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닭고기 수프
이곳에서 우두머리 마법사로부터 매일 매일 듣는 얘기 한마디. 그리고 전 직원이 모두 외우고 외치게 되는 한마디가 있다. “빨리 빨리!” 처음에 들었을 땐, 아 이거 한국인의 안좋은 습관이야. 라는 생각이 들었었다. 그런 내가 이제는 마음속으로 외친다. 빨리 빨리!
10시에 오픈이 이루어지므로, 그 이전까지 혹은 그 넘어서라도 최대한 빨리 닭작업을 해야하고, 그 외에도 어떤 일이든, 삼계탕 뚝배기를 내놓건, 포장을 준비하건, 김치와 피클을 저장고에서 작은 박스로 소분해서 담아내든, 피클 담을 준비를 하건, 인삼주 담을 준비를 하건, 설거지를 해놓건간에, 모두 빨리 해내야한다.
이곳은 손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적은 양을 정성껏 담아서 천천히 내어놓는 곳이 아니다. 매우 많은 사람이 들이닥치고, 우두머리 마법사님의 주장대로, 언제나 최대한 빨리 뜨거운 닭고기수프를 드실 수 있게 해야한다. 그러려면, 주어진 일을 빨리 해치워야하고, 그래서 같은 시간안에 많은 양의 일을 해낼 수 있어야한다.
나는 처음에 이게 되지않았다. 왕초보였고, 늘 주변의 시선이 눈치보였기 때문에. 이렇게 하면 안되겠지? 싶은 제한구간이 신경쓰여서 더욱 빨리 하기 힘들었다. 특히 가장 기본이 되는 뚝배기 닦기가 다른 사람보다 느렸다. 늘 일에 치였고, 몸은 여기 저기 불려다니면서 할 수가 없으니, 늘 마음만 바쁘고, 민폐를 많이 끼쳤다. 어느날부터인가, 가장 기본이 되는 뚝배기닦는 것이 무척 빨라지기 시작했다. 더 적은 노력과 힘으로 더 빨리 효과적으로 닦아내고, 더 많은 양을 해내기 시작했고, 이런 식으로 이곳 저곳 많은 일들을 조금씩 조금씩 더 빨리 해내게 되었다. 꼼꼼하게 하나씩 정성들이고 정확하게 하는 것보다, 속도를 늘리고, 많은 양을 해내면서, 불량률을 줄이는 것이 훨씬 더 효율적이고 생산적인 것임을 알게되었다.
주문이 들어오면, 난 특히 한방뚝배기가 주문이 들어오면 한방재료를 준비하고, 휘저어주고 그 다음에 불판에 올리고, 불을 붙이고 식이 되곤 해서, 종종 핀잔을 듣곤했다. 늘 듣는 말, 먼저 불부터 붙여라! 이해가 되지않았다. 위험해보였고, 성급해 보였다. 그런데, 그게 아니었다. 일의 성격과 구조를 이해하게되면서, 먼저 덜 준비된 듯 보이는 삼계탕 뚝배기를 불위에 올리는 것은 이제 내게 당연한 것이 되었다.
늘 어떤 일이든, 완전하게 준비된 것 같지않아보이면 시작조차 하기 힘들었던 내게, 불부터 붙이고 난 뒤, 세부적인 것을 첨가해가는 방식은 가르침으로 이어졌다. 한창 무엇에 대한 호기심과 열정이 타오를 때, 그것의 성공 가능성을 앞뒤로 재면서 가늠해보는 것은, 어찌보면 매우 신중하고 합리적인 태도로 보일 수 있지만, 나처럼 평소에 악셀레이터가 작동하지않고, 브레이크가 강하게 걸리는 사람 입장에서는 무엇이 되든 타이밍에 맞추어 시작하지못하고 늘 늦어지고, 결과를 얻지못하는 경우를 자주 보게된다.
바로 불을 붙여야 타오를 수 있다. 불을 붙인 뒤, 불이 계속 타도록 하면서, 너무 성급하게 타올라 끓어서 넘쳐버리지 않게 신경을 쓰며 가끔씩 저어주고, 필요한 첨가물을 넣어주는 것. 이것은 하나의 마법의 닭고기 수프 한 그릇을 만드는 방법이자, 결과물을 필요로하는 어떤 일을 착수해서 마무리지을 수 있는 방법이기도 하다. 오늘도 마법의 주문 한가지를 익힌다.
신기한 일이다. 몸을 쓰는 곳에서, 머리를 비우고, 몸으로 새삼스럽게 깨달은 강력한 주문 한가지씩을 머릿속에 집어넣는 체험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