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글을 올리기 싫었다.
매주 글을 올리기로 스스로 약속했지만 무슨 글을 써도 나 힘들다는 푸념 같았다. 나 힘들다는 투정을 굳이 글로 써서 올리는 게 부끄러웠다. 그러다가 오늘은 내 머릿속을 정리하고자 글을 쓴다.
폴란드 살이가 어느덧 만 3개월 차를 넘어간다. 나의 하루는 아이들과 함께한다. 아이들 둘을 챙겨 첫째 등원시키고, 둘째와 집에 와서 집안일과 식사준비하고 첫째 하원시켜서 아이들 밥 먹이고 놀고 씻기고 재우는 하루. 아이들을 재우다가 같이 잠이 안 들면 잠시 내 시간이 생기지만 집에서 핸드폰 보는 게 고작이다. 아직 통잠을 안 자는 둘째 덕에 잠을 제대로 자본게 언제인지 기억이 안 난다. 첫째 낳기 전이던가?
영하의 날씨에 하원 후 피곤한 첫째를 이끌고 둘째 안고 트램을 타고 집에 돌아오면 진이 다 빠지는데 애 둘 육아는 다시 시작이니 어느덧 와인 한잔을 마시며 저녁 육아를 시작하는 게 습관이 되었다. 한잔이 두 잔이 되고.. 어느덧 하루도 빠짐없이 취중육아를 하고 있었다.
한국에서 받아온 우울증 약 2달분은 이미 다 먹은 지 오래되었고, 낮이든 밤이든 집에서 나갈 수 없는 내가 스트레스를 푸는 방법은 술이었다. 아이들은 저녁이 되어 피곤하니 계속 투닥거리고 내 목소리는 커져간다. 결국 한 명이 울게 되는데 최근 힘이 세진건지 스트레스 때문인지 내가 잠시만 눈을 떼면 갈등상황에서 꼭 물리적으로 동생을 때리거나 할퀴는 첫째에게 화를 내며 소리를 지르는 게 일상이 되었다.
이게 맞는 걸까.
몇 주 전 첫째의 유치원 담임과의 면담에서 첫째가 독립적이라는 이야기와 현지 친구들이 서로 폴란드어로만 이야기한다는 상황을 알게 되었다. 독립적이라는 말은 긍정적으로 들렸지만 그 후 유치원에서 보내주는 일과사진을 보니 아이가 어찌나 외로워 보이던지.. 아이가 받는 스트레스를 내가 더 감싸주고 이해해줘야 하는데, 나는 내가 힘들다는 상황에 빠져 술에 취해 아이와의 교감을 놓쳐버린 게 아닐까.
우울증 약을 다시 먹어야 할까. 알아보니 여기서는 의사를 만나 처방받고 약을 구입하는 것도 꽤 비싸더라.
우울증 약도 슬슬 끊어야 하니 이번 기회에 약을 그만 먹고 주말에만 음주하여 평일에는 맨 정신으로 아이들을 대한 지 1주일이다. 내가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은 이럴 때더라. 청소와 정리를 다 해놨는데 아이들이 다시 어질러놓았을 때, 둘이 동시에 울거나 싸울 때. 조금이라도 스트레스를 덜 받으려고 청소와 정리는 어느 정도 마음을 내려놓았다. 아이들의 다툼은 아직 화내지 않고 넘기지 못한다.
첫째는 오늘도 둘째를 때렸다.
아이들의 말과 행동은 부모로부터 나온다는데, 내 무엇이 문제인 걸까. 역시 약을 다시 먹어야 할까.
엄마가 내게 말했었다. 아이들이 커갈수록 아이들에게 기도밖에 해줄 것이 없다고.
오랜만에 잠든 아이들을 보며 기도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