폴란드에서 이중언어 유치원에 다니는 첫째는 3~4개월간의 적응기간을 거치고 점점 친구들과 친해지려고 노력을 하는 시간을 거쳤다.
이전 글에서, 우리 아이가 고마운 게 많다며 스낵으로 내가 유치원 가방에 넣어주는 우유를 친구에게 나눠주는 이야기를 했었다. 어느 날 그 친구의 엄마에게 연락이 왔다. 자기 아이가 우리 첫째 얘기를 많이 한다면서 주말에 플레이데이트를 하자며 자기 집으로 초대하겠다는 것이었다.
폴란드 친구집에 초대받다니!! 첫째가 기특하면서도 무엇을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조금은 막막했다. 다행히 같은 반의 다른 한국인 친구도 초대를 받아서 그 친구 엄마에게 연락을 해봤다. 그런데 그 집은 아이와 아이 엄마뿐만 아니라 아이 아빠도 같이 간다고 하는 것이다. 다른 집에 초대를 받으면 아빠들도 같이 가는 문화인 것 같았다. 초대받은 시간은 토요일 오후 3시. 우리 집은 둘째가 한참 낮잠을 자야 하는 시간이고 우리 남편은 딱히 가고 싶어 하지 않아서 상황을 보기로 했다.
친구에게 초대받은 우리 첫째는 너무나 좋아하며 손꼽아 그날을 기다렸다. 애매한 낮잠시간 때문에 동생에게는 비밀로 하기로 했는데 차마 그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친구집에 방문하는 날 오전에는 집 앞의 쇼핑몰에 가서 디저크로 먹을 케이크를 골라왔다. 평소에는 케이크를 안 사주기 때문에 아이는 케이크를 산 게 너무 기뻤나 보다.
친구집에서는 친구의 부모님과 누나가 함께 기다리고 있었다. 같은 반 한국친구의 부모님과 친구도 곧 도착했다. 아이들은 방에서 놀기 시작하고, 어른들은 식탁에 앉아서 늦은 점심을 먹으며 대화를 이어갔다. 한국에서도 우리 첫째는 친구집에는 가본 적이 없어서 과연 어떻게 놀고 있을지 궁금했지만 친구의 아빠가 아이들이 큰소리를 내면 가서 확인해 보고 아이들의 누나도 같이 놀고 있었기에 크게 걱정하지 않고 아이를 풀어놓았다. 아이들이 신나게 노는 모습을 보니 유치원에서도 친구랑 잘 지내는 것 같아 보여서 다행이었다. 사실 아이가 영어를 아직 잘하지 못하는 단계이고, 폴란드어는 하나도 하지 못하는 상황이기에 과연 아이들이 어떤 언어로 소통하는지 궁금했는데, 아이들에게 언어는 크게 중요하지 않은 것 같았다. 영어와 폴란드어를 섞어가며 어떻게든지 대화하며 노는 아이를 보니 대견하고 또 마음이 놓였다. 물론 친구방과 누나방 온 집안은 아이들의 놀이터가 되어서 난장판이 되었지만 말이다.
친구의 부모님과도 아이들 유치원이야기, 언어이야기 등을 하다 보니 시간이 너무나 훌쩍 지나가버렸다. 폴란드 부모님들과 이야기를 하는 것은 처음이었는데 역시 아이들을 키우는 것은 어디나 비슷하니 크게 이질적인 느낌 없이 대화를 할 수 있었다. 아쉬워하는 아이들을 진정시키며 다음을 기약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아이는 잠이 들어 버렸다.
이제 첫째는 매일매일 친구들을 집으로 초대하고 싶어 한다. 유치원에서 서로 우리 집에 놀러 오라고 이야기하는 것 같더라. 우리는 집이 좁아서 어른들까지 오면 앉을자리도 없어서 어떻게야 할지 고민이다. 친구들이 놀러 오면 무슨 음식을 요리해야 하나 고민하다 보니 내 꿈에까지 나오더라. 폴란드 아이들이 조미김을 뜯어먹는 꿈을 꿔버렸다.
용기를 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