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회사에서 내 편 하나 있으면 충분해

내가 니 편이 되어줄게

by 컴쟁이

회사에 다닐 때, 진심으로 바라는 게 있다면 그건 아마도 딱 한 명이라도 내 편이 있어주는 것. 한 명이면 된다. 모두가 아니어도. 늘 같은 편을 들어주는 것도 아니어도. 단지, 내가 힘들다고 말했을 때 “그럴 수 있지”라고 말해줄 수 있는 사람. 특히 그 사람이 타 팀이라면 더할 나위 없이 좋다.

같은 팀이면 아무래도 좀 눈치가 보인다. 내 일이 곧 그의 일이기도 하니까. 뭔가를 하소연하다가도, “그래도 그건 네가 좀 잘못한 거 같아…”라는 뼈 있는 피드백이 날아올 수 있다. 반면, 타 팀의 친구는 좀 다르다. 일단 내 일에 직접적인 이해관계가 없다. 그러니까 편들어주기 좋다. “야 그건 좀 너무했네.” “헐 그걸 너한테 시킨 거야?” 이런 말이 너무 쉽고 가볍게 나올 수 있다. 그 말 한마디에, 이상하게도 가슴이 사르르 내려앉는다.

더 좋은 건, 이 타 팀 친구에게 우리 팀의 이야기를 마음껏 풀어낼 수 있다는 점이다. 미주알고주알, 사소한 것부터 큰 것까지. 물론 내 잘못한 얘기는 조심스럽게 생략한다. ‘말 안 해도 되겠지’ 하면서. 친구도 그런 내 입장을 어지간해선 캐묻지 않는다. 그저 고개를 끄덕여줄 뿐이다. 적당히 맞장구도 쳐주고, 같이 분개해 주고, “그래서 그 인간은 또 뭐래?” 하고 다음 이야기를 청해주기도 한다. 그런 시간엔 왠지 회사라는 공간이 조금은 덜 삭막하게 느껴진다.

커피 한 잔 들고 복도 끝 소파에 앉아, 목소리를 살짝 낮춘 채 서로의 팀 이야기를 나누는 순간. 아주 작은 연대가 생긴다. 그 연대는 대단한 게 아니라서, 회사를 그만두면 자연스럽게 흐려지기도 한다. 그래도 그 시절엔 분명히 내 곁에 있어줬던 한 사람. 그 사람 덕분에 울지 않고 견딘 날들이 있었다. 그걸로 충분하다

keyword
금요일 연재
이전 20화정말 정말 하기 싫은 것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