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박보석 원정대 이야기
폴란드에서 처음 맞이하는 여름휴가.
폴란드에서 바다를 찾는다면 발트해를 맞닿은 그단스크가 있다. 그단스크는 제2차 세계대전이 시작된 격전지로도 유명하다. 그리고 또 유명한 것이 있다면 바로 호박보석이다.
폴란드의 유명한 관광지인 산은 자코파네인데 이미 여러 번 자코파네를 다녀온 우리 가족은 이번에는 폴란드의 바다를 체험해 보기로 했다. 첫째는 광물과 보석에 1년 넘게 빠져있는데 아이의 꿈은 아프리카와 미국 광산에서 다이아몬드를 채취하는 것이다. 아프리카와 미국은 너무 멀지만 폴란드 그단스크는 호박보석 채취로 유명하기에, 우리 가족은 호박보석 원정대가 되어 그단스크로 떠났다.
우리가 사는 지역은 그단스크와 약 500km 거리. 가는 길은 그래도 호박보석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라는 희망에 첫째와 둘째 모두 힘을 내었다. 반나절이 걸려 도착한 그단스크 숙소에 짐을 풀자마자 우리는 해변에서 호박보석을 찾아다녔다.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호박보석은 쉽게 눈에 띄지 않아 첫째는 점점 실망을 했다. 이에 남편은 벼룩시장에서 호박보석을 사서 다음날 아침 해변가 모래에 숨겨놓고 아이가 찾을 수 있게 했다. 호박보석을 찾았다는 기쁨에 아이는 힘을 내서 작은 호박보석 조각들을 열심히 주어 모았다. 그 옆에서 둘째도 열심히 조개껍질을 주웠다. 아침저녁으로 호박보석을 해변으로 찾으러 다니는 것 말고도 때마침 그단스크는 축제기간이었고 다운타운에는 호박보석 찾기 행사도 있었고 호박보석 박물관도 다녀오고, 아주 호박보석으로 충만한 일정을 보냈다.
그단스크에서 유명한 제2차 세계대전박물관도 마침 무료개방일이라서 30분 이상 줄을 서서 방문했다. 아이들과 함께 방문한 덕에 전시물을 자세히 살펴볼 수는 없었지만 첫째는 전쟁의 두려움과 나쁜 사람들에 대한 개념이 어느 정도 생긴 것 같았다.
우리 가족의 다음 목적지는 바로 폴란드의 땅끝마을인 Hell이었다. Hell은 그단스크에서도 약 1시간 반 거리에 떨어져 있었는데, 우리는 Hell로 들어가는 입구에 있는 마을에 숙소를 잡았다. Hell의 가장 끝에 위치한 해변까지 들어가는 이차선 도로 옆으로 바다와 숲이 끊임없이 등장했다. 자연을 사랑하는 폴란드 사람들이 캠핑을 하거나 서핑을 하거나 자전거를 타는 모습이 많이 보였다. 우리는 Hell의 해변에서도 호박보석을 찾으며 발트해의 해변을 즐겼다. 바닷물은 한여름인데도 차갑고 색이 탁해서 쉽게 들어갈 엄두가 나지 않았지만 아이들은 그런 바다도 좋아했다. 동양인은 당연히 우리 가족밖에 없었는데 다른 가족들을 보니 폴란드 부모들이 아이들을 참 강하게 키운다고 생각하게 되었다. 아직 기어 다니는 아기들을 모래사장에서 그냥 기어 다니도록 놔두고, 우리 둘째만 한 여자아이들을 팬티만 입힌 채로 바다에서 뛰어놀게 하는 것이 새로웠다. 갑자기 폭우가 내리는 바람에 모두 비에 쫄딱 젖고, 날씨가 계속 쌀쌀한 바람에 기대한 것처럼 화창한 날씨의 바다를 즐기지는 못했지만 도시생활에 익숙해진 우리 가족에게는 새로운 경험이 되었다.
Hell에서 집으로 돌아오는 길은 기나긴 대장정이었다. 이런저런 이유로 숙소에서 떠난 지 거의 10시간이 다 되어서야 폴란드 우리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그동안 아이들은 자동차 뒷자리에서 울고 웃고 자고, 먹고, 영상 보고, 쉽지 않은 싸움을 했다. 결과적으로 호박보석 원정대는 두 손 가득 호박보석을 찾아서 아주 행복하게 여행을 마무리했다. 그리고 폴란드 집에 돌아와 우리 모두 외쳤다. Home, Sweet home!!
혹시 그단스크와 Hell을 여행하고자 하는 분들이 있다면, 그단스크에서는 Hell로 가는 페리가 운행되고 있기 때문에 페리를 타고 당일치기로 방문하는 것이 더 나을 것 같다고 조언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