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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차준영 Apr 14. 2022

메시지 전달의 기술

넛지(Nudge) 효과를 통한 마인드 리딩(Mind Leading)

'아' 다르고 '어' 다르다.

이기주 작가의 <언어의 온도>라는 책이 있다. 단어의 어감에는 차갑고 따스운 차이가 있다는 것이다. 그 차이에 따라 받아들이는 상대방의 태도 역시 결정된다. 속담 중 '<아' 다르고 '어' 다르다>와 일맥상통하는 이야기다. 책에 이런 내용이 있다. '먹는 사과의 당도가 중요하듯, 말로 하는 사과 역시 그 순도가 중요하다.' 감탄의 감탄을 했고, 글의 힘이란 이런 것이구나 새삼 느꼈다. 사과뿐 아니라 말이 그렇다. 우리의 말은 그 온도와 순도가 매우 중요하다. 제안 PT를 마친 직후였다. 생각보다 긍정적인 반응에 우리 팀은 고무되어 있었다. 결과와 상관없이 그간의 노고에 서로를 격려했다. 게다가 클라이언트의 긍정적이고 호의적인 분위기가 제안 결과에 대한 희망을 품게 했다. 결과가 나오지는 않았지만, 과정은 성. 공. 적.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상사의 말 한마디에서 시작됐다. 제안을 마치고 돌아가는 길에 상사의 전화를 받았다. 제안 PT에 대해 분위기를 물었다. 긍정적이고 고무적이었다. 느낀 그대로 전달하였고, 수고했고 잘했다는 당연한 이야기를 기대했다. 하지만 "너희 제안서 진짜 괜찮았어?"라는 제안서를 꼬집는 말은 전의를  상실시키기에 충분했다.

리더로서 혼자 감당할 말이다. 묵묵히 이 말은 지켜낼 생각이다. 속상한 것은 나 하나면 충분하다. 되뇌고 되뇌었다. 이번 제안 PT의 분위기에 고취되어서 더 공부하고 싶다는 팀원, 빨리 제안 PT 피드백을 듣고 싶다고 성화 부리는 팀원, 다시 한번 제안서를 쓰고 싶다는 팀원. 그들에게 찬물을 끼얹을 수 없다. 말이라는 것은 참 쉽고 무섭다. 같은 이기주 작가의 <말의 품격>이라는 책도 있다. 품격의 품(品)은 입구(口)가 세 개다. 입으로 쏟아져 나오는 말이 쌓이면 품격이 된다. 다시 한번 다짐한다. 나는 나에게 품격 없는 대화를 시도한 임원처럼 되지 않겠다.


넛지(Nudge) 효과로 마인드 리딩(Mind Leading)하라.

넛지(Nudge)는 워낙 유명한 책이라서 읽지는 않았어도 한 번쯤 들어봄직하다. 물론 못 들어봤다고 문제 될 것은 없다. 이제 내가 얘기할 테니까. 넛지라는 것은 직역하면 '팔꿈치로 찌르다'라는 뜻으로 상대방의 행동을 유발하기 위해서 주위를 환기시키는 행동을 말한다. 미국 시카고대 행동경제학자 리쳐드 세일러와 법률가 캐스 선스타인 공저한 <넛지>에서 처음 소개됐다. 예를 들어 눈치 없이 임원 앞에서 이상한 소리를 하는 팀원의 옆구리를 살짝 쳐서 못하게 만드는 행동을 '넛지'라고 한다. 책에서 넛지는 타인의 행동을 직접적으로 관여하는 것이 아니라, 타인의 선택을 유도하는 부드러운 개입이라고 표현한다. 넛지가 마케팅적으로 사용되는 대표적인 예는 마트(Mart)다. 마트의 진열장에 어떻게 제품이 진열되어 있느냐에 따라 소비자의 제품 선택이 달라진다고 한다. 브랜드는 자신들의 마트의 어느 부분에 위치해야 가장 소비자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지 연구하고 고민하고 영업한다. 그 결과 매출을 상승시키는 마케팅 넛지를 실현하는 것이다. 그리고 소비자의 선택을 유도하는 주체를 책에서 '선택 설계자(choice achitect)'라고 한다.

조직장이며 관리자인 우리는 팀원들의 행동을 우리가 '원하는 대로' 선택할 수 있도록 넛지를 활용해야 한다. 다시 말해 이제부터 우리는 선택 설계자가 된다. 스타트업 특성상 시작에 있어 굉장히 빠른 속도로 움직이게 된다. 때문에 빠르게 지칠 우려가 발생한다. 그리고 지금 개개인이 다소 루즈해지는 시점이 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때문에 내 입장에서는 이번 제안이 꽤나 중요했다. 이번 제안의 성패에 따라 팀원들의 각오가 달라지기 때문이다. 결과가 어찌 됐든, 나는 팀원들의 동기 부여를 위해서 긍정적인 '말'을 했을 테다. 심지어 결과가 긍정적이기 때문에 좀 더 극적으로 이 상황을 만들기 위해 노력했다. 거짓을 얘기할 필요는 없지만 좀 더 과장을 보탰고 모든 공을 팀원들에게 돌렸다. 차라리 임원의 인사이트 없는 냉철함을 나만 들을 수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내가 설계한 넛지가 무너지는 상황이 오면 안 되기 때문이다. 넛지는 대단한 행동이나 철학이 있을 필요가 없다. 간단한 말 한마디와 상황 구성만으로도 충분히 원하는 분위기를 이끌 수 있다. 임원의 따가운 말 한마디 대신 따스한 나의 말 한마디는 그들의 원동력이 될 것이다. 스타트업에 필요한 것은 냉각수보단 앞으로 나아갈 수 있는 연료라고 믿기 때문이다. 나는 그들의 마음(Mind)을 '말'로 이끌 수 있게(Leading) 된 것이다.


마인드 리딩(Mind Leading)을 위한 마인드 리딩(Mind Reading)

마인드 리딩(Mind Leading)은 기본적으로 상대의 심리를 잘 파악해야 한다. 앞 서 내가 했던 행동이 대단한 것은 아니지만 근간을 살펴보면 팀원들이 이직 후 첫 제안이었고, 결실에 대한 목마름이 상당했다. 일련의 심리 상태는 면밀한 관찰에서 시작된다. 앞 서 포스팅했던 조직 관리의 정량화에서도 언급했듯이 조직 관리에 있어 관찰은 조직장의 기초 덕목이다. 관찰의 범위는 굉장히 넓다. 조직 운영을 위해 전반적인 상황에 대한 관찰도 필요하며, 비딩 PT를 위해서는 해당 PT에 대한 집중적 관찰도 필요하다. 조직원 관리에 있어서는 역시 제일 중요한 관찰은 '사람 관찰'이다. 개개별로의 관찰을 통해 어떤 넛지를 통해 원하는 방향으로 조직원을 움직 일지를 고민해야 한다. 마음을 이끄는 마인드 리딩(Mind Leading)을 위해서는 사람의 마음을 읽는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내가 조직장이 된 이후 처음 고민했던 것이었다. '저 친구가 저렇게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내가 먼저 말을 꺼내면 부담스러워할 것 같다. 내 마음을 알아주었으면 좋겠는데 어떻게 하지?' 그리고 그 고민은 조직장으로 성장하는 동안에도 지속되었고 현재도 그렇다. 조직 내가 아니어도 인간 대 인간으로 교류를 함에 있어 이런 고민은 떼레야 뗼 수 없지 않을까. 앞 서 이야기했던 내용을 정리하면, 누군가의 행동 유도를 부드럽게 유도하기 위해서는 1) 관찰을 통해 상대의 의중을 충분히 살피는 마인드 리딩(Mind Reading)을 한다. 2) 내가 어떤 행동을 함으로써 상대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을지 선택을 설계한다. 3) 설계에 따른 행동 안에서 '언어의 온도'를 충분히 활용하여 마인드 리딩(Mind Leading)을 완수한다. 의 세 가지 단계로 진행된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굉장히 어렵다. 하지만 상황과 심리를 파악하면 사람의 행동을 유도할 수 있다는 넛지 효과를 근간과 높은 말의 품격을 통해 좀 더 조직을 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는 조직장이 되길. 그리고 나 역시 될 수 있기를 바라며 글을 마친다. (글은 최근 사례를 중심으로 설명하기 위해 역순으로 적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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