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품 만들기 전에 채널부터 정해라

Dec 14. 2025

"채널이요? 그냥 온라인이요"

컨설팅할 때 꼭 드리는 질문이 있습니다.

"어디서 파실 계획이세요?"

대부분 이렇게 답하십니다.

"온라인이요." "스마트스토어랑 쿠팡이요." "일단 여러 군데 다 올려볼 생각이에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이건 계획이 아닙니다. 그냥 막연한 희망입니다.

"온라인"은 채널이 아닙니다. 스마트스토어와 쿠팡은 완전히 다른 채널입니다. 여러 군데 다 올리면 어디서도 제대로 못 팝니다. 이번 콘텐츠는 채널이 정확히 뭔지, 왜 먼저 정해야 하는지, 어떤 채널들이 있는지 제대로 정리해드릴게요.

채널이란 정확히 뭔가요.

유통 채널이란, 상품이 만든 사람에서 사는 사람에게 전달되는 경로입니다.

쉽게 말하면 "어디서 파느냐"입니다.

그런데 이 "어디서"가 생각보다 훨씬 세분화되어 있습니다.

온라인만 해도 이렇게 나뉩니다.

자사몰, 스마트스토어, 쿠팡, G마켓, 11번가, 위메프, 티몬, 카카오 선물하기, 네이버 쇼핑라이브, 오늘의집, 무신사, 29CM, 와디즈, 텀블벅, 인스타그램 쇼핑, 카카오톡 스토어...

오프라인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마트, 롯데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 신세계백화점, 현대백화점, 롯데백화점, 올리브영, 롭스, 랄라블라, GS25, CU, 세븐일레븐, 다이소, 홈쇼핑(GS, CJ, 현대, 롯데, NS)...

전부 다른 채널입니다. 그리고 전부 다른 고객이 있고, 전부 다른 전략이 필요합니다.

왜 채널을 먼저 정해야 하나요.

한 문장으로 답하면 이겁니다.

채널이 정해져야 상품이 정해집니다.

채널마다 잘 팔리는 상품이 다릅니다. 채널마다 고객이 다르고, 구매 이유가 다르고, 가격 저항선이 다르고, 선호하는 패키지가 다릅니다.

채널을 모르고 상품을 만들면, 나중에 전부 뜯어고쳐야 합니다.

실제로 자주 보는 상황을 말씀드릴게요.

어떤 분이 프리미엄 핸드크림을 만들었습니다. 고급 원료 쓰고, 패키지도 예쁘게 만들었어요. 원가가 올라가서 판매가를 35,000원으로 잡았습니다.

"올리브영에 입점하고 싶어요."

올리브영 핸드크림 평균 가격대가 얼마인지 아시나요? 8,000원~15,000원입니다. 35,000원짜리 핸드크림은 올리브영에서 안 팔립니다. 고객이 그 가격을 기대하고 오는 곳이 아니거든요.

35,000원짜리 핸드크림이 팔리는 곳은 백화점입니다. 또는 프리미엄 편집숍, 고급 호텔 어메니티, 선물 전문 플랫폼입니다. 채널을 먼저 정했다면? 올리브영용으로 15,000원짜리 라인업을 따로 만들었을 겁니다. 또는 처음부터 백화점 타겟으로 50,000원짜리 프리미엄 라인을 기획했을 거고요.

채널이 가격을 정하고, 가격이 원가를 정하고, 원가가 상품 구성을 정합니다. 순서가 거꾸로 되면 안 맞는 옷을 억지로 입는 꼴이 됩니다.

채널별로 뭐가 다른가요.

주요 채널별 특징을 정리해드릴게요. 이걸 알아야 내 상품과 맞는 채널을 찾을 수 있습니다.

스마트스토어

네이버 검색 기반입니다. 고객이 검색해서 들어옵니다.

검색어가 곧 매출입니다. "여름 린넨 셔츠", "강아지 자동급식기"처럼 고객이 검색하는 키워드에 내 상품이 걸려야 합니다. 가격 비교가 쉬워서 최저가 경쟁이 치열합니다. 리뷰 개수가 구매 결정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잘 맞는 상품: 검색 수요가 있는 상품,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 리뷰로 승부할 수 있는 상품

쿠팡

로켓배송이 핵심입니다. 고객은 "빨리 받고 싶다"는 니즈로 옵니다.

쿠팡 고객은 충성도가 낮습니다. 브랜드보다 가격과 배송 속도를 봅니다. 오늘 내 상품 사던 고객이 내일은 더 싼 경쟁사 상품을 삽니다. 수수료가 높고 광고비 경쟁이 치열해서, 박리다매 구조가 아니면 버티기 어렵습니다.

잘 맞는 상품: 생필품, 소모품, 가격 경쟁력 있는 상품, 대량 판매 가능한 상품

올리브영

2030 여성이 주요 고객입니다. 트렌드에 민감하고, "요즘 뜨는 거"에 반응합니다.

올리브영 랭킹, 리뷰 개수, SNS 바이럴이 매출을 좌우합니다. 입점 자체가 어렵고, 입점 후에도 프로모션 경쟁이 치열합니다. 가격대는 중저가가 메인입니다. 너무 싸도 안 되고, 너무 비싸도 안 됩니다.

잘 맞는 상품: 화장품, 뷰티 디바이스, 건강기능식품, 트렌디한 생활용품

백화점

프리미엄 이미지가 핵심입니다. 백화점에 입점했다는 것 자체가 브랜드 신뢰도를 높여줍니다. 고객은 중산층 이상, 품질과 서비스에 기꺼이 돈을 지불하는 분들입니다. 가격보다 가치를 봅니다. 입점 비용이 높고 수수료도 높습니다. 마진 구조가 탄탄해야 버틸 수 있습니다.

잘 맞는 상품: 프리미엄 브랜드, 선물용 상품, 고가 상품, 차별화된 스토리가 있는 상품

홈쇼핑

TV와 라이브 방송으로 판매합니다. 쇼호스트가 1시간 여 동안 상품을 설명하고, 그 시간 안에 구매를 유도합니다. 짧은 시간에 설명 가능한 명확한 USP(차별점)가 필수입니다. "왜 이 상품이어야 하는지"가 한 문장으로 정리되어야 합니다. 방송 한 번에 수천만 원에서 수십억 원까지 매출이 나오지만, 방송료와 수수료가 높습니다. 반품률도 높은 편입니다.

잘 맞는 상품: 시연이 가능한 상품, 차별점이 명확한 상품, 세트 구성이 가능한 상품

와디즈/텀블벅 (크라우드펀딩)

신제품 론칭에 적합합니다. "세상에 없던 새로운 상품"이라는 스토리가 중요합니다. 얼리어답터 고객이 많습니다. 새로운 걸 남들보다 먼저 써보고 싶은 분들이에요. 가격보다 참신함과 스토리에 반응합니다. 펀딩 성공 자체가 마케팅이 됩니다. 언론 보도, SNS 바이럴로 이어지기 좋습니다.

잘 맞는 상품: 혁신적인 신제품, 디자인 제품, 친환경 제품, 스토리가 있는 제품

카카오 선물하기

선물 목적 구매가 100%입니다. 생일, 기념일, 감사 인사 때 쓰입니다. 패키지와 가격대가 중요합니다. 선물했을 때 "괜찮아 보이는" 패키지, 부담스럽지 않은 가격대(1만원~5만원)가 잘 팔립니다. 카테고리별로 잘 팔리는 상품이 명확합니다. 케이크, 꽃, 커피, 케어 제품 등

잘 맞는 상품: 선물용 패키지가 가능한 상품, 범용적인 상품, 예쁜 상품

인스타그램/SNS

감성과 비주얼이 전부입니다. 상품보다 "브랜드 분위기"를 삽니다. 콘텐츠를 꾸준히 만들어야 합니다. 예쁜 사진, 공감되는 스토리, 인플루언서 협업이 매출로 연결됩니다. 충성 고객을 만들기 좋습니다. 한번 팬이 되면 계속 구매하고, 주변에 추천합니다.

잘 맞는 상품: 비주얼이 좋은 상품, 라이프스타일 상품, 스토리가 있는 브랜드

채널 정할 때 체크해야 할 4가지

내 상품과 맞는 채널을 찾으려면 이 4가지를 체크해보세요.

1. 내 타겟 고객이 그 채널에 있는가?

20대 여성에게 팔 상품을 G마켓에 올리면 안 됩니다. 20대 여성은 무신사, 올리브영, 인스타그램에 있습니다.

40대 주부에게 팔 상품을 무신사에 올리면 안 됩니다. 40대 주부는 스마트스토어, 쿠팡, 홈쇼핑에 있습니다.

내 고객이 있는 곳에서 팔아야 합니다.

2. 그 채널의 가격대와 내 상품 가격이 맞는가?

다이소에서 50,000원짜리 상품은 안 팔립니다. 백화점에서 5,000원짜리 상품은 안 어울립니다. 채널마다 고객이 기대하는 가격대가 있습니다. 그 범위 안에 있어야 합니다.

3. 내 상품이 그 채널에서 경쟁력이 있는가?

쿠팡에서 가격 경쟁 안 되면 쿠팡에서 팔면 안 됩니다. 올리브영에서 트렌드 경쟁 안 되면 올리브영에서 팔면 안 됩니다. 그 채널에서 내가 이길 수 있는 무기가 있어야 합니다.

4. 그 채널을 운영할 역량이 있는가?

인스타그램은 콘텐츠를 계속 만들어야 합니다. 홈쇼핑은 방송 대응을 해야 합니다. B2B는 영업을 해야 합니다. 내가 할 수 있는 채널을 골라야 합니다. 못하는 채널 억지로 하면 지칩니다.

꿀팁 정리

바로 해보실 수 있는 것들입니다.

첫 번째, 채널 리스트를 만드세요.

온라인과 오프라인으로 나눠서, 입점 가능한 채널을 전부 적어보세요. 최소 10개 이상 나올 겁니다.

두 번째, 각 채널에서 경쟁 상품을 검색해보세요.

내 상품과 비슷한 카테고리에서 뭐가 잘 팔리는지, 가격대는 어떤지, 리뷰에서 뭘 칭찬하고 뭘 불만으로 말하는지 살펴보세요.

세 번째, 4가지 체크리스트로 점수를 매겨보세요.

타겟 고객 유무, 가격대 적합성, 경쟁력, 운영 역량. 각 항목 5점 만점으로 채점해서 가장 점수 높은 채널 3개를 후보로 정하세요.

네 번째, 메인 채널 1개를 확정하세요.

처음엔 한 채널에 집중하세요. 그 채널에서 자리 잡은 후에 확장해도 늦지 않습니다.

마치며

채널은 그냥 "파는 곳"이 아닙니다. 채널은 내 고객이 있는 곳이고, 내 상품의 가격을 정하는 곳이고, 내 상품의 형태를 결정하는 곳입니다. 채널을 먼저 정하면, 상품 기획이 명확해집니다. 가격이 정해지고, 패키지가 정해지고, 마케팅 전략이 정해집니다. 채널을 모르고 상품을 만들면, 전부 흔들립니다. 가격도, 패키지도, 마케팅도 전부 다시 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