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알지 못했던, 내 아이의 유치원 생활 듣기
9월에 새 학년이 시작해서 2월에 1학기가 끝나는 폴란드. 지난주에는 이번 학기 아이들의 유치원 생활에 대한 담임선생님과의 면담이 있었다. 앱으로 공유되는 사진을 봐서는 아이들이 잘 지내는 것 같아서 만 5세 첫째는 선생님께 특별히 궁금한 점이 없었지만 만 3세 둘째는 아직 화장실 가는 것도 참는 것 같고, 말도 안 하는 것 같고, 같은 반 한국친구와 트러블이 자주 있어서 여러 가지로 물어보고 싶은 게 많았다.
첫째는 남자아이라서 그런지, 유치원에서 무엇을 했는지, 무슨 일이 있었는지 거의 말을 안 해준다. 물어보면 모른다고 하는 게 전부. 앱에서 사진으로 보는 것, 그리고 가끔 같은 반 한국인 여자친구 엄마에게 이야기를 듣는 게 전부랄까. 둘째는 주로 그날 있었던 트러블 위주로 나에게 이야기해 준다.
면담 전, 첫째의 담임선생님이 아이의 발달에 대한 리뷰 보고서를 이미 앱에 공유해 줘서, 선생님의 코멘트를 읽다 보니 아이의 유치원 생활이 눈에 그려졌다. 전반적으로 다른 친구들과 잘 어울리고, 유치원 수업내용을 잘 따라가고 있지만 여러 부분이 집에서 하는 행동과 비슷했다. 툭하면 선생님 불러서 도와달라고 하고, 빨리 놀고 싶어서 집중해야 하는 시간에 집중을 잘 못한다거나, 자기가 1번이 아닐 때 속상해한다는 것 등등. 이 나이 아이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일들이라 생각해서 크게 걱정은 안 한다.
몰랐던 점은 9월에 학기가 시작할 때는 부끄러워서 말도 잘 못하고, 빨리 놀고 싶어서 수업에서 하는 과제들을 안 하겠다고 거부했다는 점. 그런 면은 전혀 몰랐던 부분이라서 놀라웠다. 지금은 하고 싶은 말도 너무 많고, 수업 과제를 1등으로 끝내고 빨리 자유놀이를 하려고 한다는데 그래도 다행히 과제를 정확히 이해한다니 다행이다. 친구들과 선생님께 가족이야기를 많이 하고, 동생을 너무 사랑한다고 했다는 말에 또 놀랐다. 집에서는 나에게 동생 없었으면 좋겠다고 하는 말을 많이 했는데, 역시 밖에 나오니 동생을 챙기게 되나 보다. 폴란드에 처음 왔을때부터 같은 반으로 쭉 올라오고 있는 친구들과 여전히 사이좋게 잘 지내고 있어서 또 다행이고, 하루 한 시간 진행되는 폴란드어도 수업내용을 잘 이해하고 따라가고 있다고 하니 다행이었다.
지금 이 학교에서는 초등과정이 시작되면 몇 개 과목은 폴란드어로 수업도 듣고 시험도 봐야 한다. 외국인인 우리 아이의 초등과정이 슬슬 걱정이 되기 시작한 엄마 입장에서는 다행이었다. 한국에서는 내년에 초등학교를 가야 하는 나이라서 아무래도 엄마로서 이전 유치원 과정보다는 교육에 조금 더 관심을 가지게 된다.
둘째의 면담은 또 달랐다. 만 3세라서 교육보다는 아직 보육이 우선된다. 우선 아이가 영어로 운영되는 교실 상황은 아이가 다 이해하고 있다고 해서 다행이었다. 물론 폴란드어 수업은 전혀 이해를 못 하는 것 같다고 한다. 아이가 화장실을 안 가고 참는 것 같아서 걱정했는데, 화장실 가는 루틴이 있어서 그때마다 화장실을 잘 이용하는데, 먼저 화장실 가고 싶다는 말은 아직 안 한다고 한다. 자기가 필요한 것들을 간단하게는 말을 하는데, 아직 영어가 입밖으로는 잘 나오지 않나 보다. 집에서는 쉬지 않고 조잘거리는데, 유치원에서는 아직 조용하고 부끄러움이 많은 이미지였다.
같은 반에 한국여자아이들이 있는데, 그 아이들과 한국말로 어울리면서 유치원에서 영어가 늘지 않는 것 같다며, 선생님은 유튜브 채널을 소개해줬다. 아직 자기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니 조금만 무슨 일이 있어도 울어버린다는 우리 둘째. 사실 집에서도 말보다는 울음이 먼저이긴 하지만, 선생님이 소개해준 유튜브채널을 보며 조금이라도 빨리 영어가 트이기를 바라볼 수밖에.
같은 반 한국 여자친구들은 같이 어울려 놀지만 계속 그 친구들이 때리고 밀고해서 트러블이 있어왔는데, 비슷한 시기에 폴란드에 왔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향후 몇 년간 같이 생활해 나가야만 하니, 우리 아이가 어서 덩치도 크고, 자기표현을 한국어든지 영어든지 더 잘할 수 있도록 반복적으로 교육하는 수밖에 없을 것이다.
잘하고 있겠거니 막연히 생각하고 있었는데, 선생님들에게 듣는 아이들의 모습은 집에서 보는 모습과는 또 다르다. 첫째가 집에서는 더 예민한 편인데 좀 커서 인지 밖에서는 씩씩하게 행동하고, 집에서는 왕으로 군림하는 둘째가 아직은 밖에서는 예민하고 소심한 모습을 보인다니. 둘째는 아직 폴란드 유치원에 다닌 지 7~8개월밖에 안되었으니 시간을 주고 지켜보면 유치원에서도 마음을 열고 자신감 있게 생활할 수 있지 않을까.
엄마로서 나는 고된 하루를 보내고 온 아이들의 응석을 받아주고 안아주는 역할을 해야겠지. 나의 나라가 아닌 곳에서, 모국어가 아닌 언어를 두 개나 배우며 오늘도 유치원에서 시간을 보내는 우리 아이들이 기특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