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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경서기 Jun 07. 2021

그럼에도 오월은 따뜻했다

카네이션을 든 어르신

용산으로 향하는 1호선. 

노약자석에 앉은 어르신에게 자꾸만 눈이 갔다. 어버이날은 이미 지났었지만 예쁜 카네이션이 든 투명한 쇼핑백을 들고 계셨다. 꼭 여대 앞에서 팔 것처럼 예쁘게 포장 된 카네이션. 색이 들어간 작은 화분과 생화, 그리고 '사랑해요'가 적힌 리본까지 달려있었다. 나는 사정이 있어 어버이날이 지나고 카네이션을 선물해 준 누군가를 상상했다. 오월의 햇살처럼 환하게 웃으며 카네이션이 든 쇼핑백을 줬을 그 누군가의 모습. 그것이 마치 눈앞에서 펼쳐지듯 생생했던 것은, 카네이션을 든 어르신의 눈 때문이었다. 마스크 위로 보이는 그 눈은 정말이지 사랑이 잔뜩 담겨 있었다. 내가 준 꽃을 저런 눈빛으로 누가 바라본다면 그 꽃은 절대 시들지 않을 것 같다고 여겨질 정도였다. 


 

나는 지하철이 용산역에 도착하자 지하철에서 내려 약속장소인 용산역 광장으로 천천히 걸어갔다. 핸드폰으로 친구에게 도착했다는 메시지를 보내며 걸어가는 중에 누군가의 외침에 깜짝 놀라 뒤돌아보았다. 


어머니! 

지하철안에서 카네이션을 안고 있던 어르신이었다. 그리고 정말 이유도 알수 없이 나는 눈물이 핑 돌았다. 어르신은 조금 서두르는 걸음으로 카네이션이 든 쇼핑백을 꼭 안고 나를 지나 어느 할머님에게 갔다. 할머님은 부끄럽게 웃으며 괜시리 어르신의 팔을 투닥거리듯 때렸다. 나는 그 모습을 더 지켜보다가는 눈물이 터질것 같아 애써 시선을 피했다. 2021년, 그럼에도 오월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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