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가족이 폴란드에 온 지 1년이 되었다.
작년 핼러윈데이에 폴란드에 도착한 것이 기억이 난다. 그리고 1년 동안 이곳에서 울고 웃으며 우리 모두 성장하는 시간이었다.
1년 사이, 아이들은 쑥쑥 자랐다. 아직 아기티가 나던 첫째는 이제 만 5세가 되었고, 자기는 한국에서 6살이라고 유치원 친구들에게 말하고 다닌다. 아직 나이 한살이 소중한 딱 그맘때 아이다. 자는 모습을 볼 때면 언제 이렇게 길어졌지 싶고 이제 완전히 아기티를 벗고 어린이가 되었다. 집에서는 한국어, 유치원에서는 영어와 폴란드어를 쓰고 배우고 있다 보니 나름 3개 국어를 하고 있다. 옆자리 폴란드 사람이 하는 말을 알아듣고 이야기해주기도 한다. 유치원 친구들과도 아주아주 즐겁게 매일을 보내는 것 같다. 여기에도 케이팝 데몬 헌터스가 유행인지라 친구들과 자기네가 만든 헌터스 게임을 하고 골든 노래를 따라 부르고 춤도 춘다. 처음에는 유치원에 적응하느라 힘든 시기도 있었지만 일 년 만에 이렇게 잘 적응해주고 있으니 너무 다행일 따름이다.
둘째도 정말 많이 자랐다. 작년 폴란드에 도착할 때는 23개월이었는데 유치원을 30개월부터 다니기 시작해서 이제 4개월이 지났다. 이제는 유치원에서 하원을 할 때면, "내일 유치원 또 올래"라고 말하는 친구이다. 유치원에서 배운 노래를 흥얼거리며 빙글빙글 춤추는 것을 좋아한다. 아직 유치원에서는 영어로 말을 안 하고 소극적인 것 같지만, 그래도 즐기고 있는 것 같으니 다행이다. 이제 안아달라고 보채는 일도 거의 없고 종알종알 하루 종일 이야기하는 귀여운 숙녀로 자라고 있다. 요즘은 우리 둘째의 깡다구에 자주 놀라고 있다. 오빠의 축구교실에 같이 다니는데 어리광도 안 부리고 머리하나 큰 아이들 틈에서 줄 서서 꿋꿋이 공을 차고, 놀이터에 가면 폴란드 언니들 틈에 끼어서 땀나게 논다.
나는 일 년 동안 요리가 늘었다. 외식을 하는 게 비싸기도 하거니와 서양음식이 딱히 먹고 싶지 않고 한식이나 중식을 먹자니 그것도 가끔씩이지 자주 먹기에는 맛이 딱 그냥 그렇다. 그렇다 보니 매일매일 요리를 할 수밖에 없다. 한국에서의 나는 생각도 못하던 등갈비로 갈비탕을 끓이는 내가 스스로 놀랍다. 20대 때는 외국살이 중에는 한식을 찾아먹지 않았지만 지금 냉장고에는 김치 10kg이 들어있고 그것이 요리하는 나에게는 무엇보다 든든하다.
남편은 이발 기술이 늘었다. 우리 집에서는 남편이 아이들 이발을 담당하고 있다. 여기서도 미용실에 갈 수는 있지만 너무 비싸다 보니 가내수공업을 선택했는데 회를 거듭할수록 기술이 늘어가고 있다. 참고로 성인남자 이발비용은 4-5만 원이다.
나와 남편은 일 년 동안 더 폭삭 삭은 것 같은 느낌이다. 남편은 남편대로 엄청난 업무량 때문에 아침부터 밤늦게까지 일하느라 힘들고, 나는 나대로 아이 둘과 복작 거리 느리 힘들고. 주변에 도움을 요청할 곳도 없으니 주말도 공휴일도 잠깐의 휴식도 없이 계속 ON 상태로 움직이려니 아파도 쉴 수가 없다.
폴란드의 여름은 한국의 여름보다 습하거나 덥지 않아서 참 좋았는데, 가을이 너무 짧았고 겨울이 너무 일찍 찾아왔다. 거의 매일 비가 내리고 이제는 오후 4시 반이면 해가 진다. 이제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그래도 작년보다 나아진 점이 있다면, 나에게도 자가용이 생겨서 매일 비 오는 등하원에 조금 더 편하게 아이들을 태우고 다닐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감사한 점은 지난 1년간 아이들이 크게 아프지 않아서 아직 폴란드 병원을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는 것이다.
지난 1년간, 큰 사고 없이 매일매일 소소하게 행복한 일상을 살아갈 수 있어서 참 다행이었다. 우리 가족 모두가 짠하고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