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닭고기 수프
어느날, 새로운 직원이 등장했다. 와! 드디어 나도 내 후임이 생기는걸까?
아니었다. 어? 닭손질부터 시작해서, 뭘해도 능숙해보인다. 뭐지 뭐지? 수원본점에서부터 출동해서 파견 온, 베테랑중의 베테랑이었다. 심지어는 이곳의 사장님, 모든 직원분들 통틀어도 새로운 직원분만큼 마법의 닭고기 수프 만드는 것을 잘 알지는 못할 것 같았다.
모든 일에 능숙했던 그는 고기에 관해서만 20여년 주방에 있었던 진짜, 베테랑이었고, 주방의 일들을 잘 알았다. 심지어 여기 저기 지점 오픈할 때마다 다니면서 셋팅을 해주러 다녔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본점만의 노하우 뿐만 아니라 각 지점에서의 지역적 특색, 다양한 경우의 수를 많이 알고 이해하고 있었다. 일하는 모습이 늘 여유로웠고, 주변을 편하게 해주는 매우 좋은 장점을 가졌다. 덕분에 나도 그동안의 일하는 요령이나 방법, 태도에 대해 다시 돌아보면서 조금 더 빨라지고, 조금 더 여유를 찾게 되는 계기가 되었다.
한 10일 가까이 보았을까? 아쉽게도 다른 지점에서의 사정으로 인해, 파견 근무를 가게되어 아쉽고도 짧은 인연이 되었다. 그가 떠나고 깨달은 중요한 두 가지. 아, 내가 그동안 주변에 얘기할 사람이 없어서 정말 외로움을 탔구나!였다는 것. 그리고, 웃으니까, 너무 좋다는 것.
다른 남자직원들과는 나이가 많이 차이나서였는지, 서로 조금씩 거리감이 있었고, 웃으며 얘기할 사람도 없었고, 밥을 먹을 때도 혼자먹었던 이곳은, 그저 일하는 공간일 뿐이었는데.
뭔가 달라졌다. 사람 한명의 존재로 인해. 나와 3살 차이나는 나이였지만, 나는 늘 존댓말로 대했고, 그는 내게 형님이라 불러주었다. 일을 하며 소소한 것에서 농담을 건네거나, 혹은 농담없이도 너털웃음을 터뜨리며 기분을 가볍게 해주고 부족한 내 일머리를 일깨워주고, 고쳐주는 그의 존재감에 몇 달동안 일해온 환경의 느낌이 완전히 달라졌다. 아, 이렇게 편할 수가... 이렇게 아무렇지도 않을 수가. 신기했다. 누구에게든 편하게 다가가고, 웃음으로 대하는 그의 모습이 너무 부러웠고, 덕분에 참으로 고맙기도 했다. 일하러 오는 매일이 편안해졌다.
그가 떠난 후, 든 자리는 몰라도, 난 자리는 안다는 그 말 그대로, 많이 허전하고 아쉬워졌지만, 덕분에 일을 아무렇지도 않게 처리하고 쉽게 해내는 마음가짐으로 바뀌었다. 그리고 더욱 중요한 것. 그의 편안한 웃음, 주변을 편하게 하던 웃음이 너무 부러웠고, 그가 웃으면 따라웃기만 했었던 내가 이제는 어느새, 그의 웃음을 따라하고 있다.
불편한 지적을 받아도, 하하 가볍게 웃으면서 실수를 인정하고 바로 고치겠다는 말을 건네면, 이전에는 조금 독하게 몰아치던 사람들도 한마디로 가볍게 넘어가고, 얘기를 나누는 상대방도 뭔가 조금씩 더 부드러워지는 것 같다. 가장 중요한 건, 억지로 웃기려 하는게 아니라, 마음에 웃음을 띄고, 얘기하면서 자연스럽게 웃음이 담아지면서, 내 마음이 편안해지기 시작했다.
사람들의 공격이 있어도, 가볍게 누그러지고, 무엇보다 늘 소심해서 쉽게 상처받는 내 마음이 다치지않고 쉽게 털어낼 수 있게 되었다. 심지어 스스로의 마음과 몸에 가끔씩 웃어주기 시작했다! 짧고 아쉬웠지만 소중한 인연 덕분에 알게된 웃음. 매일의 삶에 웃음이 얼마나 훌륭한 에너지가 되고, 윤활유가 되는지. 늘 정색하고 예의만 찾던 내가 스스로도 조금 어색하고 우습다.
오늘도 사람들과 웃는다. 하하하. 가벼운 웃음이지만 내 마음이 웃으니 세상이 함께 웃는다. 아, 이거야말로 불과 물의 마법을 능가하는 웃음의 마법이 아닐까? 주변을 어루만지는 따뜻함과 내 흥분을 가라앉히는 차분함과 치유가 바로 웃음에 있었다. 하루가 조금 더 행복해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