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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둘이라서

by 늦봄

폴란드에 와서 만난 한국인 분들의 자녀는 외동이 많다. 요즘 한국 출산율을 보면 당연한 것도 같다. 우리 집은 아이가 둘이라서 더 힘든 점도 있고 덜 힘든 점도 있다.


27개월 차이 나는 오빠와 여동생은 둘째가 만 2세가 되고 말도 잘하고 오빠 껌딱지가 되자 둘이서 잘 노는 시간이 늘었다. 오빠가 하는 말과 행동까지 다 따라 해야 하는 둘째가 오빠가 시키는 대로 아바타처럼 움직이는 것을 보면 웃음이 나온다. 오빠 머릿속에만 있는 오빠만의 규칙을 안 지켜서 구박당하면서도 오빠 바라기는 오빠만 찾는다. 오빠가 가지고 노는 장난감을 자기도 만져보고 싶어서 잠깐 만졌다가 대부분은 양측 간의 울음과 상처로 마무리되지만 어찌 되었든 집안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는 아이들이 엄마를 5분이라도 안 찾으면 그저 감사할 따름이다.


아이 둘의 담합심은 집 밖에서 더 강해진다. 아무래도 유치원에 가지 않는 이상 같은 한국인을 만나는 일이 드물다 보니 놀이터에서든지 공원에서든지 서로 의지하는 기분이다. 첫째는 아무래도 유치원에서 폴란드 친구들과 놀아봤으니 폴란드 아이들만 가득한 장소에 투입되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 생각지도 못한 의외의 뻔뻔함 또는 용기를 보여주는 첫째다. 둘째는 놀고는 싶지만 오빠가 없으면 아직 투입되기에 무서운지 오빠만 찾는다. 성격일 수도 있고 아직 폴란드 기관에 안 다니기 때문에 더 그럴 것도 같다. 첫째와 둘째가 담합하면 세상 무서울 것이 없는 아이들처럼 어디든지 자유롭게 뛰어다닌다. 모두가 그곳에서 유일한 동양인인 우리를 보고 있지만 전혀 신경 쓰지 않는다. 아이 성격에 따라 다르겠지만 아무래도 혼자보다는 둘이, 말하지 않아도 의지가 되는 그런 느낌이 있지 않을까. 가나에서도 태국에서도 항상 한국인 없는 곳에 혼자 다녔지만 나와 비슷한 외모의 누군가가 어디선가 나타나면 말 한마디 하지 않아도 왠지 마음속에 의지가 되었던 20대의 내가 생각난다.


아이가 둘이라서 어려운 점은 몸은 하나인데 나를 원하는 아이는 둘일 때다. 그건 한국이나 폴란드나 똑같다.


남편은 매일 야근이기에 아이 둘을 온전히 혼자서 케어해야 하는 주재원와이프의 독박육아 라이프는 애가 둘이라서 서로 먼저 유모차 탄다고 싸우고, 엄마한테 서로 안긴다고 싸우고, 먼저 씻는다, 먼저 화장실 간다,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내가 화내야 남매의 싸움은 끝나고 나는 매일 한번 이상 화내는 사람이 되는것으로 마무리 된다.

서로 그렇게 치고받고 싸우면서도 서로 안 보이면 찾는 사이. 마냥 아기였던 첫째가 어느덧 만 4세가 되고 오빠가 되더니 우는 동생을 엄마보다 잘 달래고 동생이 가진 것 중 자기가 원하는 것을 얻으려고 동생을 회유할 줄 아는 꾀돌이가 된 것도 신기하다.


어르신들이 "지금이 제일 좋을 때야. 나는 너무 힘들어서 애들 이쁜 줄도 몰랐어".라고들 하셨던 게 너무나 마음에 와닿는 요즘이다. 내 다리에 한 명씩 붙어서 화장실도 못 가게 할 때는 화가 나지만, 또 재워놓고 보면 내 새끼들이 너무 이뻐서 눈물이 난다. 내 몸속 에너지를 다 쪽쪽 빨아내가며 아이들을 키워내고 나는 폭삭 삭아버린 몸뚱이만 남은 느낌이지만 아이 둘에 대한 후회는 없다.


아이가 둘이라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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