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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상품, 채널 바꾸니 매출이 달라졌다.

by 정명훈

상품을 바꾸기 전에 채널을 바꿔보세요.

컨설팅할 때 매출이 안 나온다고 찾아오시는 분들께 항상 드리는 말씀이 있습니다.


"상품 바꾸지 마시고, 채널부터 바꿔보세요."


상품을 바꾸려면 시간과 돈이 많이 듭니다. 원료 바꾸고, 패키지 다시 만들고, 재고 처리하고. 몇 달이 걸립니다. 채널을 바꾸는 건 일주일이면 됩니다. 그리고 같은 상품인데 매출이 5배, 10배 달라지는 경우를 정말 많이 봤습니다. 이번 콘텐츠는 실제로 채널만 바꿔서 매출이 확 달라진 사례들을 보여드릴게요.



사례 1
수제 그래놀라, 스마트스토어에서 마켓컬리로


유기농 재료로 직접 구운 수제 그래놀라를 만든 분이 있었습니다. 원가가 높아서 500g에 18,000원이었어요.


Before: 스마트스토어

월 매출 200만원. 광고비 100만원. 순수익 거의 제로.

스마트스토어에서 "그래놀라" 검색하면 켈로그, 포스트 같은 대기업 제품이 500g에 5,000원~8,000원입니다. 18,000원짜리 수제 그래놀라는 "비싸다"는 인식이 먼저 듭니다.

리뷰를 봐도 "맛있는데 가격이 좀..."이라는 평이 많았습니다.


After: 마켓컬리

마켓컬리에 입점 제안을 했습니다.

마켓컬리 고객은 다릅니다. "좋은 거 먹고 싶다", "건강한 거 먹고 싶다"는 분들이에요. 그래놀라 카테고리 평균 가격대도 12,000원~25,000원입니다.

같은 18,000원인데 마켓컬리에서는 "적당한 가격"이 됩니다.

월 매출 1,200만원.


같은 그래놀라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왜 달라졌을까요?


스마트스토어 고객은 가격을 먼저 봅니다. "그래놀라 싼 거 없나?"하고 검색합니다.

마켓컬리 고객은 품질을 먼저 봅니다. "좋은 그래놀라 없나?"하고 검색합니다.


같은 가격이라도 고객이 느끼는 가치가 다릅니다. 프리미엄 식품은 프리미엄 식품을 찾는 고객이 있는 채널에서 팔아야 합니다.



사례 2
핸드메이드 귀걸이, 스마트스토어에서 인스타그램으로



예쁜 핸드메이드 귀걸이를 만드는 분이 있었습니다. 진주랑 원석을 써서 하나하나 직접 만들었어요. 가격은 개당 35,000원~55,000원.


Before: 스마트스토어

월 매출 150만원. 한 달에 30~40개 파는 수준

스마트스토어에서 "귀걸이"를 검색하면 동대문 도매 상품들이 3,000원~10,000원에 쏟아집니다. 35,000원짜리 핸드메이드 귀걸이는 가격 경쟁이 안 됩니다. 사진을 아무리 예쁘게 찍어도, 검색 결과에서 클릭 자체가 안 됩니다.


After: 인스타그램

채널을 인스타그램으로 바꿨습니다.

귀걸이 만드는 과정 영상을 올렸습니다. 진주 고르는 모습, 세공하는 손길, 완성된 제품을 착용한 모습. "이 귀걸이는 제주 바다에서 영감을 받았어요"같은 스토리도 넣었어요.


팔로워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DM으로 "저거 어디서 살 수 있어요?"라는 문의가 왔습니다.

자사몰 링크를 걸고, 인스타그램에서 유입시켰습니다.

월 매출 800만원.


같은 귀걸이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왜 달라졌을까요?


스마트스토어에서는 "귀걸이"라는 상품만 보입니다. 누가 만들었는지, 어떻게 만들었는지 관심 없습니다. 그냥 가격 비교해서 삽니다. 인스타그램에서는 "이 사람이 만든 귀걸이"를 삽니다. 브랜드와 스토리를 삽니다. 그래서 가격이 비싸도 괜찮습니다. 핸드메이드 상품, 스토리가 있는 상품은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는 채널에서 팔아야 합니다.



사례 3
기능성 베개, 쿠팡에서 와디즈로

신소재로 만든 기능성 베개를 개발한 분이 있었습니다. 특허도 받았고, 정말 좋은 제품이었어요. 가격은 89,000원.


Before: 쿠팡

월 매출 400만원. 광고비 200만원.

쿠팡에서 "베개"를 검색하면 10,000원~30,000원짜리가 베스트셀러입니다. 89,000원짜리 베개는 "프리미엄" 필터 걸어야 겨우 보입니다. 쿠팡 고객은 "빨리, 싸게" 사려고 온 분들이에요. 89,000원짜리 베개에 대한 설명을 읽어볼 인내심이 없습니다. 그냥 스크롤 내려버립니다.


After: 와디즈

"이건 신제품 론칭으로 가야겠다" 생각했습니다. 와디즈에 펀딩을 올렸습니다. 이 베개가 왜 다른지, 어떤 기술이 들어갔는지, 개발하면서 어떤 고민을 했는지 상세하게 썼습니다.


펀딩 목표 500만원. 결과 7,800만원 달성.


같은 베개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왜 달라졌을까요?


쿠팡 고객은 "베개 필요하니까" 삽니다. 이미 있는 상품 중에서 고릅니다. 와디즈 고객은 "새로운 거 써보고 싶다"고 삽니다. 세상에 없던 상품, 남들보다 먼저 써보는 경험을 원합니다. 혁신적인 상품, 기술이 들어간 상품은 그 가치를 알아보는 고객이 있는 채널에서 팔아야 합니다.



사례 4
프리미엄 생강청, 온라인에서 백화점으로

전통 방식으로 만든 프리미엄 생강청을 파는 분이 있었습니다. 국내산 생강, 수제 제조, 500ml에 32,000원


Before: 스마트스토어 + 쿠팡

월 매출 합쳐서 250만원.

온라인에서 "생강청" 검색하면 대기업 제품이 500ml에 8,000원~12,000원입니다. 32,000원은 "너무 비싸다"고 느껴집니다. 상세페이지에 아무리 "국내산 100%", "전통 방식"이라고 써도, 가격 차이가 3배나 나니까 클릭 자체가 안 됩니다.


After: 백화점 식품관

"이건 직접 보고 설명 듣고 사야 하는 상품이다" 생각했습니다.

신세계백화점 식품관에 입점 제안을 했습니다. 시식 코너를 운영하면서 "국내산 생강으로 할머니 레시피 그대로 만들었어요"라고 직접 설명했습니다.

월 매출 1,500만원.


같은 생강청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왜 달라졌을까요?


온라인에서는 사진과 글로만 설명해야 합니다. 32,000원의 가치를 전달하기 어렵습니다.

백화점에서는 시식시키고, 직접 설명할 수 있습니다. 맛을 보면 "아, 이래서 비싼 거구나" 납득이 됩니다.

프리미엄 식품은 경험시켜야 팔립니다. 경험시킬 수 있는 채널에서 팔아야 합니다.



사례 5
비건 화장품, 쿠팡에서 올리브영으로

비건 인증 받은 스킨케어 라인을 만든 분이 있었습니다. 토너, 세럼, 크림 3종. 개당 28,000원~38,000원.


Before: 쿠팡

월 매출 350만원. 광고비 180만원.

쿠팡에서 "토너" 검색하면 이니스프리, 라운드랩 같은 브랜드가 10,000원~20,000원대에 포진해 있습니다. 잘 모르는 브랜드의 38,000원짜리 세럼을 선뜻 사기 어렵습니다. "비건"이라는 가치를 전달하기도 어렵습니다. 쿠팡에서 비건을 찾아서 검색하는 고객이 많지 않거든요.


After: 올리브영

올리브영에 입점했습니다. "클린뷰티", "비건" 코너에 배치됐습니다. 올리브영 고객 중에는 "비건 화장품 찾아요", "클린뷰티 뭐 좋아요?"하고 일부러 찾아오는 분들이 있습니다. 그 코너에 가면 내 상품이 보입니다.

매장에서 직접 테스터 발라보고 삽니다. "비건인데 발림성 좋네요"라는 리뷰가 달리기 시작했습니다.


월 매출 2,200만원.


같은 화장품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왜 달라졌을까요?


쿠팡에서는 "비건"이라는 가치가 묻힙니다. 가격순으로 정렬되면 비싼 비건 화장품은 밀려납니다. 올리브영에서는 "비건"이 카테고리입니다. 비건을 찾는 고객이 그 코너로 직접 옵니다. 특정 가치를 가진 상품은 그 가치를 중요하게 여기는 고객이 모인 채널에서 팔아야 합니다.



사례 6
프리미엄 펫푸드, 스마트스토어에서 카카오 선물하기로

유기농 원료로 만든 프리미엄 강아지 간식을 파는 분이 있었습니다. 100g에 15,000원. 예쁜 패키지에 담았어요.


Before: 스마트스토어

월 매출 180만원.

스마트스토어에서 "강아지 간식" 검색하면 500g에 9,900원짜리가 베스트셀러입니다. 100g에 15,000원은 5배 비싼 가격이에요. 반려인들이 좋은 거 먹이고 싶어도, 5배 비싼 건 선뜻 손이 안 갑니다.


After: 카카오 선물하기

"반려인한테 선물하는 콘셉트로 가면 어떨까?" 생각했습니다.

카카오 선물하기에 입점했습니다. "반려동물" 카테고리에 올렸어요. 상품명도 "소중한 우리 강아지에게 주는 프리미엄 간식 선물세트"로 바꿨습니다. 100g 단품이 아니라, 3종 세트 + 예쁜 박스 포장으로 구성을 바꿨습니다. 가격은 39,000원. 생일, 입양 기념일에 선물로 주문이 들어오기 시작했습니다.


월 매출 950만원.


같은 간식입니다. 채널과 구성만 바꿨을 뿐입니다.

왜 달라졌을까요?


스마트스토어에서는 "내 강아지 간식 살까"로 접근합니다. 가격 비교를 합니다. 카카오 선물하기에서는 "친구 강아지한테 뭐 선물하지?"로 접근합니다. 선물이니까 조금 비싸도 괜찮습니다. 오히려 너무 싸면 민망합니다.

선물용으로 좋은 상품은 선물하는 채널에서 팔아야 합니다.



채널 바꿀 때 체크해야 할 3가지

사례들을 보시면 패턴이 보이실 겁니다. 채널을 바꿀 때 이 3가지를 체크하세요.


1. 내 상품의 강점이 드러나는 채널인가?

설명이 필요한 상품 → 홈쇼핑, 라이브커머스, 오프라인 스토리가 있는 상품 → 인스타그램, 브런치, 와디즈 프리미엄 상품 → 백화점, 마켓컬리, 29CM 가성비 상품 → 쿠팡, 스마트스토어, 대형마트


2. 그 채널 고객이 내 가격을 받아들이는가?

쿠팡에서 비싸면 → 마켓컬리, 백화점으로 스마트스토어에서 안 팔리면 → 인스타그램, 자사몰로 올리브영에서 가격대가 안 맞으면 → 백화점, 편집숍으로


3. 내 상품을 제대로 보여줄 수 있는 채널인가?

사진만으로 부족하면 → 영상이 가능한 채널 (홈쇼핑, 유튜브, 라이브) 체험이 필요하면 → 오프라인 채널 (백화점, 팝업스토어) 스토리가 중요하면 → 콘텐츠 채널 (인스타그램, 브런치, 와디즈)



꿀팁 정리!

지금 매출이 안 나오고 있다면, 이렇게 해보세요.

첫 번째, 현재 채널에서 안 팔리는 이유를 분석하세요.

가격이 안 맞는 건지, 경쟁이 너무 치열한 건지, 내 상품 강점이 안 드러나는 건지 파악하세요.


두 번째, 그 문제가 해결되는 채널을 찾으세요.

가격이 문제면 → 프리미엄 채널로 경쟁이 문제면 → 니치 채널로 강점이 안 보이면 → 설명/체험 가능한 채널로


세 번째, 작게 테스트하세요.

새 채널에 바로 올인하지 마시고, 작게 테스트해보세요. 인스타그램이면 한 달만 콘텐츠 올려보고, 와디즈면 펀딩 한 번 해보고, 반응을 보세요.


네 번째, 채널에 맞게 상품 구성을 조정하세요.

같은 상품이라도 채널에 따라 구성, 가격, 패키지를 조정해야 할 수 있습니다. 선물용 세트, 프리미엄 패키지처럼요.



마치며

매출이 안 나올 때 대부분 상품 탓을 합니다.


"상품이 별로인가?"

"가격이 비싼가?"

"품질을 더 높여야 하나?"


그런데 진짜 문제는 상품이 아닐 수 있습니다. 채널이 문제일 수 있습니다.


같은 상품이 채널 하나 바꿨을 뿐인데 매출이 5배, 10배 달라집니다. 오늘 보여드린 사례들이 그 증거입니다.

상품을 바꾸기 전에, 채널을 바꿔보세요. 그게 훨씬 빠르고, 훨씬 쉽고, 훨씬 효과적입니다.


다음 화에서는 "대형마트, 백화점, 홈쇼핑, 온라인 - 뭐가 다른가"를 다뤄볼게요. 각 채널의 특징과 입점 조건, 수수료 구조까지 상세하게 알려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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