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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살이 한 달 차, 주재원 와이프는 꿀일까

매일매일이 서바이벌

by 늦봄

폴란드에 도착한 지 오늘로 만 4주 하고도 5일 차이다.


낯선 땅, 언어, 사람들.


새로운 곳에서 살아가는 것은 걸음마를 배우는 아기가 된 것 같은 마음이다.


혼자였다면 이것저것 부딪혀 보며 새로운 것을 시도해 보고 여러 가지 새로운 것들을 배워갈텐테, 엄마가 되고 나니 아이들과 함께 하며 실수는 용납되지 않는다. 그러다 보니 안전한 방법으로 매일을 보내고 있다.


남편은 매일 아침 일찍 출근하고, 아이들이 잠잘 시간이 되어 퇴근한다. 그때까지는 온전히 내가 성인으로서 아이들과 하루하루를 살아가야 한다.


지난 4주간, 나는 만 4세 첫째와 만 23개월 둘째와 24시간을 붙어있으며 두 아이를 가정보육했다. 첫째가 유치원에 등원하기 시작한 것이 오늘로 3일째다.


두 아이들을 가정보육하며 하루 세끼밥과 간식을 챙기고, 집을 정리하고, 빨래하고, 장보고, 하루 종일 10초마다 엄마를 부르는 엄마 껌딱지 둘의 시중을 들다 보면 정신줄을 붙들고 있기가 힘들었다. 30분이 3시간 같던 지난 한 달이었다.


첫째가 유치원에 가기 시작하며 낮시간동안 둘째와 단둘이 있으며 조금 조용히 낮시간을 보내게 되었지만, 걷기를 거부하는 둘째를 안고 다니며 첫째 등하원을 하러 다니는 것도 쉽지는 않다. 하원시간은 택시도 잘 안 잡혀서 트램을 타야 하는데 첫날은 트램을 잘못 타고, 잘못 내리고, 택시는 안 잡히고 아이 둘은 힘들어서 길에 드러눕고 정말 폴란드에서 최악의 날이었다.


아직은 모든 게 낯설고 서툴어서겠지. 모든 게 조금씩 나아지겠지.


출국 전, 주변에서는 유럽에 주재원을 하러 간다 하니 모두들 부러워했다. 물론 너무나 좋은 기회이다. 아이들도 복잡한 한국을 떠나 공부 스트레스를 안 받고 자연을 즐길 수 있고, 여유가 되면 몇 시간만 운전하면 주변나라를 여행할 수 있으니까. 하지만 이곳에서도 우리의 생활은 똑같이 돌아간다. 그리고 엄마의 삶은 더 단순하고, 더 리얼하고, 더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도 새로운 환경과 언어에 적응하느라 고군분투하며 적응을 해 나가고 있다. 엄마로서 해줄 수 있는 것은 힘들어할 때 손잡아주고 기다려주는 것이겠지.


여기에서 내 타이틀은 주재원 와이프인데, 남편에게는 아직 와이프로서 챙겨주는 것을 잘해줄 여유가 없는 것 같다. 엄마 노릇만으로도 아직은 벅찬 하루하루이다. 나 스스로를 챙기는 것은 아마 조금 더 나중이 될 것 같다.


이제 식구들이 저녁에 먹을 음식을 준비해야지.

집안 정리를 마무리하고, 낮잠 자는 둘째를 깨워서 첫째를 픽업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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