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JONGREE Jul 27. 2017

파도타기

비행기를 타고 여행하면

 항상 시작은 설레어요. '시작'이라는 말이 좋을지 '출발'이라는 말이 좋을지 아니면 '떠남'이라는 말이 좋을지 모르겠어요. 시작이라고 하면 그 이후에 어떤 큰 일이 있어야 할 것 같고, 출발이라고 하면 도착이라는 끝이 나를 기다리는 것 같고 떠남이라고 하면 그 말에 담긴 낯선 설렘과 왠지 모를 씁쓸함이 느껴지는 것 같아요.
자 다시,
 항상 떠남은 설레어요. 12시간 동안 비행기 안에 갇혀있으면 피곤도 할텐데, 이상하게 피곤함보다는 행복함에 가득 차 있네요. 특히 창가를 통해 밖을 바라보는 행위는 더 큰 행복으로 다가와요. 그래서 저는 항상 창가에 앉아 창문으로 밖을 자주 바라봐요. 신기하게요, 어느 순간 창가를 바라보고 있으면 하늘의 색이 바껴 있어요. 까맣게 변하기도 하고 붉게 물들기도 하고 완전 파랗게 바뀌기도 하고... 혹시 당신은 비행기 안에서 밤하늘을 본 적 있나요? 뭐라고 비유해야 상상할 수 있을까요...좀 뜬금없지만, 영화 『타이타닉』에서 잭과 로즈가 배 위에서 함께 바라본 밤하늘 같았어요. 아무런 빛도 없고 어둠고 깜깜한 바닷가 위에서 밤하늘을 바라보면 이런 풍경일까?. 이상하게 밤하늘에 빛나는 별들이 아름다우면서도 차가워 보였고 갑자기 마음이 시려졌어요. 마음이 시리다는 말... 다르게 말하면 시큼하다고 해야 하나요. 붉은 심장이 푸른 심장으로 바뀌는 것 같았고 갑자기 바다로 빨려 들어가는 타이타닉처럼 제 옛 추억 속으로 깊게 빠지고 있었어요. 초등학교 중학교 고등학교 이렇게 시간 순서대로 옛사람 생각이 나고 안부가 궁금해지네요. 잘 지내겠죠. 이렇게 비행기를 타면서 옛사람들을 생각하는 게 왠지 시간을 거슬러 그들에게 다가가는 것 같아요. 시간 위를 달려 과거의 당신에게 가는 거죠.
- 잘 지내나요.
- 네. 잘 지내요
 이 말이 하고 싶고 이 말이 듣고 싶은 거예요. 단지 그것뿐이예요. 그러다 스르륵 잠이 들었어요. 꿈속에 빠져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왔어요. 초등학교 때 아주 각별했던 가락타운 114동 401호에 살던 친구, 친구들과 함께 노래방 가서 컨츄리꼬꼬 노래를 부르며 신나게 춤추었던 덩치 큰 친구, 수능 공부한다고 예민했지만 조금만 자고나서 공부하라던 친구를 만나고 왔어요. 당신도 한 번 눈을 감고 생각해보세요. 당신이 잊고 지냈던 친구들을, 사람들을 떠올려보세요.  잠에서 깨어나 다시 창 밖을 봤어요. 이젠 주황색을 중심으로 많은 색들이 보여요. 몽글몽글한 구름 위로 보이는 아름다운 색들이 마치 ... 그라데이션을 이루며 퍼지고 있어요. 따듯해요. 포근하고 푸근해요.

 이제는 앞으로의 여행이 기대되네요. 어떤 곳에서 어떤 사람들을 만날까요. 그 사람과는 어떤 이야기를 할까요. 그리고 궁금해지네요. 당신의 눈은 무슨 색일까요. 그 눈에 담긴 나의 표정은 어떨까요. 이렇게 대화를 나누는 우리가 얼마나 신기할까요. 생각만 해도 설레네요. 설렘을 안고 상상을 하다 보니 벌써 다와가네요. 이제 미국이에요.
 다음에 먼 나라를 갈 때 창가에 한 번 앉아보세요. 그리고 가끔씩 창 밖을 바라보세요. 시간이 거꾸로 갈 수도 있고 빠르게 갈 수도 있어요. 그 시간 속에 있는 그리운 사람들을 생각해보세요. 그들에게 날아가는 상상을 해보세요. 보고 싶은 사람에게 날아가고 있어요. 그리고 마침내 

그 사람을 만났어요.
과연 당신은 "안녕?" 이라는 말보다 어떤 말을 먼저 하고 싶으세요?
- ...
 

이전 01화 파도타기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