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땅 넓은 폴란드의 동물원

by 늦봄

동물원을 좋아하는 편은 아니지만 아이들을 키우다 보면 동물원을 가게 된다.


한국에서도 서울대공원과 에버랜드를 여러 번 갔었다. 에버랜드는 정기권을 끊어서 날씨 좋은 주말이면 거의 매주 방문하고는 했다. 좋은 주말에 서울대공원에 가려면 대국민 눈치싸움을 해야 하지만 아이들이 동물을 보고 싶어 하니 그래도 몇 번 가게 되었다.


폴란드에 오니 근처 도시마다 동물원이 있어서 지난 6개월 동안 4번 동물원을 가게 되었다. 일부러 비교하려는 건 아니지만 한국에 가면 마음이 아파서 동물원에 더 안 갈 것 같다.


우선 땅이 넓어서인지 폴란드 동물원들은 산이나. 혹은 큰 공원에 동물원이 있다. 한국에서는 사람이 동물을 구경하러 가는 기분인데 여기서는 동물이 사는 곳에 잠시 방문하는 느낌이다. 이곳도 동물들을 가둬놓는 것은 마찬가지겠지만 동물에게 할애된 공간이 확연히 차이가 난다. 나무가 무성한 흙바닥에서 뒹구는 동물들과 시멘트 바닥에서 생활하는 동물들은 삶이 다를 것이다.


특히 에버랜드에서 영장물을 보는 장소는 제일 피하고 싶은 장소였는데, 좁은 우리 방 안에 갇힌 인간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 그들을 보면 마음이 너무 아팠기 때문이다. 가장 최근에 다녀온 오스트라바의 동물원은 그런 면에서 충격적이었다. 침팬지 등이 있는 사육장은 유리창이 있었지만 밧줄 같은 종류의 커튼이 둘러싸고 있었다. 동물들이 느끼는 사람들의 시선을 최소화하기 위함일 것이다.


에버랜드에서는 내가 어렸을 때와는 달리 이제 기린이나 사자 등을 보려면 아침에 오픈런을 해야 가능하다. 아니면 오후에 몇 시간이나 줄을 서거나. 나도 정기권을 하기 전에는 큰마음먹고 방문한 거니 기린은 봐야 한다고 생각해서 유료패스를 끊어서 기린을 본 적이 있다. 여기서는 그런 상업접인 작전이 별로 없는 점도 마음에 든다. 사실 체코에 있는 어느 동물원은 추가금액을 내면 사파리 트럭을 태워준다고 한다. 10여 년 전에 아프리카에서 사파리 트럭을 타본 적이 있는데 그때 기분이 나려나 모르겠다.


아무리 넓은 땅이라도 갇혀사는 동물들이 안타깝기는 하다. 남편은 우리 안 사자를 보고 한마디 했다. "네가 부럽다". 자유롭게 뛰노는 대신 주는 먹이 받아먹으며 건강 관리받고 햇빛 쐬며 하루하루 살아가는 동물이 더 행복할 수도 있을까. 바깥세상은 너무나 매서우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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