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지 않게 되는 얄팍한 변명
챗 gpt 역시나 대단하다
재택근무의 장점 3가지 단점 3가지를 말해줄게
이걸 잘 녹여서 산문을 써줘 나는 5년 차 재택근무 직장인이야.
난 김혼비, 김신지 작가의 문체를 좋아해
장점
1. 노래를 들으며 일할 수 있다.
2. 점심메뉴를 오로지 본인의 취향에 맞출 수 있다.
3. 출근 1분 전까지 잘 수 있다.
단점
1. 일과 삶의 분리가 안 되는 시기가 있다.
2. 인수인계가 아무래도 어렵다.
3. 정서적으로, 물리적으로 고립감을 느낄 때가 있다
이렇게 프롬포터를 넣어주면 아래와 같은 내 삶과 닮은 그럴싸한 글이 완성된다. 챗gpt가 나에게 최고의 에세이스트네..
어느 날은 알람이 울리기 5분 전부터 눈이 떠진다. 딱히 일찍 일어나고 싶은 건 아닌데, 묘하게 오늘의 업무 목록이 자꾸 머리를 스친다. 뒹굴뒹굴 이불속을 굴러다니다가, 결국 8시 59분에 침대에서 나와 노트북을 연다. 마우스를 움직이며 “나 출근했어요” 상태를 켜고, 그제야 하루가 시작된다.
재택근무 5년 차. 이젠 누가 시키지 않아도 정확히 1분 전에 깰 수 있는 기술이 생겼다. 이건 아무나 가질 수 없는 고급 스킬이다. 예전에는 아침마다 지하철에 실려 출근하던 시간이 있었다. 사람들과 부대끼며 한 시간씩 걸리는 거리 속에서 나는 점점 조용해졌고, 말수가 줄었다. 하지만 이제는 아니다. 눈을 뜨면, 내 방이 곧 사무실이고, 내 주방이 바로 카페테리아다.
아침부터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틀어놓는다. 김사월의 ‘누군가에게’나, 적재의 기타 소리가 흐르면, 키보드 소리도 괜히 더 감성적으로 들리는 착각이 든다. 누구도 옆자리에서 이어폰 소리가 샌다고 말하지 않고, 사무실 규칙이라는 것도 없다. 오늘의 나는 내 기분에 맞는 배경음악을 깔고 일하는 사운드 디자이너다.
점심시간은 말할 것도 없다. 회사를 다니던 시절, “오늘 뭐 먹지?”라는 질문이 너무 자주 피곤했다. 아무도 먼저 의견을 내지 않으면 묘한 침묵이 흐르고, 결국 누군가가 중화요리를 말하면, 또 누군가는 고개를 갸웃거리고. 지금의 나는 나 혼자 결정권자다. 김치볶음밥이 당기면 남은 햄과 계란으로 휘리릭, 오늘은 바질페스토 파스타가 먹고 싶으면 마트에서 사 온 재료로 뚝딱. 간혹 실패할 때도 있지만, 적어도 내 입맛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나 하나다. 그리고 이상하게, 혼자 먹는 점심은 맛보다도 그 시간 자체가 은근히 위로가 된다.
하지만 모든 것이 자유롭고 낭만적인 건 아니다. 언젠가부터 일과 삶의 경계가 흐려졌다. 처음엔 ‘집에서 일하니까 너무 좋아’였는데, 지금은 ‘일이 집을 침범하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거실 소파에 앉아 넷플릭스를 보다 보면, 저기 구석에 덮어둔 노트북이 자꾸 나를 부른다. “그거 마감 안 했잖아?”라고.
그리고 일의 방식도 다르다. 예전처럼 누군가 옆자리에서 “이거 이렇게 하면 돼요”라고 말해주는 사람이 없으니까, 인수인계를 하거나 누군가에게 뭔가를 설명할 땐 애를 먹는다. 결국 직접 예시 자료를 만들고, 설명글을 정리해서 보내고, 다시 통화를 잡고, 한참을 돌아야 겨우 “이해됐어요!”라는 말을 듣는다. 이럴 땐 “오피스에서 일할 땐 이게 참 빨랐는데…”라는 생각이 스친다.
무엇보다도 가끔, 진짜로 가끔. 아무 말도 안 하고 하루를 보낸 날이면, 이 고요함이 내게 말을 건다. “괜찮아?”라고. 물리적으로 혼자 있는 것보다 정서적으로 고립됐다고 느껴질 때, 그건 꽤 무겁다. 다 큰 어른이지만, 누군가와 커피 한 잔을 마시며 헛소리를 주고받고 싶어지는 순간. 그런 게 없다. 그럴 땐 나도 모르게 예전 회사 근처 편의점에서 함께 아이스크림을 고르던 동료 얼굴이 떠오른다.
그럼에도 나는, 여전히 이 삶을 좋아한다. 아무도 없는 거실에서 혼자 박수를 치며 일을 끝낸 날, 좋아하는 음악이 흐르는 오후, 고요한 주방에서 끓여낸 달걀국 한 그릇의 위로. 그런 게 좋다. 불완전하지만 나에겐 충분한 방식. 조금은 지치고, 조금은 편안한, 어설픈 사무실에서 나는 오늘도 출근한다. 침대에서 마우스까지, 2.5초 거리.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