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법의 수프. 그리고 아들 생각
중국에 있는 아내가 오징어 게임을 보았다고 했다. 거기서 본 오징어 게임을 아들에게 알려주었다고 한다. 난 청소년 불가 영화를 애기한테 보여준 줄 알고 화들짝 놀랐지만 거기서 나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알려주었나보다. 오늘 수백번도 더 아이가 반복하며 놀았다고 들려준다. 동영상을 통해 보는 아들은 무엇이 그리 좋은지 까르르 까르르 웃어대며 달려오다가 뚝 멈춰서고, 비틀비틀 거린다. ( 아들아, 그렇게 웃으며 움직이면 죽는단다. )
영화 오징어 게임의 영향이 대단하긴 한가보다. 부모님께서도 며칠에 걸쳐 기어이 다 보셨고, 주변에서도 많이들 얘기하고 있다. 뉴스에도 자주 오르내린다. 심지어 정치적 사회적 문제가 된 사건에서도 오징어 게임속 상황에 빗대어 언급하는 경우까지 보인다.
하지만 내게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한국의 놀이, 한국의 것에 익숙하지않은 아이와 조금이라도 공통의 분모를 가질 수 있는 것이 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준 때문이다.
아내에게 들어보니, 우리 나라에서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 라고 부르는 놀이는 중국에서는 1,2,3 木頭人 이라고 부른다고 한다. 아, 중국어 발음이 아닌 우리식 한자발음으로 읽어보니 더 어색하다.
아무튼, 어지간한 것을 가르쳐도 집중하지않고 잘 배우려들지 않는다던 아들이 단 몇 번만에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똑같이 외워서 외치는 걸 녹음으로 들으며, 나도 모르게 웃음이 입가에 번진다.
지금은 비록 코로나 상황으로 인해 만날 수 없게되고, 오로지 중국 메신저 큐큐를 통해 영상통화만으로 소식을 전하지만, 다시 만나게 되고 함께 하게 되는 날, 아들과 꼭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를 함께 해봐야겠다. 그저 멈추는게 흔들리면 죽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술래에게 잡혀서 기다리다가 끝까지 다가온 공격자가 붙들고 있는 손을 탁 쳐서 끊어주고 함께 도망갈 수도 있다는 걸 알려줘야겠다. 아! 이런게 영화속에 반영되어으면 더 재밌었을까? 싶네.
공기 놀이도 함께 하고, 구슬 치기도 해봐야겠다. 근데, 생각해보니 나는 어릴 적에 바깥에 나가서 친구들과 어울려서 이런 저런 놀이를 해본 기억이 별로 없다. 심지어, 영화에 등장한 오징어 게임도 할 줄 모른다! 깐부라는 단어또한 처음 들어보았고.
영화 속 주인공의 내레이션도 그렇고, 등장하는 놀이들은 추억을 자극하는 소재거리일텐데, 어째, 내게는 많이 낯설었다. 달고나도 별로 해서 먹어본 기억이 없어서, 아, 저런게 있었지 싶다. 어휴, 이렇게 어린 시절 추억이 거의 없으니. 앞으로 아들이랑 놀아주려면 더 많이 공부하고 연구해놔야겠다.
어쨌든, 아내가 웃으며, 아들의 즐거운 얼굴을 전해줄 수 있는 하나의 소식거리가 되었기에, 오징어 게임의 흥행에 감사하게 된 하루. 무궁화 꽃이 피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