먼저 우리 가족의 배경을 설명하자면 애 둘에 외벌이 가정이다. 두 돌 차이 나는 만 4세, 만 1세 아이 둘을 키우고 있고 나는 둘째 임신 중에 전엄맘이 되었다. 남편의 급여로 우리 네 가족이 한 달 먹고살 수 있을 정도.
남편이 주재원을 고민한 것은 처음이 아니다.남편도 나도 해외생활 경험이 있고 영어 사용에 큰 불편함이 없어서 외국에서 사는 게 큰 부담은 아니다. 하지만 어린아이 둘이 함께 있으니 주재원을 나간다는 게 아이들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지가 가장 큰 고민이었다.
폴란드 주재원 제안이 들어온 것은 남편의 예전 직장이다. 남편을 좋게 기억해 주신 예전 상사분이 빈자리가 생겼다며 남편을 꼭 그 자리에 부르고 싶어 하셨다. 지금 회사에서도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었는데 지금의 평화로움을 깨고 새로운 도전을 하는 게 맞는 걸까?
처음에 나는 완강히 반대했다. 귀국 시기가 언제가 될지 모르지만 초등 고학년이나 중고등학생 때 귀국하면 한국어와 수학이 국내 친구들을 따라가기 힘들어진다. 그렇다고 한국에서 국제학교를 보낼 형편은 아니다. 아이들이 사춘기 때 귀국하게 되면 과연 한국 입시 환경에 적응을 잘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과 고민을 거듭했다.
하지만 결국 폴란드 주재원을 떠나기로 결정했다. 이렇게 말하면 좀 세속적이지만 경제적인 요인이 가장 컸다. 아이들이 자라면서 외벌이로는 생활이 팍팍할 수밖에 없다. 태권도나 피아노라도 보내려면 외벌이로는 쉽지 않다. 그렇다고 내가 직장을 다시 다니려면 아이들 등하원부터 아플 때와 같은 비상상황까지 대책이 없다. 맞벌이하면서 한 명 월급이 아이들 돌봄에 들어가는 것이다. 많은 가족들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맞벌이를 하고 워킹맘들을 리스펙 하지만 나는 자신이 없다. 애가 하나였을 때도 워킹맘 생활이 너무나 힘들어서 한 달에 1킬로씩 빠졌는데, 애 둘을 키우며 직장생활까지 잘할 자신이 없다. 그나마 그때는 코로나 시대라서 재택근무도 많고 조금 더 유연하게 회사생활을 했지만 애 안고 집에서 화상회의를 참여하고 애 재우고 밀린 일을 해도 온전히 1인분 몫을 못하는 게 마음이 너무 힘들었다.물론 남편 회사에도 남자가 육아휴직을 쓸 수는 있지만 아직까지는 육아휴직을 쓰는 남자 직원은 보통 퇴사예정자, 이직준비 중으로 낙인찍힌다고 한다.
주재원 생활을 하게 되면 집, 차, 학교를 회사에서 지원해 주고 체재비 명목으로 한국에서보다 급여가 조금 더 나오기에 유럽 물가가 비싸지만 그래도 저축을 좀 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주재원 하며 모은 돈으로 귀국해서 아파트 평수를 늘려 이사 갈 수 있지 않을까. 회사에서 학비를 전액은 아니지만 많이 지원을 해주니 국제학교를 다니며 영어와 현지 언어를 익히는 게 아이들이 앞으로 살아가는데 큰 힘이 될 것은 확실했다. 기왕에 언젠가는 주재원을 간다면 아이들이 차라리 어렸을 때 외국에 나갔다가 들어오는 게 한국에 적응하는데 더 쉽지 않을까 생각이 들었다.
외국생활을 하게 되며 이런저런 비상시에 양가 부모님께 육아에 도움을 받았던 것들을 받을 수 없어 육아에 대한 부담감이 커지고, 아이들도 새로운 언어와 환경에 적응해야 하니 나와 아이들에게도 큰 도전이다. 주재원으로 더 일이 많아지고 지원받는 액수만큼 부담감이 큰 것도 남편에게 큰 도전인 것은 당연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