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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이로운 Dec 20. 2023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건 뭘까요?

관계의 이합집산, 모을 집 2편

 어떤 사람들은 이 사회가 외향적인 사람들에게 전적으로 유리한 구조라 말합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말 같습니다. 외향적인 사람들이 아무래도 여러 가지 기회들을 낚아챌 확률이 높긴 한데요. 외향성이 사람들을 끌어모으는 대표적인 특성은 아닌 것 같습니다.


 조곤조곤하고 잘 안 움직이는 사람 곁이 인파로 차분히 넘실거리는 걸 당신은 본 적 있나요. 나는 살면서 그런 조용한 열광의 장을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교류의 양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관계 맺기가 용이해지는 건 아니더라고요. 사람과 사람 사이 유대를 강화시키는 건 교환되는 에너지의 분량이 아니라는 결론에 나는 이르렀습니다. 내 경우 내 관계를 더욱 견고하게 만드는 건 더 많이 만나고 더 오래 만나고 더 많은 말을 나누는 게 아니라 더욱 조심스럽게 만나고 번번이 예의 바르게 만나고 보다 진솔한 속내를 나누는 겁니다.  


 당신은 관계를 단단하게 만드는 것이 뭐라고 생각하나요?

 

 엊저녁에는 친구들과 차를 마시며 외로움, 공허감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어떤 이들은 사람의 부재로 (물리적으로 혼자 있을 때) 외로움이나 공허감을 느끼고 어떤 이들은 의미의 상실로 외로움이나 공허감을 느끼고 어떤 이들은 외로움이나 공허감이 정확히 어떤 감각인지 아직 잘 모르겠다고 말했습니다.  


 나는 의미의 부재로 외로움이나 공허감을 느끼는 쪽입니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아무리 많아도 그 숱한 관계들 안에서 어떤 의미를 찾지 못하면 나는 고독과 허전함을 느낍니다. 통렬히 느낍니다. 철저히 혼자 있는 것 같기 때문입니다. 그 순간 나하고 안쪽에서 연결되어 있는 사람이 아무도 없으니까.  


 그런 반면 내 곁에 단 한 사람만 있어도 그 사람이 나와 제대로 통해 있다면 나는 외로움도 공허감도 느끼지 않습니다. 오히려 충만함과 풍요로움을 느끼죠.  


 외로움과 공허감에 관해 이야기하던 우리는 결국 관계에 대한 가치관과 관계 안의 나를 조망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참 뭘 가지고 이야기 나누어도 결국 자기 가치관이나 세계관을 드러내게 된다는 게 기이하고 또 아름답죠. 모든 길 끝에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만날 수밖에 없는 겁니다.  

 

 관계 실패로 얻은 피멍이 온몸을 뒤덮어도 나는 이런저런 사람들과 한데 모여 있고 싶습니다. 각자도생이 시대의 지침이 된 이 시점에도 그렇습니다. 아무하고나 같이 지내고 싶은 건 아니고요. 지독히 외로워야 할 때는 그 적막한 시기를 그럭저럭 무탈하게 견디지만요. 나는 사람이 좋습니다. 좋은 사람들과 좋이 관련되어 있는 다감한 나날들이 좋습니다.  

 

 나는 아직도 사람들 안에서 가장 빨리 자라는 사람. 아마도 그건 내가 사람들 안에서 가장 빨리 행복해지는 사람이기 때문이겠죠. 행복은 늘 내 시야를 극도로 넓히고 그 많은 것들을 목격하다 보면 자연히 나는 성장하게 됩니다. 내가 한 뼘 한 뼘 성장할 때마다 사람 보는 내 안목도 한 뼘 한 뼘 개선되고 그러면 내가 이전보다 더 좋은 사람을 만날 확률도 그만큼 높아집니다.  


 이 선순환 안에 계속 있으려면 사람이 중하다는 걸 내가 계속 유념하고 있어야 하겠습니다. 어떤 순간 어떤 상황 속에 있어도 사람은 소중하다는 것을. 사람을 사람으로 볼 줄 모르면 결국 모두를 잃게 되기 때문입니다.  

 도구화되지 않고 계량화되지 않은 관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은 관계만이 건강하게 지속됩니다. 그래서 나는 급하게 여러 사람들 모으는 일에 관심 갖지 않습니다. 건전하지 못한 관계들이 시간의 채반에 얼마나 빨리 걸러지는지 알기 때문입니다(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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