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는 언어
폴란드라는 새로운 환경에 아이가 어느 정도 적응을 하고, 작년 9월 새로운 학기가 시작했을 때, 아이의 방과후 활동을 알아봤다. 한국에서 유치원을 다닐 때, 첫째 또래 아이들은 거의 태권도를 다녔었는데, 우리 아이는 태권도도 안 다녔던 터라, 아이에게는 유치원 외 첫 활동 인 셈이었다.
지난여름 내내, 나의 SNS에는 내가 사는 도시에 있는 온갖 방과 후 예체능 활동의 광고가 떴다. 수영, 축구, 가라테, 체조, 발레, 댄스, 등등. 아이의 흥미, 가격, 그룹사이즈, 요일, 시간, 위치, 고려할 요소가 너무나 많지만 그래도 제일 중요한 것은 언어였다. 유럽에 왔으니 축구를 배워야지!!라는 남편의 생각에, 영어로 축구를 가르치는 곳을 알아봤다. 폴란드 전국 체인으로 운영되는 나름 온라인 시스템이 잘 구성되어 있는 축구클럽이 있었다. 영어로 가르치는 곳은 이 도시에서는 이곳밖에 없는 것 같았다.
대부분의 방과 후 예체능 강좌들은 체험수업이 무료로 이루어진다. 첫째가 체험 축구수업을 하는 날, 둘째는 연령대가 안 맞아서 자기는 참여 못한다는 사실에 슬퍼하며 벤치에 앉아 계속 울었다. 둘째 연령대의 그룹에도 수업을 한번 들어봤지만, 그쪽은 아이들이 어리니 더 심각한 혼란상태. 공을 차기는커녕, 코치 앞에 아이들이 앉아있지도 못하는 상황. 아이 둘을 각각 다른 그룹에 넣으면 좋겠지만, 그동안 다른 아이 한 명이 기다려야 하는 상황 때문에 결국은 코치에게 양해를 구하고 둘째도 같은 수업에 등록을 했다.
그런데 영어로 수업이 이루어진다고 했는데, 코치가 사용하는 영어라고는 "앉아, 일어나, 발로 차, 이건 공이야" 이런 말들 뿐. 대부분의 수강생이 폴란드 학생들이기에 수업은 폴란드어로 진행되고, 간단한 지시사항만 영어로 전달되는 것이 전부였다. 아이들은 눈치로 다른 아이들을 따라 하면서 수업을 따라갔다. 문제는 폴란드어로 폴란드 아이들에게 코치가 설명하는 동안 우리 아이들은 이미 집중력을 잃고 딴짓을 하다가 혼나는 상황이 계속 발생한다는 것. 전체 수강생의 수가 많지 않을 때는 그래도 어찌어찌 수업을 따라갔는데, 수강생 숫자가 갑자기 늘어나니 코치 한 명이 모든 아이들이 통제가 안되고 우리 아이들은 방치되는 상황이 자주 발생하고 말았다.
그러던 상황에 우리는 한국을 한 달간 다녀오게 되었고, 남은 수업일수를 채우고 나면 축구수업은 그만 두기로 결정했다.
다른 한국가정의 이야기를 들어도 상황은 비슷하다. 체조를 배우던 한국 친구도 선생님이 영어로 가르치기 힘들다고 수업을 종료하기도 하고, 아이들이 폴란드어로 수업이 이루어지니 집중력과 관심이 떨어져서 결국 한두 달 예체능수업을 듣다가 마무리 짓는 상황이다. 악기를 배워도 1:1로 영어로 배우자니 가격이 너무나 비싸서 지속되기가 힘들다는 경험을 들었다.
한국에서는 아이들이 태권도, 피아노, 수학 등등 내 나라 말로 배울 수 있는 것이 너무나도 많은데, 이런 부분에서 우리가 이 나라 말을 할 수 없음으로써 놓치는 많은 것들이 참 아쉽다. 아이들은 유치원에서 매일 한시간씩 폴란드어 수업을 듣지만, 그것으로는 유치원밖 세상에서 융화되기에는 부족하다.
결국 오늘도 우리 아이들은 하원 후 그냥 놀이터에서 킥보드 타고, 땅을 파며 하루를 보내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