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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당한 선에서 딴짓을 즐기자

일단 본업이 우선, 아자아자 하반기

by 컴쟁이


요즘 따라 자꾸 다른 일에 눈이 간다. 정확히는, 본업 외에 돈 되는 일. 사이드잡 말이다. 계좌 잔고를 한 번 훑고 나면 생각이 많아진다. 뭐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 근데 뭘 해야 할까?

이모티콘을 다시 제출할까? 얼마 전 한 번 시도는 해봤다. 밤새 그림을 그리고, 아이디어를 짜고, 포기할까 말까 고민하다 외주를 맡겨 겨우 제출했던 토마티콘. 결과는 탈락. 그 뒤로 몇 번을 더 도전하려다, 그만둔 채로 ‘초안’ 폴더에 박제된 파일만 수북하다. 그런데도 다시 해볼까 싶다. 조금 더 익숙해진 카카오톡 이모티콘 제안하기 페이지, (아마) 조금 더 늘어난 센스, 그리고 무엇보다 “이번엔 될지도 몰라”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 하지만 마음 한켠이 묻는다. 또 퇴짜 맞으면 어떡하지? 지난주처럼 며칠을 승인되었나 탈락했나 마음 졸이며 보내고 나면, 그건 또 무슨 의미일까.

요새 눈길이 가는 솔파의 탈잉 강의는 몇 번을 장바구니에 넣었다 뺐다 했다. 강사 소개 페이지를 볼 때마다, 왠지 나도 뭔가 콘텐츠로 먹고살고 광고도 받아서 바이럴 해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유명인들과의 협업도 꿈꾼다. 마치 나의 가능성에 투자하는 것 같아서 뿌듯하기도 하다. 하지만 동시에 이런 생각도 든다. 이 강의 듣는다고 진짜 뭔가 바뀔까? 릴스 떡상이 될까? 운칠기삼 아닐까..? 나는 망신살이 없어서 화제몰이를 못하는데.. 변명을 앞세워 실행을 멈추고 당장 시간이 돈으로 변하길 바라는 허무맹랑한 욕심에 번번 결제를 미룬다.

당근마켓엔 오늘도 알바 글이 올라온다. “가구조립 2만 원.” 일당으로 바로 들어온다는 말에 마음이 기운다. 뭐라도 해서 돈을 손에 쥐면 뭐라도 하고 있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금은 놓일 것 같다. 예측 가능한 일, 예측 가능한 결과. 하지만 그만큼 예측 가능한 피로도. 퇴근 후 알바 뒤엔 늘 누워있기 바빴던 나를 기억한다. 그렇게 힘든 하루를 보내고 나면, 아무것도 하기 싫어졌던 그날들. 그래도 그 돈으로 치킨을 시켜 먹을 수 있었으니까. 먹고살기는 했으니까.


이모티콘은 내 창의력으로 버는 돈이라 멋있고, 탈잉 강의는 미래를 위한 투자라 뿌듯하고, 당근 알바는 즉시 통장에 찍히니까 현실적이다. 셋 다 끌리지만 셋 다 망설여진다. 요즘의 나는, 하고 싶은 일보다 당장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에 더 민감한 사람이 되어버렸다. 요새 잔실수도 느는데 잡생각 말고 본업에 집중해야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신나는 딴짓이 하고 싶다. 본업 외에 깔짝대는 행위로 목표했던 금액을 달성하는 경험. 그게 이모티콘이면 다시 시도해 볼 테고, 강의가 필요하다면 부담되지 않는 선에서 들어볼 테고, 진짜 너무 급하면 알바도 마다하지 않을 거다. 아자아자 하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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