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끓이고 볶고 삶고 있었다
결혼하고 나서, 나는 요리가 제일 하기 싫었다.
청소는 괜찮았다.
빨래도 좋아하는 편이었고,
설거지는 좀 귀찮지만 어쨌든 손이 알아서 움직였다.
그런데 요리만은 정말, 정말 하기 싫었다.
무언가를 손질하고, 썰고, 간을 보고, 불 앞에 서 있는 일.
그 모든 과정이 너무 낯설고 피곤했다.
식사를 준비해야 하는 시간이 다가오면 마음부터 지쳤다.
완벽하고 현명한 아내에게 요리는 필수야.
내가 나를 들들 볶았다.
그렇게 1년이 지나고
이제는 가지덮밥쯤은 우습다.
궁채나물도 무쳤고, 숙주도 볶고,
멸치볶음도 제법 그럴싸하다.
만둣국, 된장찌개, 미역국까지—어느새 나는 그걸 ‘할 수 있는 사람’이 되어 있었다.
시간이 해결해 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그 사이의 시간 속에는 수많은 나의 ‘작은 시도들’이 있었다.
가지를 다 태워먹은 날, 땅콩이 무지하게 짜게 된 날
모양새가 우스운 양파링 김치볶음밥까지..
그 모든 걸 지나왔더니, 지금은 안다.
누군가는 손쉽게 하는 일을
나는 조금 더디게, 천천히 익혔다는 걸.
그리고 그 속에는, ‘잘해보려는 마음’이 늘 있었다는 걸.
살다 보면, 그냥 해결되는 일은 없다.
어느 날 눈 떠보니 다 괜찮아져 있는 법은, 없다.
대신 그 시간 동안 계속해서 조금씩 해낸 ‘내가’ 있다.
그걸 알게 되니까, 괜히 뿌듯해진다.
이제는 요리를 여전히 그렇게 사랑하지는 않지만,
그래도 가끔은,
무언가를 지글지글 볶으며 내 삶을 조금씩 끓이고 있다는 기분이 든다.
조금은 단단하게 익어가고 있다는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