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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아이가 폴란드에서 유치원에 적응하는 법

by 늦봄

폴란드에서 만 4세인 첫째가 유치원에 다닌 지 만 5개월이 되었다.


아이가 다니는 기관은 영어와 폴란드어를 쓰는 곳인데 선생님은 영어로 이야기하고 하루 한 번씩 폴란드어 수업이 있다. 이 도시에는 외국인의 90%가 한국인인지, 아이 유치원의 다른 아이들은 폴란드인이 대부분이고 나머지는 한국인이다. 다른 학년은 우크라이나, 이스라엘, 인도에서 온 아이들도 있기는 하지만 외국인의 대부분은 한국인이다.


폴란드에 온 후 한달 동안 가정보육을 하다가 유치원에 처음 갔을때 "꿈이야?"라고 하면서 좋아했던지라 한번도 울지않고 등원하고 등원 둘쨋날부터 풀타임으로 일정을 소화했다. 이정도면 훌륭한 시작이었다. 겉으로는 그랬지만 속으로는 아마 아이도 쉽지 않았을 것이다.


아이가 유치원에 처음 갔을 때 같은 반에 한국인 여자아이 두 명이 있었는데 그때는 그 아이들이 너무 끈끈한 사이고 나머지 아이들은 폴란드 아이들이라서 첫째가 친구를 만드는데 마음고생을 좀 했다. 참고로 우리 아이는 남자아이이다. 선생님이 폴란드 남자 친구들과 놀이할 때 짝을 지어 주면서 노력을 해주셨지만 교실에서 폴란드 아이들끼리 폴란드어로 노는 것에 우리 아이가 끼어들기 힘들었던 것 같다. 하지만 나는 일부러 플레이데이트를 잡거나 하지는 않았다. 다른 부모와 교류도 거의 없었을 뿐만 아니라 내가 아이의 친구를 골라주는 것은 맞지 않다고 생각했다.


다행인지 모르겠지만 한국인 여자친구 한 명이 귀국을 하면서 첫째는 다른 한국인 여자친구와 친해졌고, 그 친구와 친한 다른 폴란드 여자아이와도 친해지면서 조금씩 다른 아이들과 섞이기 시작한 것 같다.


하지만 입학 후 약 3개월 때 아이의 학교 면담에서 첫째가 "독립적이다"라는 피드백을 받았는데 좋은 말로 해서 독립적인 거지 혼자 노는 시간이 많은 것 같았다. 그날 유치원에서 보내주는 사진 여러 장에서 무리에서 떨어져 혼자 있는 사진을 보고 나는 마음이 너무 아팠다. 아이가 혼자 이겨내야 하는 삶의 과정이지만, 첫째의 마음이 얼마나 힘들지 상상이 안 됐다. 한국 유치원 다닐 때 친했던 친구들 이름을 종종 언급하며 그 친구들과의 추억을 나에게 말해주곤 했는데 아마 그 친구들이 보고 싶다는 뜻이었던 것 같다. 나는 마음이 안 좋아서 이 유치원에 교실에서 영어사용이 잘 이루어지지 않는 부분에 대한 컴플레인을 했는데 그 이후 아이의 상황이 나아졌는지는 모르겠다. 그래도 가만히 있을 수는 없던 게 엄마의 마음이랄까.


보통 아이들이 새로운 기관에 적응하는데 3개월 정도 걸린다고 하는데, 외국 기관으로 옮기는 것은 어떤지 모르겠다. 우리 아이도 4개월 정도가 되니 선생님이 이제 교실에서 말도 많이 하고 적응을 잘한 것 같다고 얘기해 주었다. 그때부터 마음을 조금 놓게 되었다.


이제 한 5개월 차가 되어가니 이전에는 여자친구들과 놀았던 것만 집에 와서 이야기했는데 다른 남자친구 이름도 꺼낸다. 하원하러 유치원에 가면 이전에는 한국 친구들과만 어울렸는데, 이제는 폴란드 친구들과도 뛰어다니며 잘 놀고 있다.


아이가 터득한 그 방법이 무엇인지 나는 어렴풋이 알 것 같다. 바로 먹을 것 나눠주기이다.


아이의 스낵으로 우유를 가방에 넣어주는데, 얼마 전부터 우유를 먹었는지 물어보면 친구를 줬다고 하는 것이다. 왜 줬는지 물어보니, 자기를 많이 도와줘서 고마워서 줬다고 한다. 자기랑 같이 놀아줘서 고마운 것인지, 본인의 사정이 있을 것 같아서 우유를 넉넉히 넣어주며 너의 것은 꼭 챙겨야 한다고 말해주었다. 그런데 그다음 날은 또 다른 친구도 우유를 먹고 싶어 한다고 우유를 더 많이 넣어달라고 한다. 이러다가 반 전체의 우유를 보내주게 되는 건 아닌지 싶다.


나쁜 방법은 아니고, 본인이 스스로 터득한 방법이니 당분간은 아이의 사회활동을 지원해 주어야겠다. 이제 시간이 좀 더 지나면 이런 간식 나눔 없이도 친구들과 잘 어울릴 수 있는 시기가 오지 않을까. 지금의 이 시간까지 견디어 준 만 4세 첫째가 너무나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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