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더오래]간병은 시간·돈과 싸움…퇴사 고민하는 분 잠깐

[더,오래] 박재병의 시니어케어 돋보기(2)


 노인 요양시설과 간병인을 중개하는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한국 노인돌봄산업과 제도를 기업가 입장에서 바라보고자 한다. 자식 된 입장에서 부모님을 어떻게 모실지, 어떻게 해야 잘 준비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을 독자들과 같이 나누고자 한다.〈편집자〉 



예고없이 찾아오는 사고를 잘 대처하기 위해서는 간병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 [사진 pxhere]

노화는 천천히 다가오지만 사고는 예고 없이 찾아온다. 비나 눈이 오는 날 미끄러져서, 또는 갑자기 집에서 쓰러져서 간병이 필요할 수 있다. 이때 잘 대처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 간병은 가정과 가족의 평화뿐 아니라, 부모님의 건강에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기 때문이다. 하지만 보호자 대다수가 간병은 힘들다는 부정적 인식과 ‘아직은 괜찮지 않을까’ 하는 조금은 안일한 생각으로 실제 간병 시 실수를 하는 경우가 많다. 이에 부모님 간병을 준비해야 하는 이들을 위한 가이드를 제공하고자 한다.

첫째, 가장 먼저 환자의 상태를 냉정하게 파악해야 한다. ‘현재 무엇 때문에 간병이 필요한가?’, ‘병환인가 사고인가?’, ‘병환이라면 어떤 질환 때문인가? 사고라면 어떤 사고 때문인가?’ 등 언제 그리고 어떤 경위로 간병이 필요한지 사실에 근거해 현실을 명확히 인지해야 한다. 간혹 ‘우리 부모님 어떻게 되는 게 아닌가’ 감정에 이끌려 부모님을 과잉보호하거나, 어떠한 죄책감으로 인해 생업을 포기하는 경우가 있다. 하지만 간병은 장기전이다. 괴롭더라도 여유를 가지고 부모님의 병환을 공부하고, 민간요법이나 가족의 주관적 생각이 아닌 의사와 돌봄 전문가의 가이드에 충실히 따르는 냉정함이 필요하다.

둘째, 혼자만 앓지 말고 주변에 알려 함께 간병하자. 간병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을 수 있다. 장기간 진행될 수 있다는 생각으로 임해야 보호자도 환자도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수 있다. 누군가는 종일 환자 옆에서 식사부터 대소변 관리까지 환자의 생활 전체를 책임져야 한다. 하루 이틀이야 혼자서 가능하겠지만, 만약 한 달이라면? 일 년이라면? 과연 혼자 모든 책임을 짊어질 수 있을까?

만약 직업이 있다면 생계와 생활비는 어떻게 해결할지, 간병에 드는 비용은 어떻게 마련할지 등 상황을 가족 전체와 직장에 알리고 도움을 받도록 하자. 꼭 금전적 측면이 아니더라도 정신적인 지원을 받고 경험을 나누는 것만으로도 큰 도움이 된다. 아픈 것도, 아픈 환자를 다루는 것도 전혀 부끄럽거나 죄책감을 느낄 일이 아니라는 점을 명심하자.

셋째, 절대 생계를 멈추지 말자. 또 다른 흔한 실수는 간병을 위해 생계 활동을 멈추는 것이다. 평소 어떤 동기가 있었거나 혹은 정말 소중한 가족이기에 내가 직접 환자를 돌보고자 하는 마음은 그 자체로 존중받아 마땅하다. 하지만 환자를 위해서도 가족을 위해서도, 그리고 본인을 위해서도 생계를 멈추고 간병에만 집중하는 것이 ‘유일한 정답’은 아니다.

우선 본인이 돌봄 전문가도 아닐뿐더러, 장기간 돌봄을 해야 할 경우 체력적으로도 많은 힘이 든다. 또한, 치료비나 병원비가 한두 푼 드는 것이 아니기에 금전적 준비에도 장기적인 계획이 필요하다. 그렇기에 생계 수단은 그대로 가져가되 외주 간병 서비스나 정부 지원 제도를 이용하고, 퇴근 이후와 주말에 적극적으로 환자를 돌보며 유대를 쌓는 것을 추천한다. 돌봄은 돌봄 전문가에게, 본인은 본인의 전문 분야에 집중하는 것이 더 오랜 기간 진정으로 환자를 돌보는 방법이다.  

넷째, 간병·노인 돌봄 제도를 공부하자. 노인 돌봄은 한 개인이 온전히 책임지기엔 너무나 큰 사회적, 국가적 이슈다. 그렇다 보니 정부 보조나 지원금을 받을 수 있는 제도가 다양하게 마련돼 있다. 가족 요양보호사 제도나, 장기요양보험, 노인 기초 돌봄 등 작게는 하루 몇 시간에서 많게는 24시간까지 돌봄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정부의 돌봄 지원은 국민 누구에게나 열려있지만, 장기요양등급 등을 적용받는 경우에만 제공받을 수 있다. 따라서 아무나 받을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또 여러 기준에 따라 정해지는 돌봄 지원을 받게 되더라도 우리 부모님의 성향이나 상황에 최적화한다고 장담할 수 없다. 예를 들어 방문 요양의 경우 보통 하루 3~4시간 돌봄이 최대로 제공된다. 때문에 종일 돌봄이 필요하거나 의사가 지속 관찰해야 하는 경우는 방문요양 등의 장기요양제도 대신 요양병원에서 간병인을 별도로 고용해 관리하는 것이 적절할 수 있다. 이처럼, 간병과 노인 돌봄 제도를 면밀히 공부해 부모님의 상태와 가족의 여건을 충분히 고려한 돌봄 방법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 금전적 계획을 수립하자. 가족 간병인지 외주 간병 서비스인지, 돌봄 장소는 집인지 병원인지, 병실은 1인실인지 다인실인지에 따라 간병 비용이 천차만별이다. 여기에 환자가 병환이 있다면 별도의 치료비도 추가 고려해야 한다. 얼마나 오랜 기간 편찮으실지 또는 언제 호전되실지 아무도 모르기에 노인 돌봄은 단기간에 끝나지 않는다는 사실도 인지해야 한다. 미리 간병인 보험이나 노인성 질환 보험에 가입했다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않다면 최대한 보수적으로 장기간 이어질 금전 지출 계획을 수립해야 한다.

의료비 외에도 한 달을 기준으로 돌봄이 필요한 일정을 계산하고 어떤 간병인을 고용할 것인지 등 다양한 요소를 살펴보자. 누가 얼마씩 어떻게 비용을 충당할 것인지 계획하거나, 주변과 충분히 상의해야 자금 부족으로 간병인을 고용하지 못하는 사태를 사전에 방지할 수 있다.

(주)케어닥 대표이사 theore_creator@joongang.co.kr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