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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Dec 13. 2023

내향적인 사람은 내향적인 사람을 좋아하나요?

관계의 이합집산, 모을 집 1편

 모을 집集.


 당신은 여러 사람들 가운데 있을 때 주로 어떤 행동을 하고 어떤 걸 감지하며 어느 지점에서 편안해지는 사람인가요? 나는 집단 안에서 대체로 내향적이고 정말 드물게 외향적입니다. 잘 아는 얼굴이 어딘가에 있기만 하면 자기 주변 사람들한테 에너지 쏟는 게 수월하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간혹 있지 않습니까. 그런데 그게 나한테는 쉬운 일이 아니더라고요. 당장 내 옆에 누가 있건 그렇습니다. 의지할 수 있는 사람이 내 근방에 있어도 온갖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공간에 머무는 일은 쉽게 수월해지지 않습니다.  


 마음을 온전히 풀어헤치고 여러 사람들 앞에 서서 크게 말하고 왕성하게 동작하는 일이 나에게는 여전히 어렵습니다. 어렵지만 자꾸 시도해 보는 일이기도 한데요. 내향성보다 외향성이 더 나은 특성이라 믿어서 그러는 건 아닙니다.  


 내가 귀하게 여기는 이들과 보내는 시간을 좀 더 능률적으로 쓰고 싶은 마음이 내 에너지를 자꾸 바깥으로 발산하게 만듭니다. 그 사람들하고 뭐라도 더 나누고 싶으니까 조금 무리를 해서라도 한 마디 더 하고 한 사람을 더 응시해 보려 하는 겁니다. ‘나는 이런 사람이니까 저런 건 못 해.’라는 생각에 갇혀 나에게 온 귀한 기회들을 그냥 놓쳐 버린 일들이 너무 많았거든요. 왜 가장 아까운 건 늘 사람이겠습니까. 미워서 내가 직접 보낸 사람이 남긴 빈자리도 매번 상흔 같아 나는 수시로 당혹스럽습니다.     


 갑자기 당신 생각이 궁금해졌어요. 당신은 정확히 어떤 요소들이 인간의 내향성과 외향성을 구성한다고 생각하나요? 나는 도저히 그 답을 모르겠거든요. 어떤 사람의 내향성은 오래되었으나 여전히 아물지 않는 상처에서 기인하는데 어떤 사람의 외향성도 그곳에서 기인하죠. 아파서 더 안으로 파고드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아파서 더 밖으로 나도는 사람이 있는 겁니다. 원인이 하나여도 결과는 무수할 수 있으니 무엇이 그 사람을 그 사람으로 만들었냐는 질문은 언제나 우문일 수 있겠습니다. 모든 게 그 답이 될 수 있는 까닭입니다.

 

 간혹 이런 질문을 받습니다. 너는 내향적인 사람이니까 내향적인 사람들 위주로 좋아하겠네. 그런데 꼭 그렇지는 않거든요. 솔직히 무지막지하게 외향적인 사람 옆에 있으면 소화해야 되는 말들이 너무 많아 피로도가 급격하게 상승하기는 한데요. 그렇다는 이유로 그 활달한 사람을 싫어하게 되지는 않습니다. 누군가의 외향성 자체가 나에게 피해를 준다고 생각하지 않는 까닭입니다. 사는 동안 타자의 외향성 덕을 많이 보기도 했고요.


 같은 맥락에서 누가 내향적이라는 이유로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하게 되는 건 아닙니다. 에너지를 주로 사용하는 방향과 그 방식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입니다. 내가 누군가를 흠모하거나 멀리하는 기준은 그 사람이 자기 에너지를 자기와 타자에게 사용하는 방식에 있습니다. 가장 흔하고 극단적인 예로 어떤 사람은 자기 에너지를 부정적인 방식으로 사용할 줄밖에 몰라요. 그래서 그 사람은 자기를 대할 때도 타자를 대할 때도 공격적이고 파괴적입니다. 나는 그 사람이 내향적인 사람이건 외향적인 사람이건 상관하지 않고 그 사람과 나 사이에 충분한 거리를 둡니다. 공연히 다칠 필요는 없기 때문입니다. 


 남들을 함부로 해치는 사람에게 나는 그다지 너그럽지 못합니다. 모든 조건에서 선의를 표현하는 사람이 착한 사람이라고 나는 믿지 않아요. 타자의 시간과 노력을 수탈하고자 하는 사람들이나 그렇게 말하죠.  


 그래도 사람이 사람한테 그러면 쓰나.

 그 사람 아픈 사람이야. 네가 좀 돌봐 줘.


 내 상황 내 심정 상관하지 않고 나를 할퀴기만 하는 사람에게도 관대한 것이 착한 거라면 나는 착하게 살고 싶지 않습니다. 그냥 나쁘고 안전하게 살겠습니다(2편으로 이어집니다).




박이로운


1992년 출생. 문학서와 인문서를 주로 발간하는 어떤 마음 출판사를 운영하고 있다. 현재까지 약 70여 권의 책을 출간하였다. 영남대학교 환경보건대학원에서 미술치료학 석사 학위를 받았다. 마음을 건강하게 다루며 살아가는 일, 소외된 이들의 서사를 들리는 목소리로 바꾸는 일에 관심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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