부터 방학을 시작하고 9월에 새 학기가 시작된다. 6월이 되면 학기를 마무리하는 분위기로 학교가 시끌벅적하다.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에서 6월 어느 주말에 다문화의 날 행사를 한다며 학부모들의 참여를 독려하는 연락이 왔다. 우리 아이들이 다니는 학교는 폴란드/영어 이중언어 학교인데 대부분이 폴란드 학생들이고 외국인 비율은 한국이 제일 높다. 국가별로 테이블을 준비한다고 하는데 제일 외국인 비율이 높은 한국이 빠질 수가 없지! 그래서 엄마들이 모여 한국테이블을 준비하게 되었다.
작년에도 다문화의 날 행사를 했었는데, 그때는 처음으로 열린 다문화의 날 행사였기에 한국가정들이 메뉴를 나눠서 요리를 준비해 오고 많이 신경을 썼다고 했다. 물론 작년처럼 집에서 요리를 해오면 좋겠지만 아이들을 케어하면서 요리준비를 하고 행사 준비를 하는 게 쉽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에는 작년의 경험을 조언 삼아 가정에서 직접 요리를 해오는 것은 힘이 드니 근처 한국식당에서 음식을 주문하기로 했다. 어떤 메뉴가 좋을지 많이 고민을 했는데 아무래도 진입장벽이 낮은 한국식 양념치킨과 핫도그를 준비하게 되었다. 다행히 학교 근처에 이 메뉴를 판매하는 식당들이 있어서 행사날에 학교로 배달을 해 주었다.
음식만 준비하기에는 뭔가가 부족한 것 같아서 한복 입어보기 체험을 준비하기로 했다. 다행히 한국에서 아이들용 한복을 다들 가지고 왔기에 어린이용 한복은 부족하지 않았다. 다만 조금 더 큰 초등학생용 한복은 다행히 행사 전에 한국에서 폴란드에 출장 오는 분에게 부탁해서 전달받아 사용할 수 있었다.
사실 나는 직장생활을 할 때 잡페어나 여러 행사에서 부스를 차려놓고 기관을 홍보하거나 하는 일을 많이 했었기에 학교에서 하는 이번 행사는 크게 걱정이 되지 않았다. 엄마들 사이에서 책임자가 있는 것도 아니고 서로 마음을 모아서 하는 일이었고 다행히 서로 손발이 잘 맞아서 준비가 잘 되었다. 행사 당일 학교에 도착해 보니 이미 행사가 한창이었다. 학교 운동장 전체가 행사장으로 변신해 있었다. 에어바운서에서 아이들은 뛰어놀고, 폴란드 전통음악이 흐르고, 바비큐 그릴이 준비되어 있었다. 한국 테이블은 행사장 입구에 마련되어 있어서 행사장에 들어오는 사람들에게 노출이 잘 되었다. 준비한 한국식 치킨과 핫도그는 정말 인기가 많았다. 옷걸이에 걸어놓은 한복도 여러 사람들이 입고 사진을 찍으며 좋아해 주었다. 한국 아이돌, 한국 화장품, 불닭볶음면과 같이 한국에 대해 친숙한 사람들이 많이 있어서 더 거부감 없이 다가설 수 있던 것 같았다. 학교에서는 9월 신학기를 맞이하여 신입생을 유치하기 위한 목적으로 이 행사를 준비한 것 같았다. 홍보가 잘 된 것인지 내가 사는 지역에 이렇게 외국인이 많이 있었나 싶을 정도로 많은 외국인들이 방문을 했다.
아이들도 즐거운 하루를 보냈다. 매일 가는 학교이지만 새로운 놀잇감과 새로운 분위기에서 즐겁게 뛰어놀았다. 새로운 학기에 다양한 국가에서 온 외국인 친구들이 더 많이 등록해서 더욱 다양한 문화를 아이들이 경험할 수 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