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에 첫째의 생일이 있었다. 폴란드에서 맞이하는 첫 번째 생일. 만 5세가 되니 제법 형아티가 난다.
문제는 생일파티를 어떤 사이즈로 준비할 것 인가였다.
유치원 친구들 생일파티에 초대받아서 몇 번 가본 적이 있다. 그리고 그 사이즈에 입이 떡 벌어졌다.
한국에서는 생일날에 케이크를 준비해서 유치원에 보내면 교실에서 다 같이 축하해 주고 집에서 케이크 자르고 선물증정식으로 마무리했었는데, 이곳은 무려 키즈카페를 대관해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이었다. 친구들을 초대하고, 그 부모와 형제자매까지 초대하여 케이터링 서비스를 불러 끊임없이 음식과 음료를 서빙하고, 아이의 이름이 새겨진 케이크를 주문하고, 애니메이터가 아이들과 끊임없이 놀아주고, 생일인 아이의 부모님은 파티의 호스트로서 손님들을 계속 챙기고 스몰토크를 하고...
모든 폴란드 가정이 이렇게 거창하게 생일을 챙기지는 않겠지만, 적어도 아이의 유치원 친구들은 그랬다....
그날 이후부터 첫째는 자기 생일이 얼마나 남았는지 물어보기 시작했다.
우리보다 먼저 폴란드에 온 한국가정에 물어보니, 폴란드친구들처럼 키즈카페를 빌려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너무 비용이 많이 발생해서 보통은 학교에 생일케이크를 가져가서 교실에서 친구들과 축하파티를 한다고 했다. 우리 아이의 다른 한국 친구들도 이제까지는 그렇게 생일날 교실에서 생일파티를 했기에 나도 그렇게 준비하면 되겠다 하고 생각해서 생일케이크를 주문하는 것만 알아보고 있었다.
하지만...
첫째의 생일 1주 전, 그리고 바로 생일 다음날, 유치원 같은 반 폴란드 친구들의 생일파티에 초대를 받았다. 두 친구 모두 키즈카페에서 하는 생일파티. 우리 아이는 자기 생일파티는 어디서 하는지 물어보기 시작했고, 유치원에서 한다고 하니 실망하는 표정이 역력했다...
아... 이를 어쩌면 좋지..
그렇다면 유치원 교실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과 별개로 집에 친한 한국친구들만 불러서 놀다가 집 앞에 키즈카페에 갈까? 어떤 음식을 준비해야 하지? 잡채와 피자? 접시와 그릇, 생일파티 데코레이션은 뭐가 필요할까, 열심히 검색 중이었는데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 아이 친구와 부모님을 초대하면 그 많은 사람들이 앉을 의자와 음식을 놓을 테이블이 없다. 우리 집 식탁은 4인용보다도 작다.
남편이 퇴근하고 오면 나는 매일 첫째의 생일파티 준비고민을 나누었다. '집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것은 아무래도 어렵겠다. 키즈카페로 친한 한국 친구들만 초대할까'라고 고민하는 내 이야기를 듣던 남편은 "파티룸이라도 대여하자"라고 해서 키즈카페에 가봤더니 파티룸만 대여 형식이 아닌 생일파티 2 시간짜리 패키지를 예약해야 파티룸을 사용할 수 있었다. 그럼 이게 사이즈가 커지는데? 갑자기 키즈카페에서 하는 생일파티가 되어버렸다. 이곳은 파티룸이 3개 정도 있는 키즈카페여서 우리가 예약하려고 하는 날에 다른 생일파티도 동시에 열린다고 했다. 유치원의 다른 친구들처럼 키즈카페를 통째로 대여하는 것보다는 작은 규모이고, 파티룸 한 개의 2시간 대여가 생각보다 엄청 비싼 가격은 아니었기에 그렇게 우리 아이의 생일파티를 키즈카페에서 여는 것으로 계획이 변경되었다.
아이 생일 1주일 전, 친구의 생일파티를 다녀온 날, 자기 생일은 어디서 열리는지 묻는 아이에게 '이건 비밀이야' 하면서 키즈카페 생일계획을 알려주었더니 너무나 기뻐했다. 본인이 초대하고 싶은 친구들이 더 있었지만 모든 친구를 초대할 수는 없기 때문에 비밀리에 초대한 친구들 이름만 알려주고 특급비밀임을 제차 강조했다.
드디어 키즈카페에서 생일파티를 하는 당일. 생일파티 시간에 맞추어 키즈카페에서 준비해 준 생일상에 둘러앉아 다과와 직접 준비한 피자와 케이크를 먹으며 아이는 행복한 2시간을 보냈다. 자기 생일파티로 알고 있는데 파티룸 대여를 하지 않고 그냥 친구들과 놀이만 했으면 얼마나 실망을 했을까. 다행히 아이는 생일 주인공으로서 마음껏 즐겼다. 친구들이 불러주는 생일축하 노래도 듣고, 친구들에게 한아름 선물도 받고. 그 옆에서 우리 둘째는 자기는 생일이 아니라서 케이크 불도 못 끄고, 선물도 못 받고, 조금 아쉬운 듯 보였지만 그래도 울지 않고 씩씩하게 오빠의 생일을 축하해 주었다. 그날 잠자기 전 아이는 아빠에게 "오늘 행복했어"라고 말했다고 한다. 그 말 한마디로 그동안의 고민과 고생이 다 날아간 것 같았다.
그리고 드디어 아이의 생일날이 되었다.
한 달 전부터 주문한 케이크를 픽업했다. 아이가 좋아하는 레고모양의 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생각한 것보다 좀 작았고, 함께 주문한 것으로 알고 있던 컵케이크가 주문이 안되어 있어 조금 당황했지만 어찌 되었든 아이 유치원에 잘 전달했다. 그날 유치원에서 보내준 사진에 보니 친구들 앞에서 생일케이크에 초를 붙여서 노래를 부르고, 다 같이 케이크를 나누어 먹는 것을 보니 아이가 생일을 즐겁게 보낸 것 같아서 다행이었다.
그날 저녁, 마트에서 산 케이크를 앞에 두고 세 번째 초를 불었다. 엄마 아빠가 준비한 선물 전달식도 있었다. 힘들게 한국에서 공수해 온 로봇이었다. 물론 둘째도 오빠와 함께 선물을 받았다. 첫째의 다섯 번째 생일은 이렇게 마무리되었다.
12월에 생일이 있는 만 2세 둘째에게는 아이가 좋아하는 사슴모양 케이크를 주문해 주기로 했다. 아이는 오빠 생일파티가 기억에 많이 남았는지 자기 생일파티는 어디서 하는지, 자기 케이크는 사슴모양이라며 지금부터 기대하고 있다.
아이들에게는 크리스마스보다 중요한 자기의 생일.
첫째가 낯선 땅 폴란드에서 생일을 즐겁게 보낸 것 같아서 다행이다.
둘째가 섭섭하지 않게, 둘째의 생일도 잘 준비해 봐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