옷을 살 때 생각해보세요.
아무리 예쁜 옷이어도 내 체형에 안 맞으면 안 삽니다. 디자인이 마음에 들어도 사이즈가 안 맞으면 소용없습니다.
유통도 똑같습니다.
아무리 좋은 상품이어도 채널과 핏이 안 맞으면 안 팔립니다. 품질이 좋아도, 가격이 착해도, 채널이 틀리면 소용없습니다.
오늘은 내 상품과 딱 맞는 채널을 찾는 구체적인 방법을 알려드릴게요.
상품과 채널의 핏이란, 이 3가지가 맞아떨어지는 겁니다.
첫째, 고객이 맞아야 합니다. 내 상품을 살 사람이 그 채널에 있어야 합니다.
둘째, 가격대가 맞아야 합니다. 그 채널 고객이 기대하는 가격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셋째, 분위기가 맞아야 합니다. 그 채널의 컨셉과 내 상품의 컨셉이 어울려야 합니다.
셋 중 하나라도 안 맞으면 핏이 안 맞는 겁니다. 그러면 아무리 노력해도 매출이 안 나옵니다.
실제로 본 사례들입니다.
어떤 분이 유기농 과일로 만든 프리미엄 수제 잼을 만들었습니다. 원가가 높아서 판매가가 12,000원이었어요. 패키지도 예쁘게 만들었습니다.
쿠팡에 올렸습니다.
결과가 어땠을까요?
쿠팡에서 잼을 검색하면 3,000원~6,000원짜리가 쏟아집니다. 복음자리, 청정원 같은 대기업 제품들이요. 쿠팡 고객은 "빨리, 싸게" 사러 온 분들입니다. 12,000원짜리 수제 잼을 보고 "비싸네" 하고 지나갑니다.
3개월 동안 10개 팔았습니다.
같은 잼을 마켓컬리에 올렸습니다.
마켓컬리 고객은 다릅니다. 프리미엄 식품을 찾는 분들이에요. "좀 비싸도 좋은 거 먹고 싶다"는 분들입니다. 잼 카테고리 평균 가격대도 8,000원~15,000원입니다.
한 달에 200개 팔렸습니다.
같은 잼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핸드메이드 소이 캔들을 만드는 분이 있었습니다. 향도 좋고, 디자인도 예뻤어요. 인스타그램에서 보면 딱 "이거 사고 싶다" 할 정도였습니다. 스마트스토어에 올렸습니다.
스마트스토어는 검색 기반입니다. 고객이 "캔들"을 검색하면 수천 개 상품이 뜹니다. 가격순으로 정렬하면 5,000원짜리부터 나옵니다.
25,000원짜리 핸드메이드 캔들은 검색 결과 저 아래 묻혀버립니다. 보이지도 않습니다. 6개월 동안 광고비 200만원 쓰고, 50개 팔았습니다. 적자입니다. 같은 캔들을 인스타그램에서 팔았습니다.
예쁜 사진 찍어서 올리고, 캔들 만드는 과정 영상도 올리고, 향에 대한 스토리도 적었습니다. "이 향은 제주도 여행에서 영감을 받았어요"처럼요. 팔로워가 모이기 시작했습니다. DM으로 주문이 들어왔습니다. 한 달에 100개씩 팔리기 시작했습니다. 같은 캔들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기능성 여성 속옷을 만든 분이 있었습니다. 특허 받은 원단으로 만들어서 정말 편하고 좋은 제품이었어요.
"2030 여성이 타겟이니까 올리브영이 딱이다" 생각하고 입점을 추진했습니다.
입점이 안 됐습니다.
왜일까요? 올리브영은 뷰티/헬스 카테고리 중심입니다. 속옷은 카테고리 자체가 없습니다. 올리브영에서 속옷을 사러 오는 사람이 없어요.
같은 상품을 무신사에 제안했습니다. 무신사는 패션 플랫폼입니다. 속옷 카테고리가 있고, 기능성 이너웨어를 찾는 고객이 있습니다. 입점이 됐고, 월 500만원씩 매출이 나옵니다. 같은 상품입니다. 채널만 바꿨을 뿐입니다.
그럼 어떻게 내 상품과 맞는 채널을 찾을까요? 3단계로 정리해드릴게요.
가장 먼저 해야 할 건 "누가 살 것인가"를 명확하게 정의하는 겁니다.
막연하게 "20~40대 여성"이라고 하면 안 됩니다. 구체적으로 정의해야 합니다.
이 질문들에 답해보세요.
연령대가 어떻게 되나요? 20대 초반과 30대 후반은 완전히 다른 고객입니다.
성별은요? 남성과 여성은 쇼핑 패턴이 다릅니다.
소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요? 가격 저항선이 달라집니다.
어디에 살고 있나요? 서울 강남과 지방 소도시는 접근 가능한 채널이 다릅니다.
라이프스타일은 어떤가요? 바쁜 직장인인지, 육아맘인지, 학생인지에 따라 쇼핑 방식이 다릅니다.
예시로 정의해볼게요.
"30대 초반 직장 여성. 서울 거주. 월 소득 300~400만원. 건강과 미용에 관심 많음. 바빠서 온라인 쇼핑 선호. 품질 좋으면 조금 비싸도 구매. SNS 많이 봄."
이 정도로 구체화되면 다음 단계로 갈 수 있습니다.
정의한 고객이 실제로 어디서 물건을 사는지 찾아야 합니다.
위 예시의 고객이라면 어디서 쇼핑할까요?
화장품은 올리브영, 무신사 뷰티에서 삽니다. 옷은 무신사, 29CM, 지그재그에서 삽니다. 생필품은 쿠팡 로켓배송으로 삽니다. 선물은 카카오 선물하기로 보냅니다. 새로운 브랜드는 인스타그램에서 발견합니다. 특별한 건 마켓컬리, 오늘의집에서 삽니다.
이렇게 고객의 쇼핑 동선이 그려집니다.
이 동선 위에 내 상품이 있어야 합니다.
실제로 조사하는 방법
주변에 타겟 고객과 비슷한 사람 5~10명한테 물어보세요.
"요즘 어디서 쇼핑해요?" "이런 상품 사려면 어디서 사요?" "자주 쓰는 쇼핑 앱이 뭐예요?"
답변 패턴이 보일 겁니다. 그게 내 상품이 있어야 할 채널입니다.
타겟 고객이 모이는 채널을 찾았으면, 그 채널에서 뭐가 잘 팔리는지 분석해야 합니다.
이것들을 체크하세요.
가격대는 어떤가요? 베스트셀러 상품들의 가격 범위를 확인하세요. 그 범위 안에 내 상품 가격이 들어가야 합니다.
어떤 상품 구성인가요? 단품인지, 세트인지, 번들인지 확인하세요. 그 채널에서 선호하는 구성이 있습니다.
패키지는 어떤가요? 고급스러운지, 실용적인지, 친환경인지 확인하세요. 채널 분위기에 맞아야 합니다.
상품명은 어떻게 짓나요? 키워드 중심인지, 감성 중심인지 확인하세요. 채널마다 클릭되는 상품명 스타일이 다릅니다.
리뷰에서 뭘 칭찬하나요? 고객이 그 채널에서 뭘 중요하게 생각하는지 알 수 있습니다.
예시로 분석해볼게요.
올리브영에서 "핸드크림" 베스트셀러를 분석한다고 해봅시다.
가격대: 8,000원18,000원이 메인. 구성: 단품 또는 미니 23개 세트. 패키지: 깔끔하고 트렌디한 디자인. 상품명: "촉촉 수분 핸드크림", "비건 핸드크림" 등 기능 키워드 중심. 리뷰 칭찬: "흡수 빠름", "끈적임 없음", "향 좋음".
이 분석 결과에 맞춰서 상품을 설계하면 됩니다.
채널을 정했으면, 이 5가지 질문으로 핏을 최종 점검하세요.
1. 내 타겟 고객이 이 채널에 있는가?
20대 여성한테 팔 건데 G마켓에 올리면 안 됩니다. 4050 주부한테 팔 건데 무신사에 올리면 안 됩니다.
2. 내 가격이 이 채널 가격대에 맞는가?
다이소에서 5만원짜리 안 팔립니다. 백화점에서 5천원짜리 안 어울립니다. 채널 평균 가격대에서 ±30%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3. 내 상품 카테고리가 이 채널에 있는가?
올리브영에서 속옷 안 팝니다. 무신사에서 식품 안 팝니다. 그 채널에 내 카테고리가 있는지 먼저 확인하세요.
4. 내 상품 분위기가 이 채널과 맞는가?
29CM는 감성적인 브랜드가 어울립니다. 쿠팡은 실용적인 상품이 어울립니다. 마켓컬리는 프리미엄 식품이 어울립니다.
5. 이 채널에서 내가 경쟁력이 있는가?
같은 카테고리 상품 대비 가격, 품질, 디자인, 스토리 중 하나라도 이길 수 있어야 합니다. 다 지면 거기서 팔면 안 됩니다.
5개 중 4개 이상 "예"여야 합니다. 3개 이하면 다른 채널을 찾으세요.
상품 유형별로 어떤 채널이 맞는지 정리해드릴게요. 참고로 활용하세요.
백화점, 마켓컬리, 29CM, 카카오 선물하기, 고급 편집숍.
고객이 "좀 비싸도 좋은 거"를 찾으러 오는 채널입니다.
쿠팡, 스마트스토어, G마켓, 이마트, 홈플러스.
고객이 "싸고 빠르게"를 찾으러 오는 채널입니다.
올리브영, 무신사, 지그재그, 에이블리.
고객이 "요즘 뜨는 거"를 찾으러 오는 채널입니다.
인스타그램, 29CM, 오늘의집, 텀블벅.
고객이 "예쁜 거", "스토리 있는 거"를 찾으러 오는 채널입니다.
카카오 선물하기, 백화점, 마켓컬리 선물하기.
고객이 "주기 좋은 거"를 찾으러 오는 채널입니다.
와디즈, 텀블벅, 쿠팡 로켓런칭.
고객이 "새로운 거", "남들보다 먼저"를 찾으러 오는 채널입니다.
바로 해보실 수 있습니다.
첫 번째, 타겟 고객을 한 문장으로 정의하세요.
"누가, 어디 살고, 뭘 좋아하고, 어디서 쇼핑하는지"를 한 문장으로 적어보세요.
두 번째, 그 고객이 쓰는 쇼핑 앱을 3개 적으세요.
실제로 주변 사람한테 물어보셔도 됩니다.
세 번째, 그 앱에서 경쟁 상품 베스트셀러 5개를 분석하세요.
가격, 구성, 패키지, 상품명, 리뷰 칭찬 포인트를 적어보세요.
네 번째, 핏 체크리스트 5가지로 점검하세요.
4개 이상 통과하는 채널을 메인으로 정하세요.
핏이 맞으면 마케팅을 적게 해도 팔립니다.
핏이 안 맞으면 마케팅을 아무리 많이 해도 안 팔립니다.
같은 상품이 채널 하나 바꿨을 뿐인데 10개 팔리던 게 200개 팔리기도 합니다. 그게 핏의 힘입니다.
내 상품을 바꾸기 전에, 채널을 바꿔보세요. 그게 훨씬 쉽고 빠릅니다.
다음 화에서는 "같은 상품, 채널 바꾸니 매출이 달라졌다"를 다뤄볼게요. 실제로 채널을 바꿔서 매출이 확 뛴 사례들을 더 상세하게 보여드리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