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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Apr 19. 2022

MZ 트렌드는 부드러운 리더십이다.

음악가 유희열에게서 배우는 부드러운 리더십

리더 유희열

사실 나는 유희열이라는 사람을 잘 모른다. 토이라는 그룹의 소속이었던 가수, 그리고 스케치북이라는 음악프로그램의 MC, 유재석이 소속된 소속사 안테나의 사장. 이 정도가 내가 그를 아는 거의 전부일 것이다. 그리고 나는 방송에 나오는 연예인들의 모습을 대체로 신뢰하지 않기 때문에 방송 프로그램에서의 유희열이라는 사람 역시 본모습일 거라는 확신은 없다. 하지만 마케터의 직감으로 유희열이라는 사람은 높은 수준의 확률로 방송을 자기 있는 그대로 편안하게 하는 사람 중의 한 명이 아닐까 감히 추측해본다.

유희열 리더십을 떠올리게 된 영상, 아니 이미지가 있었다. 그런데 그 이미지 출처가 너무 가물해서 두어 시간을 찾아 해 맨 끝에 발견했다. 식집사 트렌드가 확산되고 있는 지금, 트렌디한 식집사 프로그램 '오늘도 삽질'(이하 오삽)에서의 한 장면이다. 네이버 검색으로는 접근이 아직은 힘든 것 보니 인기가 없나 했더니 해당 영상만 20만 조회다. 많은 사람들이 오삽에서 '힐링'을 찾는다. 트렌드와 결이 맞다는 것이다. 식물을 키우는 프로그램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출연진 면면히 상대에게 편안함을 주기 때문이기도 하다.

출처 : 오늘도삽질 / Studio Hook

그 정점에 선 인물이 바로 유희열이다. 어디서 봤는지도 기억이 나지 않는 저 한 이미지가 뇌리에 박혔다. 멘트가 없었다면 사장과 직원의 관계로 바라볼 수 있을까. 그냥 친한 동생의 옥탑방에서 텃밭을 가꾸는 중년 아저씨들의 느낌 정도로만 보인다. 물~~론 면면히 따져보면 유희열 서울대, 이장원 카이스트, 정재형 파리고등사범음악원 등 수재들을 죄다 모아놓은 그룹이기도 하다. 하.지.만. 학력과는 전혀 상관없는 그들만의 푸근하고 편안함이 오삽의 힐링 요소이기도 하다. 그 편안함을 만드는 것 역시 그들의 소속사인 안테나의 사장 '유희열'에게서 발현되는 것이 아닐까. (오삽 영상 링크는 맨 하단 첨부한다.)


유희열 리더십

유희열하면 빼놓을 수 없는 프로그램이 두개 더 있다. '스케치북'과 '비긴어게인'이 그것이다. 오삽보다 더 긴 분량에서 유희열만 보여줄 수 있는 특유의 부드러움과 배려가 넘치는 프로그램들이다. 특히 스케치북은 스튜디오 촬영이기 때문에 게스트에 대한 배려 이상의 것을 느끼기 어렵지만, 해외 버스킹 프로그램인 '비긴어게인'에서는 그 진가를 맛볼 수 있다. 음악으로는 그 누구보다 철저하고 예민하기로 소문난 이소라가 함께함에 있어 유희열 리더십이 더욱 돋보이기도 한 프로그램이다. 오삽과 비긴어게인에서 느낀 유희열 리더십은 아래와 같다.

1. 노력하는 천재, 유희열

리더는 끌고 가는 사람이 아니라, 먼저 앞 장 서는 사람이라는 말을 몸소 실천한다. 앞 서 이야기한 바와 같이 서울대라는 의미 있는 학위를 가지고 있을 뿐 아니라 토이로서의 성공과 작사/작곡가로서의 활동 등 '천재'까지는 아니라도 '수재' 소리는 충분히 들을 정도로 실력파 뮤지션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스킹 공연에 누가 될까봐 누구보다 더 열심히 연습한다. 그 모습은 함께 하는 비긴어게인 팀이 감화될 수밖에 없는 장면이 아니었나 싶다.

물론, 리더는 '천재'일 필요는 없다. 서울대를 나오지 않아도 된다. 여기서 하고 싶었던 말은 천재도 노력하는데 우리가 가만히 있어서 되겠느냐라는 자조적인 물음이다. 나 역시 천재는커녕 평범 타이틀도 부끄러울 정도로 뛰어남과는 거리가 있다. 여전히 부족한 것이 많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조직'을 이끄는 '장(長)'으로서 먼저 앞장설 필요가 있다. 생각보다 많은 조직장이 철칙 없는 업무 위임을 한다. 업무 위임이란 업무의 중요도와 시급성에 따라 판단해야 한다. 위임받는 조직원이 누구이냐에 따라서도 위임 수준이 달라져야 하며 중요도와 시급성이 높은 경우 스스로 처리해야 한다. 이러한 일련의 상황 판단 없이 업무를 위임해서는 안된다. 정확한 업무 분배와 함께 조직장이 해야 할 일은 반드시 솔선수범해야 함을 다시 한번 강조한다.


2. 인정할 것은 인정하는 '쿨'한 리더

오삽에서 유희열은 식물을 심는 것은 '처음'이라고 얘기한다. 또한 음악가로서는 치명적일 수 있지만, 노래를 못함을 음악성으로 극복한다. 커뮤니케이션에 있어서 '거짓'이 없다. 자신의 단점을 구태여 숨기지 않고 솔직하게 드러낸다. 그렇다고 단점을 나쁘게 볼 수 없는 것은 앞 서 말한 솔선수범 때문이다. 단점을 단점 그대로 두되, 할 수 있는 장점은 극대화한다. 잘하는 것을 하는 것이다. 때문에 실력 있는 뮤지션으로 손꼽힐 수 있는 것이 아닐까 생각해본다.

실력을 떠나서, 다시 커뮤니케이션으로 돌아온다. 리더가 아니고 한 사람으로서도 자신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것은 쉽지 않다. 더군다나 하급자에게 부족함에 대하여 인정하는 것은 얼마나 더 어려운 일일까. 문제의 출발은 '못'하는 것이 '잘못'이라는 생각 때문이며, '못'하는 것이 자존심을 해하는 일이라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완벽하기 어렵다. 때문에 완벽한 인간상을 '신'이라 부르며 추대하는 것이 아닌가. 우리가 무언가 '못'하는 것은 '잘못'이 아니다. 하지만 '못'한다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은 '잘못'이다. 못하는 것은 인정하는 것은 부끄러운 것이 아니다. 내 능력의 한계가 있다면 협업을 할 수 있도록 조직을 꾸리는 역할을 하면 된다. 인정할 것은 인정하되, 그것에 대한 대안을 만드는 것이 리더의 덕목이다.


3. 구체적인 칭찬을 한다.

음악 경연 프로그램에서의 일이다. 쟁쟁한 심사위원들이 모두 '탈락'을 시키는 참가자가 있었다. 특히 음악이 심심하고 구름 떠가는 듯한 느낌이라는 악평이 있었다. 그 참가자는 유희열의 와일드카드를 받아 통과됐다. 유희열은 당시 이렇게 얘기했다.

"심사위원 두 분이 말씀하신 것을 다 들어야 해요. 하지만 굳이 따르라고 권하고 싶진 않아요. 노래 잘하는 가수만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니까. 구름 위를 흘러가는 듯한 그런 노래들도 있어야죠"

개개인의 다양성을 인정하고 참가자의 노래가, 음악이 주류가 아니지만 훌륭했다는 표현을 단순히 '잘했다'가 아니라 충분한 이유를 근거로 이야기함으로써 공감을 자아냈다. 더군다나 안테나 소속사에는 '그런 노래'를 부르는 가수들이 있기 때문에 더욱 진심으로 와닿을 수 있었다.

기본적으로 인간은 인정의 욕구를 수반한다. 누구나 취직을 하고 나면 부푼 꿈을 꾼다. 상상인들 뭔들. 나는 조무래기 시절에 해당 기업의 대표를 갈아치우는 꿈도 꿨다. 더 거슬러 올라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장래희망은 대통령이었다. 꿈인들 뭔들. 그런데, 여러 상황에 따라 그 꿈과 상상은 현실이 된다. 안타깝게도 내가 말하는 현실은 시궁창 현실이다. Dream's Come True가 아니다. 현실의 벽에 막혀 꿈도 상상도 좌절되는 경우가 많다. 아니, 처음 입사하면 대부분 그렇다. 그럴 때 상사의 한마디는 큰 동기부여가 된다. 물론 무작정 칭찬을 남발하라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구체적인' 칭찬을 해야 한다는 것이다.

칭찬은 타이밍과 시의성이 있다. 어느 시점이 지나가면 칭찬의 효력은 떨어진다. 때문에 조직원이 긍정적인 수행 결과를 보였다면 '즉시' 칭찬하라. 그리고 '구체적'으로 얘기해라.


4. '사람'을 존중한다.

안테나에 유재석이 소속된 것은 당연한 수순이기는 하지만 이례적이라고 한다. 뮤지션만 소속된 소속사에 개그맨이라니 말이다. 당연히 그에 대한 질문도 이어졌다. "유재석을 가수로 키울 거냐?"라는 질문에 유희열이 답한다. "이미 유재석은 우리보다 더 많은 히트곡이 있다" 실제로 무한도전 가요제와 최근 싹쓰리 부캐 활동 등을 통해 히트곡이 꽤나 있는 유재석이다. 물론 유희열의 답변은 위트를 섞은 농담조 이야기였고, 실제로는 가수와 개그맨의 구분보다는 '크리에이터' 그룹으로서 안테나를 성장시키고자 하는 유희열 사장의 가이드에서 영입이 이루어졌다. 위트 있는 답변에서 유희열의 사람 사랑을 느낄 수가 있다. 누구보다 새로이 영입되어 온 유재석을 치켜세워주는 유희열만의 방식인 셈이다. 개인적으로 이 대사는 유재석에 대한 충분한 신뢰와 애정이 없었다면 나오기 힘들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아마 이 부분이 MZ세대를 관리하는 조직장의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 생각한다. 과거 할아버지, 아버지 세대에는 부조리한 일들이 만연했다. 그리고 그것을 감내하는 것이 옳은 시대였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 우리와 우리 자식 세대는 '내'가 중요하다. 때문에 누구보다 '나'를 인정하고 존중해주는 조직장과 함께 하기를 원한다. 나아가 부조리한 조직에서는 굳이 남아있지 않는다. 내가 가장 관심을 가지고 조직을 구성하는데 공을 들이는 부분이기도 하다. 물론 리더로서 사람의 존중을 기본으로 하되, 조직 전체가 사람 존중을 하는 문화를 가지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지에 대한 고민이다. 단순히 몇 개의 복지가 신설된다고 그것이 해답이 되지는 않겠지만 여러 방향에서 시도해봐야 할 일이다.


유희열처럼 늙어가다

나보다 연배가 많으시지만, 글 특성상 호칭을 생략했기 때문에 혹시라도 이 글에 부정적 감정을 가졌던 분들께는 사과의 말을 올린다.(물론 유희열 님도 포함해서.) 업(業)이 다르기 때문에 롤모델이라고 칭하기는 어렵지만, 인생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는 내 롤모델이 되었으면 하는 사람이다. 유희열 님의 유쾌하면서 수평적인 인간관계가 나의 지향점이다. 단순히 리더십에서만이 아니라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서도 이만큼 행복한 일이 어디 있으랴. 물론 몇몇 프로그램에서 겉으로 보이는 것보다 개인의 고뇌도 많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지만, 그 또한 이겨내고 누구보다 유쾌한 삶을 살아가는 유희열 님을 다시 한번 응원하며 나 역시 그처럼 늙어가고 싶다. 그리고 내가 어디에 어떻게 소속이 되어갈지는 모르겠으나 꾸준히 그의 리더십을 실천할 수 있길 스스로에게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안테나 1짱 유희열의 오삽 영상을 아래 올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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